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 동결 전략을 지속하면서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미국 자동차 판매 1위인 토요타뿐만 아니라 경쟁사들 대부분이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상에 따라 판매 가격 인상을 발표했지만, 현대차는 여전히 가격 인상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 동결 전략을 지속하면서 미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기회로 삼고 있다. 정 회장이 올해 3월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미국 자동차 판매 순위 3위인 포드도 차값 인상에 나서는 가운데 4위 현대차그룹이 가격 동결로 판매량을 크게 늘리며, 포드를 제치고 3위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정 회장이 트럼프 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를 오히려 미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자동차 경쟁사들 대부분이 가격 인상을 발표한 가운데 현대차는 최대한 기존 가격을 유지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미국 판매 가격 동결 시한은 지난 6월2일이었다. 하지만 3주가 지났지만, 현대차는 여전히 기존 가격으로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 판매 가격 동결 연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오는 7월7일까지는 기존 가격으로 판매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이달 2일까지 제공하기로 했던 차량 할인을 7월7일까지 연장키로 했다. 현대차 미국법인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현대차 차량을 현금으로 구매하면 1750달러(240만 원)에서 2750달러(약 377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가격 인상에 나선다면 7월7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판매 가격 인상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판매 가격 인상을 최대한 늦추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가격 인상 없이 최대한 동결 전략을 유지하는 것은 판매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먼저 가격 인상에 나선 일본 미쓰비스 등의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
경쟁사 대부분이 가격 인상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가격을 동결하면 점유율 확대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그룹이 올해 미국 조지아주에 완광한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노동자가 차량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토요타, 제너럴모터스(GM), 포드에 이어 판매량 4위에 올라있다. 올해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현대차그룹이 72만3천 대, 포드가 93만1천 대를 기록했다. 판매량 차이가 20만 대 수준으로 줄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올해 들어 미국에서 매월 역대 최대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 판매 추이에 따라 포드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포드는 트럼프 정부의 4월 자동차 관세 발표 이후 할인 정책을 펼치며 재고를 소진하고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5월부터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차량 가격을 최대 2천 달러(273만 원) 인상했다.
현대차는 기존 재고에 더해 미국 수출량을 줄이고 현지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5월 현대차그룹 대미 자동차 수출 량은 모두 7만7892대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1.5%나 감소했다.
현대차가 5월 미국 앨라배마공장(HMMA)에서 생산해 수출한 차량은 모두 14대에 그쳤다. 지난해 5월보다 98.9%, 올해 4월과 비교해도 99.4% 감소했다. 미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최대한 현지에서 팔았다는 의미다.
올해 3월 준공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가동률도 100%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월 현대차가 콘퍼런스콜에서 밝힌 미국 현지 생산 판매 비중은 60% 가량이었다. 당시 구자용 IR 담당 부사장은 "미국 공장 가동률을 높이면 미국 판매량의 70~80%는 커버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미국 현지 생산 판매 비중을 정확히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판매 1위인 토요타는 7월1일부터 가격을 평균 270달러(37만 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토요타는 지난 4월 트럼프 정부의 자동차 관세 25% 부과 이후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인상을 결정했다.
미쓰비시는 이미 평균 2.1% 가격을 올렸고, BMW도 7월부터 가격을 1.9% 인상한다. 메르세데스-벤츠도 3~5% 가격 인상을 논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판매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인상폭이 1% 정도에 그쳐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