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호주에 출시하는 픽업트럭 ‘타스만’을 앞세워 호주 시장에서 사상 첫 연간 판매량 2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기아가 올해 호주에서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0만 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아는 지난해 호주에서 8만1787대를 판매하면서 2022년에 이어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해 판매량 순위에서는 토요타(24만1296대), 포드(10만170대), 마쯔다(9만5987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기아는 올해도 현지에서 좋은 판매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호주연방자동차산업협회(FCAI)에 따르면 기아는 올해 5월까지 호주에서 3만2940대를 팔며 판매 순위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위는 도요타(10만753대), 2위는 마쯔다(3만9537대), 3위는 포드(3만7197대)가 차지했다.
1위와는 판매량 차이가 크지만 2위와는 6597대, 3위와는 4257대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기아 입장에서는 하반기 타스만 판매 성적에 따라서 순위를 충분히 뒤집을 수 있을 만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2, 3위 브랜드가 10만 대 안팎을 판매했다는 점을 놓고 봤을 때, 기아가 연간 판매량 10만 대를 돌파한다면 호주 2위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 사장은 판매량 10만 대 돌파와 판매 순위 2위를 달성할 무기로 타스만을 점 찍었다. 타스만은 이름부터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의 ‘타스만해’와 호주 남부에 위치한 섬 ‘태즈메니아’에서 따왔다. 기아가 처음부터 호주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모델이다.
타스만 개발 당시 호주 블루마운틴에서 하천 도하 성능 평가를 진행하기도 했다. 기아 관계자에 따르면 호주 현지 소비자가 오프로드 주행을 즐기는 장소들을 찾아 테스트를 진행했다.
호주 소비자는 픽업트럭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호주 자동차 시장에서 전체 판매량 가운데 4분의1 이상을 픽업트럭이 차지할 정도다. 픽업트럭 판매량으로만 보면 호주는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연간 베스트셀링카도 픽업트럭인 포드 레인저와 도요타 하이럭스가 매년 1, 2위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다툰다.
7월 호주에서 출시되는 타스만이 판매 호조를 보인다면 연내 기아가 호주 자동차 시장 2위 브랜드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이 2024년 10월29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4 제다 국제 모터쇼’에서 타스만을 소개하고 있다. <기아>
기아 호주 법인에 따르면 타스만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구매 의향이 있다고 답한 소비자가 2만 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아가 호주에 타스만을 내놓으면서 제시한 연간 판매 목표치인 2만~2만5천 대와 맞먹는 수치다.
송 사장은 호주 픽업트럭 시장에서 타스만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호주 현지 공공 부문에 타스만을 납품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기아 호주법인은 타스만을 경찰 순찰차로 납품하기 위한 평가 절차 진행 중이다.
타스만이 테스트를 통과하면 기아 차량으로서는 중형 세단 스팅어,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6에 이어 세 번째 호주 경찰차로 채택된다.
최근 국내에서는 좌석이 한 줄만 있는 싱글캡(2도어) 형태의 타스만이 시험 운행 중인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기아는 현재 국내에서 적재함 길이를 줄이고 좌석을 2열로 배치한 4도어 타스만만 판매하고 있다.
기아는 타스만 싱글캡 모델을 호주, 중동 등 픽업트럭 수요가 많은 해외 시장에 내놓으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미 국내 소형 트럭 시장에서는 기아 봉고와 현대차 포터가 시장 점유율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스만 싱글캡 모델을 시험 운행 중인 것도 호주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보인다.
한편 기아는 호주 전기차 시장에서도 좋은 판매 성적을 내고 있다. 준중형 전기 SUV 'EV5'는 5월까지 호주에서 2212대가 판매되며 베스트셀링 전기차 2위를 차지했다. 소형 전기 SUV 'EV3'는 전기차 판매 순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타스만이 호주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고객 신뢰와 성능을 바탕으로 타스만이 호주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