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발행어음 사업을 향한 삼성증권의 발걸음에 탄력이 붙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에 경쟁 증권사들이 예상치 못했던 '악재'로 제동이 걸리면서다.
게다가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추진 중인 1500억 원 규모 채권 발행은 시장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업금융(IB) 잠재력에 대한 평가라는 분석이다. 발행어음 인가를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 양상이 최근 급변하는 중이다.
▲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발행어음 인가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인가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박종문 대표는 2년 뒤 종합투자계좌(IMA)까지 바라보며 IB부문 경쟁력 강화에 진력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최근 발행어음 안건심사소위원회에서 일부 증권사를 상대로 심사 중단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발행어음 신청을 완료한 증권사 5곳 가운데 일부 탈락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떠오르고 있다.
당초 금융투자업계는 금융당국이 모험자본 공급을 강화 취지로 5개사 전부 또는 대부분에 인가를 내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당국의 심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단 소식에, 인가 획득을 자신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5개사 가운데 삼성증권을 제외한 4개사가 인가 획득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사건을 안고 있다”며 “삼성증권이 인가획득 경쟁에서 가장 앞서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2017년 발행어음에 한차례 도전했지만,
이재용 회장(당시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에 엮이면서 대주주 적격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후 최근까지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으로 골머리 앓다 17일 이 회장의 대법원 무죄 판결로 관련 리스크를 털어냈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2024년 12월 검찰로부터 이화그룹 신주인수권부사채(BW) 관련 부정거래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것이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하나증권은 올해 2월 채권형 랩어카운트·신탁 돌려막기로 기관 경고 처분을 받은 것이 약점이다.
신한투자증권은 2024년 10월 1300억 원대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손실 사태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았고, 현재 해당 임직원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모그룹인 신한금융그룹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의 ‘집사 게이트’ 의혹에 연루되면서, 23일 정근수 신한투자증권 CIB총괄사장(전 신한은행 부행장)이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소환되기도 했다.
키움증권도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17일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으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평가도 삼성증권에 우호적이다.
17일 삼성증권은 15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실시한 수요 예측에서 2조 원이 넘는 주문액을 확보했다.
삼성증권은 예상을 뛰어 넘는 흥행 성공에 최대 3천억 원까지 증액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수요는 기관투자자들이
박종문 대표의 발행어음 인가 획득 가능성과, 이후 IB부문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박 대표가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게 될 경우, 자기자본 200%까지 낮은 금리로 자본을 조달·운용할 수 있어 IB부문 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을 따내면 종합투자계좌(IMA)를 향한 IB부문 리더십이 계속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박 대표는 지난해 3월 대표직에 올랐다. 임기는 3년으로, 2027년 3월까지다.
발행어음을 2년 간 운용한 자기자본 규모 8조 이상 종투사는 IMA 인가 획득에 도전할 수 있어, 박 대표의 리더십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3월31일 기준 삼성증권의 별도기준 자기자본은 약 6조8541억 원이다.
발행어음 도전 5개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IMA 요건인 ‘자기자본 8조 원’도 가시권이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