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대표이사가 19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디지털 보험시장 산학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보험사 규모에 맞춰 자본규제 등을 유연화한다면 신생 디지털 소형 보험사가 연착륙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교보라플) 대표이사는 19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디지털 보험시장 산학 세미나’ 주제발표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캐롯손해보험이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되고, 디지털 전략을 앞세우던 하나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도 종합보험사 라이선스를 활용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등 디지털 보험사가 국내 시장에서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보험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김 대표는 디지털 보험사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며 생존해 나갈 수 있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글로벌 디지털 전환 흐름을 따라가고 혁신을 추구하려면 금융당국의 현실적 규제 완화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교보라플은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유일한 디지털 보험사다. 디지털 보험사(통신판매전문보험사)는 관련 규제에 따라 영업의 90%를 비대면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는 실질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디지털 보험사의 생존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보험은 상품 구조가 복잡한 특성상 설계사를 활용한 대면 영업이 효과적이라고 평가된다.
그러나 디지털 보험사는 비대면 위주로 영업하다 보니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보험을 적극 판매하기 어렵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국내 보험 시장은 설계사 채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수익성으로 연결되는 구조다”며 “디지털 보험사 생존을 위해서는 다른 규제 완화 등으로 활로를 열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사들과 동일한 자본규제 비율도 디지털 보험사가 사업을 확장하는 데 장애가 되는 이유로 꼽힌다.
자본 규제는 금융당국이 보험사가 위태로워질 경우에 대비해 미리 감독하는 영역이다. 보험사 경영이 흔들리면 금융시장이 받을 충격이나 소비자 피해를 우려해서다.
하지만 현재 신생 디지털 소형 보험사에도 대형 종합 보험사와 동일하게 지급여력비율(K-ICS) 등 자본 규제가 적용되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김 대표는 “대형 보험사보다 고객 규모나 시장에 미치는 충격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소형 보험사에는 유연하게 규제를 적용해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유럽과 일본 등 해외에서는 보험사 규모에 따라 차별화된 자본 권고 기준이 적용된다.
▲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대표이사가 19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디지털 보험시장 산학 세미나’에서 디지털 보험사 현황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마케팅 규제에 따라 디지털 보험사로서 강점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김 대표는 “디지털 보험을 포함해 이커머스의 핵심은 비교다”며 “하지만 현행 규제상 보험상품을 직접 비교안내하거나 저렴하다고 말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설계사 수수료가 없어 그만큼 저렴하게 보험상품을 제공하거나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보험사의 이점을 고객에게 전달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한계로 꼽혔다. 규제상 관련 내용을 광고에 담을 수 없어서다.
김 대표는 “규제 모두를 바꿔달라는 건 당연히 아니다”며 “다만 디지털 보험사 육성을 위해서는 소폭의 규제 완화를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제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교보라플의 ‘디지털 생명보험사’ 정체성을 놓지 않고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디지털 방식으로 보험을 팔 때 이 6가지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10년 영업으로 깨달았다”며 수익성 강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내용을 제시했다.
교보라플은 디지털 고객 특성을 고려해 △대형 플랫폼사와 제휴 △헬스케어 플랫폼과 집객된 고객과 소통 △보장 분석 프로그램 △고성과 상품 기획 및 개발 △데이터 기반 사전심사 △옴니채널과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교보라플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국내외에 알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
▲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대표이사(왼쪽)는 6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ITC 아시아 2025’에서 디지털 보험사로서 혁신 사례를 소개하는 등 디지털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
6월 초엔 신중현 교보라플 디지털전략실 실장 등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ITC 아시아 2025’에 참여해 디지털 보험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신 실장은 이날 세미나에도 김 대표와 함께 참여해 교보라플이 진정성 있게 디지털 보험사로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했다.
김 대표는 카카오뱅크 설립을 지원하는 등 디지털분야 경영 자문을 맡아왔고 AIA생명 임원으로 일하며 생명보험분야에서 디지털 경영혁신을 달성하는 등 ‘디지털 금융’에 정통한 인물로 평가된다.
2023년 12월 교보라플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자신의 강점을 살려 교보라플을 디지털 보험사로서 성장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