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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수 특별검사. |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명은 그냥 얻은 게 아니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수사에 착수한 지 2주 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눈앞에 수사의 칼끝을 들이밀었다. 이제 ‘장군’을 부르는 일만 남았다.
수시기간이 아직 50일 넘게 남아 있어 삼성그룹에 이어 롯데그룹, SK그룹도 특검 수사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3일 특검과 업계에 따르면 특검은 삼성 고위 관계자들로부터 이 부회장이 최씨 일가를 지원하라는 지시를 직접 내렸다는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이 부회장과 독대에서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지원을 요구한 정황도 파악하고 있다.
특검의 수사망이 점점 삼성그룹을 조여가는 모양새다. 특검은 조만간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 등을 차례로 소환한 뒤 이 부회장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경영진들은 지난해 말 검찰에 차례로 소환됐다. 당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혐의의 참고인 신분이었다. 하지만 특검이 이번에 부를 경우 제3자 뇌물죄 피의자 성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그룹은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로 승마훈련을 지원하는 차원이었다고 방어선을 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한 발언에 위증죄가 적용되지 않도록 하면서 대가성 청탁이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해 빠져나갈 구석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영수 특검의 수사전략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특검은 지난해 12월21일 수사에 착수하자마자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 등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곳들을 압수수색했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찬성을 삼성그룹의 최씨 일가 지원의 대가로 보고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검이 합병 당시 국민연금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임했던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을 처음 구속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문 이사장은 특검 조사를 받기 전까지 삼성물산 합병건 개입을 부인했지만 특검에서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과 박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많은 단서를 확보했지만 뇌물죄 혐의를 완성하기 위한 관건은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 사이에 삼성물산 합병지원 청탁이 오갔는지를 규명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삼성그룹 다음으로 롯데그룹과 SK그룹을 겨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출국을 이미 금지했다.
롯데그룹과 SK그룹은 면세점사업과 관련한 청탁의혹을 받고 있어 위태로운 처지에 몰려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사면 로비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박영수 특검은 과거에도 최태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구속하는 등 재계와 악연이 깊다. 이 때문에 특검으로 임명됐을 때부터 재계을 향해 수사강도가 높을 것으로 관측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