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장이 그럴듯한 명분을 요구하면서 합의서나 동의서 등 서류를 제공한다고 해도 돈이 실제 입금되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다. 지역주택조합으로부터 분담금을 돌려받기를 원한다면 소송을 제기해서 승소판결을 받은 후에 강제집행을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픽사베이> |
[비즈니스포스트] 지역주택조합에서 분담금 반환을 약속하면서 해지동의 및 분담금반환 확약서를 작성해주는 경우가 있다.
이 확약서에 근거해서 분담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오애순(가명)씨는 역세권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광고를 믿고 A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 A조합은 사업종료 후에 분담금 전액을 반환한다는 '안심보장증서'를 발급해 줬고 오애순은 이 증서를 믿고 1억5천만 원을 분담금으로 납부했다.
어느날 이 안심보장증서가 무효이며 이를 기초로 체결된 조합가입계약도 무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조합 사무실에 찾아가서 항의했더니 양관식(가명) 조합장은 오애순에게 사과를 하면서 조합계약 해지동의서 및 분담금반환 확약서를 작성해 줬다.
분담금반환 확약서에는 오애순씨가 납부한 1억5천만 원 전액을 반환해주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양관식 조합장은 이런 확약서를 작성해준 사실을 알게 되면 조합 사업이 망할 수 있다면서 비밀유지조항도 추가했다.
오애순씨는 분담금 1억5천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기다렸으나 2년이 지나도 양관식 조합장은 나중에 사정이 좋아지면 준다는 말만 하고 분담금을 내주지 않았다. 오애순씨는 너무 애가 탔지만 비밀유지조항 때문에 누군가에게 말도 하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조합은 이제 공사가 거의 완공되어 가는데도 여전히 돈을 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애순씨는 분담금반환 확약서에 근거해서 분담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서울고등법원은 2023년 분담금반환 확약서는 무효이므로 이 분담금반환 확약서에 근거해서 분담금을 돌려받을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오애순씨는 최초 가입계약이 무효임을 전제로 분담금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안심보장증서가 무효인 주된 이유는 지역주택조합은 비법인사단이고 비법인사단의 재산은 총유물이기 때문에 이를 처분하려면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한다.
그런데 안심보장증서는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조합 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무효가 된다. 조합 가입 이후에 작성된 해지동의서 및 분담금반환확약서도 마찬가지 이유로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총유물을 처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기 때문에 무효이다.
대다수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은 최초 계약 후 돈을 돌려받으려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2차 사기의 피해를 입는 셈이다.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장이 그럴듯한 명분을 요구하면서 합의서나 동의서 등 서류를 작성하더라도 돈이 실제 입금되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다. 지역주택조합으로부터 분담금을 돌려받기를 원한다면 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은 후에 강제집행을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물론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서 법률적 검토를 마친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은 나중에 돈을 돌려받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지역주택조합이 자체로 작성한 합의서, 동의서 등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믿지 않는 것이 좋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변호사 상담을 받는 일이다. 주상은/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파트너변호사
글쓴이 주상은 변호사는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파트너변호사이다. 대한변호사협회 공인 재개발 재건축 전문변호사이고, 주로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건설 부동산 사건들을 취급해왔다. 대학원에서 민사법을 전공했다. 대학원에서는 논문을 주로 작성하다가 변호사가 된 후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법언어를 쉬운 일상 용어로 풀어 쓰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칼럼을 통해 일반인들이 법에 대해서 가지는 오해를 조금씩 해소해나가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