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반도체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장비 경쟁사인 한화세미텍과 싱가포르 ASMPT 등이 올해 하반기 차세대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미반도체가 기술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SK하이닉스가 HBM 장비사 다각화에 나선 상황에서 마이크론과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한미반도체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장비인 ‘하이브리드 본더’ 경쟁에서 쉽지 않은 상황을 마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사들이 주요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와 협력하며 올 하반기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한미반도체는 상대적으로 출시 시점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주요 고객사였던 SK하이닉스가 HBM 장비 업체 다각화에 나서면서,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마이크론과 협력을 강화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4일 반도체 장비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반도체의 경쟁사인 한화세미텍과 싱가포르 ASMPT가 올해 하반기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를 출시한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기존 TC 본더와 달리 D램과 D램 사이에 ‘범프’를 생략함으로써 HBM을 더 얇게 만들 수 있는 장비로, 본더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쌓아 올리는 D램 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20단 높이의 HBM부터 도입은 필수로 여겨진다.
ASMPT는 지난 23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ASMPT는 3분기에 주요 HBM 고객사에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고객들이 설치, 품질 검증, 출하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세미텍 역시 올해 말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한화세미텍은 2021년부터 SK하이닉스와 협력해 이미 1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제작에 성공했으며, 올해 말 2세대 장비 개발 완료를 앞두고 있다.
이와 비교해 한미반도체는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회사가 언급한 차세대 HBM 장비 출시 시점이 몇 차례 바뀌며 혼란을 주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6월30일 회사 장비 개발 로드맵을 공개하며 2028년 HBM6용 플럭스리스 본더를, 2029년 HBM7용 하이브리드 본더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플럭스리스 본더는 기술적으로 기존 TC본더와 하이브리드 본더 사이에 위치한 HBM 장비다.
다만 지난 15일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2027년 말 출시를 목표로 HBM6용 하이브리드 본더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곽 회장은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HBM5 생산에 가격이 비싼 하이브리드 본더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덧붙였다.
또 지난 23일에는 다시 한번 보도자료를 내고 반도체 전공정 장비업체인 ‘테스’와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 한미반도체가 지난 6월30일 공개한 HBM용 본더 장비 개발 로드맵. <한미반도체> |
이에 일각에서는 경쟁사들이 이미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한미반도체가 기술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주요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차세대 HBM 장비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를 간과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주요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은 7세대 HBM4E부터 플럭스리스 본딩과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사용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공개한 로드맵에 따르면 HBM4E는 2026년 출시될 예정이다.
ASMPT 관계자는 실적 발표회에서 “칩 아키텍처가 더 복잡해지는 HBM4E로 전환하기 시작하면, 플럭스리스 활성산화물제거(AOR) 기술이 채택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미 주요 고객사는 플럭스리스 AOR을 사용한 샘플링을 위해 회사 본더 장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대우 삼성전자 상무는 지난 22일 ‘2025 상용반도체개발 기술 워크숍’에서 "이르면 7세대 HBM4E 16단부터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이를 위한 샘플 테스트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2017년부터 주요 고객사였던 SK하이닉스가 HBM 장비사 다각화에 나선 것도 한미반도체의 걱정 거리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올 상반기 발주한 HBM용 TC본더 가운데 한화세미의 장비 채택 비중이 67%에 달했다. 사실상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 본딩 장비 최대 공급사로 자리잡은 셈이다.
ASMPT 역시 SK하이닉스에 상당량 본딩 장비를 공급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 ASMPT의 한국 매출 비중은 13.6%로, 전년 같은 기간 5% 수준에서 2.7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자회사 세메스를 통해 HBM 장비를 공급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매출의 대부분은 SK하이닉스 공급을 통해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곽 회장은 SK하이닉스가 아닌 마이크론 공급을 늘리고 있다.
마이크론은 최근 한미반도체에 전년 대비 배 수준의 TC 본더 장비를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반도체의 1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90%에 달했는데, 이러한 기조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HBM4에서 플럭스리스 본더를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HBM4 생산에도 기존 TC본더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플럭스리스 본더와 하이브리드 본더 등 차세대 HBM 장비는 당분간 기존 TC 본더 장비와 함께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하이브리드 본더로 전환이 이뤄지겠지만, TC 본더 시장에서 한미반도체가 지닌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