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내란 특검의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이 기각됐지만 소환조사를 이끌어냈다는 측면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재구속에 성공했다.
김건희 특검도 김건희씨 직접 소환을 위해 '포위망'을 서서히 좁히고 있다. 채상병 특검팀은 입주한 사무실이 화제를 낳고 있다. 세 특검팀이 항구를 떠나 이제 큰 바다로 들어선 형국이다.
▲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이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운데)가 2024년 9월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입장하고 있다. 김건희씨가 2024년 6월1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바이바이 플라스틱 백'이라는 문구가 적힌 에코백을 들고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법조계 움직임을 종합하면 내란·김건희·채상병 등 이른바 3대 특검팀은 수사를 위한 채비를 마치고 본격 수사에 나서고 있다.
특히 내란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전날인 25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내란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법원이 윤 전 대통령에게만 유독 '자애로운' 태도를 보인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6일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법원의 체포영장 기각을 두고 "법률을 엄정히 해석하지 않고 윤석열에게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한 결정"이라며 "'법 앞의 평등'이 무너진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란 특검팀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내란 특검팀은 25일 체포영장이 기각되자마자 언론 공지를 통해 "법원은 어제 청구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피의자가 특검의 출석 요구가 있을 경우 이에 응할 것을 밝히고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며 "이에 즉시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및 변호인에게 28일 오전 9시 출석을 요구하는 통지를 했다. 출석 요구에 불응 시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란 특검팀이 이처럼 강하게 압박하자 윤 전 대통령 측은 수사 기관의 소환에 더 이상 불응하기 어렵게 됐다. 불응하는 순간 체포영장 청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윤 전 대통령 쪽은 영장이 기각된 당일 입장문을 통해 "당당히 소환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요컨대 체포영장은 기각됐지만 윤 전 대통령 소환조사 압박에 성공한 셈이다. 내란 특검팀이 12일 출범 후 13일 만에 얻은 성과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1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하자 영장집행을 불허해 달라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냈고, 2차 체포 집행 당시에는 '제3의 장소', '방문조사' 등 조건을 내걸었다.
즉 내란 특검팀은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이 보여줬던 화려한 시간끌기 전략과 온갖 '법 기술'을 정면 돌파한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성과를 두고 내란 특검팀 특유의 거침 없는 수사 스타일이 그 비결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를테면 적진 한 가운데로 진격하는 듯한 특유의 수사 스타일이 이번에 통했다는 것이다.
내란 특검팀은 실제 세 특검팀 가운데 가장 빨리 채비를 갖췄고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기소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실제 법원은 25일 밤 구속 만료를 3시간 앞두고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추가 구속영장 심문에서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고 내란 특검팀의 추가 기소가 부당하다고 반발했지만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씨 소환 조사를 위한 '빌드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란 특검팀이 적진 한 가운데를 바로 찔러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면, 김건희 특검팀은 외곽에서부터 '차근차근' 포석을 둬 조여들어가는 모양새다.
김건희 특검팀의 박상진 특검보는 26일 서울 서초구 임시 사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씨 소환 시점을 언제로 예상하냐'는 질문에 "계속 검토하고 있으니까 조만간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는 내란 특검팀과 달리 김건희 특검팀은 수사해야 할 사건이 워낙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경 써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건희 특검팀은 명태균·건진법사의 선거 개입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창원 산업단지 개입 의혹 등 총 16개 부문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에 김건희 특검팀은 서울아산병원에 우울증 등을 이유로 지난 16일부터 입원 중인 김건희씨를 상대로 소환 조사를 통보하면서 서서히 압박해 들어갈 공산이 크다. 물론 관련 사건이 많고 조사할 내용도 방대해 마냥 기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채상병 특검팀은 수사 인력 보강 등 밑돌을 튼튼히 놓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국방부 등 유관 기관과 협의해 파견 인력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사무실도 윤 전 대통령 자책 인근인 서초동 서초한샘빌딩으로 최종 결정됐다. 24일부터 군 검사 4명이 특검팀에 배치돼 수사에 합류한다.
사무실 입주 뒤 본격적인 수사 채비를 갖춘 뒤 이른바 'VIP 격노설' 등 윤 전 대통령의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출국 과정,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 등을 수사한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