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7-29 13: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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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전이 '선명성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당대표에 도전하고 있는 정청래, 박찬대 의원 모두 당원들을 향해 자신이 더욱 강력하게 개혁을 추진할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바람에 '협치'는 언급해서는 안 될 금기어가 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가 막판으로 갈수록 후보들의 선명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7일 TV토론회에 참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민주당에 따르면 오는 8월2일 개최되는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 박찬대 후보는 이날 오후 11시20분 MBC 백분토론에서 마지막 토론회를 갖는다.
정 후보와 박 후보는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개혁 완수’를 내세우며 당원들의 표심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집권 여당의 당대표로서 이전의 항상 등장했던 ‘야당과 협치’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앞서 27일 진행된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가운데 ‘협치’가 가능한 협상 파트너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라고 대답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8월22일 전당대회를 열어 신임 당대표를 선출한다.
정 후보는 “협치보다 내란 척결이 우선”이라며 “제가 봤을 때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대표가) 될 것 같은데 김 후보는 대비를 단단히 하셔야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도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까지 출마했던 후보 중에 협치 대상자는 없는 것 같다”며 “지금 국민의힘을 해체하고 당을 새롭게 만들겠다는 사람이 나오면 그때쯤 가서 (협치를)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현재로써는 전혀 없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뒤 '정치복원'을 강조하고 김병기 원내대표가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국면에서 야당에 대한 존중, 협치를 언급한 것과 비교해 매우 다른 모습이다.
이에 더해 민주당 당대표 선거 국면에서는 '협치는 곧 굴종'이란 비판적 인식이 확산하면서 '협치론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실제 선거 초반 정 후보와 비교해 집권당으로서 ‘정치적 포용력’을 강조했던 박 후보는 선거가 진행될수록 정 후보 못지않게 국민의힘에 공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민주당 대표로 당선된다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교체와 연관된 권영세, 이양수, 권성동 의원은 물론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 관저 앞에 모여 체포를 막으려 했던 국민의힘 45명을 직접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선명성 경쟁에서 정 후보에게 뒤진 박 후보가 당원 지지도 회복을 위해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26일 “윤석열 부부가 특검 수사에 ‘시간 끌기식 버티기’를 하고 있어 규탄한다”며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하는 등 모든 입법 수단을 동원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의원 고발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후보도 국민의힘을 겨냥해 국회가 본회의 의결을 통해 위헌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일찌감치 제출해 놓고 있다.
정 후보는 27일 토론회에서 “통진당은 내란 예비음모 혐의로 정당 해산이 됐고 의원직은 5명이 박탈됐다”며 “윤석열이 속한 국민의힘은 통진당보다는 100배, 1000배 위중하고 무겁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두 후보가 '협치'를 배제할 만큼 '선명성' 경쟁에 집중하는 배경은 민주당 지지층의 강력한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국민의힘에 관해 이 대통령이 손을 내밀더라도 현 정부의 성공적 국정운영을 위해 협력하지 않을 세력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게다가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장동혁 의원 등 국민의힘 다음 당대표 후보들이 강경 보수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만큼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바라보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상일 시사평론가는 이날 YTN 시사정각에서 “국민의힘이 불법계엄 이후에 반성도 안 하고 그걸 극복하려고도 안 하고 하니까 이렇게 정신 못 차리는 정당이 앞으로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와 심판의 의욕, 내지는 그런 마음이 간절한 (민주당) 당원들이 많다”며 “정 후보의 그것(당원들의 마음)을 활용한 캠페인이 효과적으로 먹히고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지난 19일과 20일 차례대로 열린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과 영남권(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권리당원 투표 합산 결과 62.65%를 득표해 박 후보(37.35%)를 크게 앞섰는데 국민의힘을 향한 강력한 공세를 원하는 민주당 권리당원들의 분위기가 투표 결과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집권여당의 당대표 선거에서 야당을 내란에 동조했으니 제거해야 할 세력으로만 규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부와 함께 국정을 운영해야 할 여당의 전당대회가 야당을 ‘배제’나 ‘척결’의 대상으로 삼는 분위기 일변도로 흘러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YTN 뉴스파이팅에서 “지금 민주당은 당대표를 뽑는 게 아니라 검찰총장을 뽑는 것 같다”며 “소수여당이라면 모르겠지만 170석을 갖고 있는 집권여당이 야당 대표를 때려잡겠다면서 당대표에 오르겠다는 건 ‘누구하고도 얘기 안 할거야’라는 태도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불안하게 할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민주당 대표 선거는 권리당원 55%, 대의원 15%, 일반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선출하며 이미 실시된 지역 경선을 제외한 다른 지역 경선은 오는 8월2일 한꺼번에 실시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