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한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에서 국내 클라우드 보안인증제(CSAP) 규제 완화가 주요 의제로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관세 협상 테이블에서 국내 클라우드서비스 보안인증제도(CSAP)가 주요 의제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실용 외교를 기조로 협상에 나서고 있는 만큼, 미국이 그동안 한국의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해온 CSAP 규제를 완화하고 자동차나 철강 관세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CSAP에 대한 규제 완화 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의 한국 클라우드 시장 공략 강도가 거세질 전망이다.
23일 IT업계에 따르면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오는 24일(현지시각)부터 27일까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상호관세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양국 관세 협상에서 미국 측이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한 CSAP가 주요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5월20일부터 22일까지 열린 2차 협의에서도 미국은 USTR의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근거로 한국의 비관세 장벽 해소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CSAP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망 사용료 부과 입법 움직임 등과 함께 미국이 문제 삼는 대표적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꼽힌다.
USTR은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CSAP를 통해 물리적 시설과 관리 인력을 국내 두도록 요구하고 있어, 미국 빅테크의 공공 분야 클라우드 시장 진출에 상당한 장벽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번 협의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기조를 앞세워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여 본부장은 22일(현지시각) 미국 덜레스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 정부 차원에서 큰 전략과 철학을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며 “국익에 가장 최선의, 실용주의적 방법을 택해 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전략에도 철강과 반도체 등 수출 주력 산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일부 규제 완화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특히 미국 측이 CSAP 문제 해결을 관세 인하와 연계하려는 태도를 보일 경우 정부도 협상 타결을 위한 전략적 선택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재계도 CSAP와 같은 비관세 장벽을 통행 관세 협상력을 높이는 방식에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5월26일 발표한 ‘트럼프 정부 관세정책 영향 및 대응과제 설문조사’에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5.3%가 미국과의 원활한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이 주장하는 비관세 장벽 해소 노력’을 정부에서 사진에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국내 주요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비관세 장벽 해소가 협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수단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비관세 장벽을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무조건 해소하자는 건 아니지만, 협상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 이재명 정부는 미국과 관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CSAP 규제 완화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
CSAP가 완화될 경우 그 여파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공공클라우드 시장은 KT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등 국내 업체들이 CSAP 인증을 기반으로 점유율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 완화가 현실화한다면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들이 공공 영역까지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정부가 공공클라우드 시장을 민간 기업에 개방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2024년 12월 마이크로소프트(MS), 20205년 2월 구글, 2025년 3월 아마존웹서비스 등 주요 빅테크들이 각각 모두 하 등급 수준의 CSAP 인증을 확보하며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CSAP가 공공클라우드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방어선 역할을 해왔다”며 “정부가 전략적 선택을 통해 규제를 완화한다면 빅테크의 국내 공공시장 진출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CSAP 완화는 공공 부문에서도 외산 클라우드 사용 확대를 의미할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서비스의 신뢰성과 건전성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CSAP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주관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인증 제도로, 민간 기업이 공공기관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필수로 받아야 한다.
인증제 등급은 상·중·하 3단계로 나뉘며, 비공개 업무자료와 민감정보가 포함된 시스템은 상·중 등급, 공개된 공공 데이터 운영 시스템은 하 등급 인증을 받아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