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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SK온 '텃밭' 헝가리에서 찬밥 되나, 중국 투자 유치로 K배터리 뒷전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5-06-20 15: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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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SK온 '텃밭' 헝가리에서 찬밥 되나, 중국 투자 유치로 K배터리 뒷전
▲ 헝가리 괴드(Göd)에 위치한 삼성SDI 배터리 공장 2017년 경 항공 사진. < 삼성E&A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배터리 기업이 설립한 유럽 생산 거점이 현지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와 중국 업체와 경쟁 심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특히 삼성SDI와 SK온은 최근 현지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는 데다 헝가리 정부가 중국 배터리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라 자칫 뒷전으로 밀릴 수도 있다.

19일(현지시각) 닛케이아시아는 헝가리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4월 헝가리 배터리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7%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헝가리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주요 기업은 삼성SDI와 SK온 두 곳 뿐이다.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에, SK온은 이반차와 코마롬에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두 기업은 국내외 배터리 공장별 생산량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헝가리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헝가리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

닛케이아시아는 “삼성SDI와 SK온의 헝가리 공장 가동률이 비슷한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참고로 LG에너지솔루션은 헝가리가 아닌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유럽에 진출해 다른 한국 배터리 제조사보다 생산 능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규모의 경제까지 갖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수요 둔화에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생산 라인 설치 등으로 대응함으로써 가동률 하락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2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 가동률은 50%를 밑돌 것”이라면서 “3분기부터는 회복을 예상한다”라고 바라봤다. 

이와 별도로 헝가리가 중국 배터리 공장 유치를 확대하고 있어 한국 배터리 제조사에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 CATL은 헝가리 데브레첸에 올해 말 배터리 생산을 목표로 하는 공장을 짓고 있다. 이브에너지와 신왕다 또한 각각 데브레첸과 니레지하저 지역에 내년 가동하는 일정으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삼성SDI를 비롯한 국내 기업도 원가 절감을 비롯해 가동률을 끌어올리고자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 SK온 '텃밭' 헝가리에서 찬밥 되나, 중국 투자 유치로 K배터리 뒷전
▲ 헝가리 데브레첸에 위치한 BMW 공장에 3월27일 위장막을 한 iX3 전기차가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 BMW >
BMW도 헝가리에서 전기차 제조를 준비하면서 배터리 공급사를 중국 업체로 선택했다. BMW는 올 연말부터 ‘노이에 클라세’ iX3 전기차를 생산하는데, CATL과 이브에너지에게서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CATL과 이브에너지는 BMW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지난 2022년 9월 결정했기에 최근 발생한 변수라 보긴 어렵다. 그러나 현재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직면한 한국 업체에겐 더 아프게 다가온다.

독일 자동차연구센터의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소장은 “CATL과 이브에너지가 BMW에 전략적으로 접근했다”라며 “한국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는데 이는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CATL과 이브에너지, 신왕다 등 중국 배터리 업체는 잇따라 헝가리에 공장을 설립하며 유럽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중국 자본 유치에 적극 나선 결과이기도 하다.

오르반 정부는 배터리 산업에 누적 1조5천억 포린트(약 5조8650억 원)를 투자했다. 

헝가리를 독일에 이은 유럽 내 2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고자 국내총생산(GDP)의 2%가 넘는 보조금을 투입했다. 삼성SDI나 SK온 등도 세액공제를 포함한 혜택을 입었다. 

그러나 헝가리가 중국 배터리 업체와 연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어 향후 헝가리 정부의 수혜가 중국 업체 쪽에 집중될 수 있다.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는 3일자 기사를 통해 “헝가리는 중국 전기차 산업 공급망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유럽 전기차 기업이 배터리 제조 사업 내재화에 나선 것 또한 한국 업체에 부담을 키운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연말까지 독일에 첫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은 폴크스바겐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종합하면 중국 업체가 공격적으로 들어온 데다 유럽 전기차 기업이 배터리 독립을 노리면서 헝가리를 ‘텃밭’으로 일구던 한국 배터리 제조 업체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두덴회퍼 소장은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한국 기업의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본다”며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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