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 기자 sollee@businesspost.co.kr2025-07-23 15: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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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이사 부회장이 사료·축산사업 부문을 맡은 자회사 CJ피드앤케어 매각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J피드앤케어 실적이 개선세를 이루는 한편 식품 사업부문의 해외 설비 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 압박도 변수가 될 모양새다
▲ CJ피드앤케어는 CJ제일제당의 사료, 축산, 신선육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자회사로, 2020년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수익성이 악화됐다. 2023년에는 적자전환했다가 흑자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다. < CJ피드앤케어>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피드앤케어 매각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CJ제일제당은 확정된 것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CJ피드앤케어 매각을 재추진한다는 말은 지난해 4월 처음 나왔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올해 5월까지 “CJ피드앤케어에 대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여러 차례 공시했다.
일각에서는 CJ피드앤케어의 상황이 개선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에 매각을 서두르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1개월 동안 증권사 리포트 4개를 분석한 결과 CJ제일제당 피드앤케어 사업부문의 2분기 매출은 5546억 원, 영업이익은 383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12.6% 늘어난 것이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비효율 사업장 구조조정으로 외형 축소는 이어지겠지만 돼지고기 가격 상승 흐름이 유지되고 있어 수익성 개선 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형이 축소되고 수익성은 개선되는 흐름은 연간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두 해 동안 매출은 2023년 2조4917억 원에서 2024년 2조3085억 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영업손익은 2023년 864억 원 적자에서 2024년 747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2024년부터 부진 축종과 사업장 철수 등 구조개선을 추진해 2023년과 비교해 영업이익과 이익률이 개선됐다”며 “축산 사업에서 고(高)판매가격 전략을 고수해 이익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CJ피드앤케어가 적자를 낼 때는 서둘러 매각해야 한다는 판단이 이뤄졌겠으나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하며 매각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 CJ피드앤케어의 2024년 매출은 2조308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감소한 수치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746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적 변동성이 커 강신호 대표의 고심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료와 축산 사업을 하는 CJ피드앤케어 실적은 곡물과 돼지고기, 육계 등의 가격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실제로 2023년 베트남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할 당시 CJ피드앤케어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24년 돼지고기 가격이 다시 오르자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했다.
베트남 시장은 피드앤케어 사업부문의 2024년 매출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인 38%를 차지했다. 그 안에서도 축산이 72%를 차지한 만큼 베트남 돼지고기 가격은 피드앤케어 사업부문 실적을 설명하는 중요한 지표다.
베트남 돼지고기 가격은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캄보디아산 돼지고기 수입 등 외부 요인에 따라 크게 변동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높은 변동성이 CJ피드앤케어 매각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물밑으로 해외 사료 관련 기업 등 CJ피드앤케어 원매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피드앤케어 매각은 이전에도 추진된 바 있다. 2019년에는 네덜란드 사료 기업인 뉴트레코와 협상을 진행했으나 가격을 두고 차이를 좁히지 못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에는 인수 희망자가 적어서 매각에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후 피드앤케어 사업부문의 수익성은 점점 하락했다. 2020년 2조2134억 원이던 매출은 2021년 2조4470억 원, 2022년 2조8212억 원으로 계속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20년 2193억 원에서 2021년 1506억 원, 2022년 77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후 강 대표는 2024년 8월 발행된 ‘CJ제일제당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3’에서 “CJ피드앤케어는 사업구조를 최적화하는 한편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강 대표가 CJ피드앤케어 매각을 검토하는 이유는 CJ제일제당 주력 사업인 식품 사업부문 위주로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기 때문으로 읽힌다.
현재 CJ제일제당 식품 사업부문은 해외사업 확장 기조에 따라 해외 생산기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와 헝가리 부다페스트 근교, 일본 치바현에 신규 공장을 짓고 있는데 공사비는 모두 합쳐 약 9천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규모 투자비용을 집행하며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비핵심 사업부문인 CJ피드앤케어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CJ피드앤케어 매각가를 1조 원 안팎으로 추정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매각 이야기는 7∼8년 전부터 있었으며, 지금도 M&A팀에서 기업과 접촉은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라며 “공시한 대로 매각과 관련해 실제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