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 속에서 공기업과 공공기관 수장의 인사는 어떻게 될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국정공백을 막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인사권 행사를 망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공기업과 공공기관 수장이 대거 물갈이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르면 몇 달 안에 새 대통령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어 권한대행 체제에서 임명된 공기업과 공공기관 수장은 시한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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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왼쪽)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
공기업과 공공기관 수장을 권력의 전리품으로 논공행상으로 나눠줬던 불행한 관행의 업보인 셈이다.
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기관장 임기가 만료됐거나 기관장이 공석인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모두 14곳에 이른다. 여기에 올해 1분기 안에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도 15명이나 있다.
현재 상황에서 조기대선이 아무리 빨리 치러진다 해도 2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현재 권한대행 체제에서 30명 가까운 공기업과 공공기관 수장 인사를 진행해야 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공기업과 공공기관 수장 인사는 두 달여 전부터 공모와 후보자 검증작업을 진행한다. 당장 인사절차에 들어가도 충분한 인사검증을 거쳐 전임 기관장 임기 이내에 신임 기관장 선임을 마무리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권한대행 체제에서 공기업과 공공기관 수장 인선에 속도를 낼 경우 월권과 현정권의 알박기 논란 등 적지 않은 비판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무더기로 경영에 차질 빚는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특히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전력공사, 수출입은행 등 굵직한 공기업들도 포함돼 있어 마냥 손놓고 있다가 오히려 직무유기로 더 큰 비난의 화살이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권한대행체제의 딜레마인 셈이다.
황 권한대행은 공기업과 공공기관 수장의 인사를 진행하려는 의지를 나타냈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권한대행의 인사권에 많은 논의가 있는 것을 유념하고 있다”면서도 “공공기관 공백이 장기화하면 피해가 국민들에게 가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최소한의 인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달 16일 이양호 마사회장을 임명한 데 이어 23일 김도진 기업은행장을 임명하며 공기업 인사를 굳이 피하지 않았다. 지난 1일 한국국토정보공사 신임 사장에 박명식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사장을 임명하기도 했다.
홍권희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은 김도진 행장 인사를 발표하며 “인사는 해당 부처에서 먼저 해주는 것으로 권한대행은 주무 부처의 제청사유를 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적극적 의지가 작용하기보다 아래서 자연히 올라오는 인사를 재가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인천항만공사와 기술보증기금, 한전KPS 등 한동안 막혀 있던 공기업과 공공기관 수장 인선절차도 일부 진행되고 있다. 기관장 공모를 시작한 곳은 절차에 따라 인사를 하고 공모를 하지 않고 있는 곳은 유임으로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기관장은 아니지만 황 권한대행이 정무직 중에 처음 임명한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이후 적극적 인사를 행사하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송 차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연루돼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로 여론의 비판이 거세기 때문이다. 인사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상향식 인사의 위험성이 드러난 부분이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일 “블랙리스트 특검수사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의혹 당사자를 임명한 건 부적절한 인사”라고 지적했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2일 “황 권한대행이 부적절한 인사를 강행해 임명 며칠만에 신임 차관이 수사를 받는 상황”이라며 “이는 전적으로 황 권한대행의 책임으로 이제라도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