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외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플뿌리연대' 회원들이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포함하는 강력한 국제플라스틱협약에 한국 정부의 동참을 촉구하는 행위극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제플라스틱협약을 나타내는 커다란 서약서에 한국 정부가 서명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주권정부는 다르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행동하라. 플라스틱 생산감축에 동의하라."
시민단체 회원들이 세차게 내리는 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 앞에 모여 이재명 대통령에 직접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린피스,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오션 등 국내외 시민단체 17곳이 참여하는 '플뿌리연대(플라스틱을 뿌리뽑는 시민사회 연대)'는 1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쟁기념관 정문은 대통령실을 마주보고 있다.
이날 시민단체 회원들 가운데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것은 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친환경 다회용기 소분 매장) '알맹상점'을 운영하는 고금숙 대표였다.
고 대표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2)가 이제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며 "오늘 저는 새로운 대한민국인 국민주권 정부가 국제플라스틱협약의 알맹이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국제플라스틱협약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가 마지막 회의가 될 것으로 계획돼 있었다. 당시 회의에서 세계 각국은 강력한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국가들이 '플라스틱 생산감축' 문구를 넣는 것에 반대해 협상 타결은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고 대표는 "우리가 남긴 오점으로 제네바에서 '오점이(INC-5.2)' 회의가 열리게 됐다"며 "유능하고 일 잘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는 달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프랑스 니스에서는 세계 95개국이 INC-5.2를 앞두고 강력한 협약 성안을 촉구하는 '니스 선언'을 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강력한 협약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던 한국 정부는 해당 선언에 동참하지 않았다.
고 대표는 "니스 선언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 없는 국제플라스틱협약은 앙금없는 찐빵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하지만 대한민국은 산유국과 석유화학산업계의 로비에 흔들리는 비겁한 국가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핵심은 우리가 에코백이나 텀블러를 집에 두고 다닌다는 것이 아니다"며 "진짜 문제는 소수의 대기업들이 수십억 톤의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고 한 번 쓰고 버리고 또다시 사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산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국제플라스틱협약은 바로 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물을 바꾸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라스틱은 환경오염 문제의 핵심이기도 하지만 구성물질의 대부분이 화석연료인 데다 전주기에 걸쳐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고 있어 기후변화 가속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고 대표는 "2050년까지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세 배 늘어날 전망"이라며 "플라스틱의 99%는 화석연료로 만들어지며 이는 이번 폭염의 원인인 기후위기가 플라스틱 생산으로 인해 더 가혹해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 고금숙 알맹상점 대표가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위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해양 쓰레기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대응하는 연구단체 오션도 이날 행사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정부에 대응을 촉구했다.
김혜주 오션 국제협력팀장은 "과학자들은 우리가 지금 같은 속도로 플라스틱 생산하고 소비한다면 2050년에는 바다에 서식하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1일 국무회의에서 이미 범지구적 해양 쓰레기 제거 사업에 대한민국이 기여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과 규모를 파악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의 핵심은 이미 바다로 흘러간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보다 애초에 바다로 흘러갈 쓰레기를 덜 만드는 것에 있다"며 "INC-5.2에서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이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국가로서 위상을 회복하는 가장 분명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윤 추구를 위해 플라스틱 생산감축에 반대하는 기업들과 달리 시민들은 이미 플라스틱 생산감축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아론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국장은 "앞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그만두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묻는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 가운데 82.2%가 플라스틱 사용 종식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답했다"며 "이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오염 대처 방안을 물었을 때 64.6%는 재활용보다는 생산감축에 더 방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려면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편리함에 역행하는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 정책이 이들 소비자를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하고 그 계기는 강력한 국제플라스틱협약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