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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금융 신흥국을 가다 프롤로그⑦] 인하대 교수 성동기 "우즈베키스탄 대우그룹에게 자본주의 배워, 한국과 교류 적극"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5-06-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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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동남아시아의 캄보디아, 남아시아의 인도,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아직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지 않지만 이들 국가는 K금융의 미래 아시아 영토로 평가된다. 이들의 어떤 점이 K금융에 매력적 요인으로 평가될까. 비즈니스포스트는 그곳에서 묵묵히 일하며, K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 6월 캄보디아, 인도,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난다. 그 전, 프롤로그를 통해 이들 세 나라를 대략적으로 소개한다.

-프롤로그 글 싣는 순서
① '제국의 추억' 좇는 세 나라, 캄보디아 인도 우즈베키스탄의 변신
② 캄보디아 금융시장의 매력, '달러라이제이션'과 '개방적 규제'
③ 이제 막 깨어난 '경제 거인', 현대차 LG전자의 이유 있는 인도 증시 상장
④ 실크로드 중심지, '티무르제국' 우즈베키스탄을 국내 금융사가 눈여겨보는 이유
⑤ [인터뷰] 전북대 연구원 박진영 "디지털전환으로 혁신 꿈꾸는 캄보디아, 투자기회 많아질 것"
⑥ [인터뷰] 국제금융센터 최호상 전문위원 "월가 자본 인도 진출 준비 끝내, 도시화 진행되면 금융사에 기회 올 것"
⑦ [인터뷰] 인하대 교수 성동기 "우즈베키스탄 대우그룹에게 자본주의 배워, 한국과 교류에 적극적"

 
[K금융 신흥국을 가다 프롤로그⑦] 인하대 교수 성동기 "우즈베키스탄 대우그룹에게 자본주의 배워, 한국과 교류 적극"
▲ 성동기 교수가 5월 말 인천 인하대학교 연구실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만만찮은 기회의 땅.’

성동기 인하대학교 프런티어창의대학 교수가 바라보는 우즈베키스탄을 요약하면 이렇다. 성 교수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베크어로 박사 학위를 받은 최초의 한국인이다. 국내 우즈베키스탄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우즈베키스탄 현장 취재를 앞두고, 국내 금융사들의 현지 경쟁력 확대 가능성을 짚어보기 위해 5월 말 인천 인하대학교 60주년기념관 연구실에서 성 교수를 만났다.

성 교수는 우즈베키스탄이 금융뿐 아니라 국내산업 전반에서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 근거로 1991년 독립 이후 대우그룹과 우즈베키스탄의 인연 이야기부터 꺼내 놓았다.

“우즈베키스탄 경제를 이해하려면 대우그룹부터 알아야 합니다.

우즈베키스탄 초대 대통령이 이슬람 카리모프인데 이분이 당시 중앙아시아 독립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공업국가 발전전략을 추진했습니다. 당시 카리모프 대통령의 컨택 포인트가 대우그룹입니다.

세계경영을 외치던 김우중 회장과 카리모프 대통령의 발전전략이 딱 맞아 떨어진 거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발전된 제조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대우그룹이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크게 발전시킨 산업으로는 자동차를 꼽았다.

“제가 우즈베키스탄에 처음 간 게 1996년 9월인데, 공항에 딱 내리니까, 진짜 낯선 우즈베키스탄이었는데, 씨에로, 넥시아 등 대우 차들이 그때부터 막 돌아다녔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자동차에 진심인 나라입니다. 대우그룹이 우즈베키스탄을 세계 29번째 완성차 국가로 이끌었고 여전히 우즈베키스탄은 자체적으로는 물론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중국 비야디(BYD), 독일 만(MAN) 등과 협력해 자동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한 5개 ‘스탄’ 국가(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가운데 자동차를 만드는 곳은 우즈베키스탄이 유일하다.

우즈베키스탄은 과거 삼성전자 등에서 배운 기술력을 바탕으로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뿐 아니라 스마트폰도 자체 생산해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제조업이 강한 만큼 국내 산업과 접점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성 교수가 바라보는 우즈베키스탄의 강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은 일단 중앙아시아에서 인구(3600만 명가량)가 가장 많습니다. 평균연령도 30세 미만으로 젊습니다. 인구가 많고 젊다보니 미래 소비시장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교육수준도 높습니다. 옛 소련 교육시스템이다 보니 대부분 고등학교 이상 졸업했습니다. 제조업 중심으로 가려면 직업 교육이 중요합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양질의 노동력이 있는 겁니다.

거기다 중앙아시아에서도 ‘중앙’에 있다 보니 제조업 입장에서, 여기서 만들면 주변에 팔 수 있다는 점에서, 중앙아시아 제조산업의 거점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성 교수는 한국에 대한 높은 호감도, 넘치는 자원 등도 우즈베키스탄의 강점으로 꼽았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아마 한국과 외교를 맺고 있는 나라 가운데 1,2등을 다툴 겁니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의 독립 이후 2000년 이전까지 실질적으로 무역과 투자 1위 나라였습니다. 이에 일반 국민들뿐 아니라 대통령과 고위관료들도 한국을 좋아합니다.
 
[K금융 신흥국을 가다 프롤로그⑦] 인하대 교수 성동기 "우즈베키스탄 대우그룹에게 자본주의 배워, 한국과 교류 적극"
▲ 우즈베키스탄의 국장(The State symbols). 페르시아 신화에서 자유와 행복을 상징하는 새 '쿰모(khumo)'가 가운데 있고 날개 좌우로 각각 우즈베키스탄의 대표 농산물인 '목화'와 '밀'이 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 공식 홈페이지> 

우즈베키스탄은 금, 구리, 가스, 우라늄 등 지하자원도 많습니다. 목화도 우즈베키스탄의 대표 자원입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목화가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이 납니다. 소련은 우즈베키스탄에서 나는 목화로 모든 옷을 만들어 입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방직산업이 발달된 이유죠.”

우즈베키스탄은 경제성장률도 매년 6%대로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데다 구매력도 높다.

성 교수는 특히 세계은행(WB)나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공식통계보다 우즈베키스탄의 구매력이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지하경제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구소련 국가들의 경제를 이해하려면 지하경제를 알아야 합니다. 지금 우즈베키스탄 1인당 국민소득이 3천 달러 수준인데 실질 구매력은 여기에 2는 곱해야 합니다.

실제 가서 보면 직장인 월급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차들을 많이 끌고 다닙니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지하경제 규모가 커서 구매력이 훨씬 더 높은 겁니다.”

국내기업이 우즈베키스탄에서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분야로는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을 강조했다. SOC사업 확대에 따라 국내기업의 우즈베키스탄 진출이 늘면 국내 금융사의 역할도 자연히 확장될 것으로 전망됐다.

“우즈베키스탄은 수도 타슈켄트도 여전히 간간히 전기가 끊깁니다. 나라에 고속도로도 없어서 타슈켄트에서 사마르칸트까지 300km 정도 가는데 국도로 5시간 넘게 걸립니다.

국내기업은 이런 전기, 도로, 통신 등 SOC사업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한국기업은 중앙아시아에서 SOC사업 성공 모델도 가지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외곽순환도로’ 사업을 한국기업이 진행했는데 이런 모델을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성 교수는 새 정부에서 처음으로 열릴 한국과 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도 큰 기대감을 보였다. 새로 시작하는 정상 간 회의체인 만큼 양국 협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를 갔을 때, 한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창설하고 서울에서 첫 회의를 열기로 했습니다. 기존에 정기적으로 진행되던 장관급 ‘한-중앙아 협력포럼’의 급이 한 단계 높아진 것입니다.

내년 첫 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때 아젠다를 잘 잡아야 합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우리가 더디게 움직이는 사이, 우즈베키스탄에서 러시아 기업들이 빠진 자리를 중국기업들이 다 차지했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하지만 성 교수는 국내 기업의 우즈베키스탄 진출이 마냥 순탄할 것이라고는 바라보지 않았다. 위험요인도 다수 있기 때문이다.

성 교수는 우즈베키스탄 사업의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불(不)태환’을 꼽았다.

“우즈베키스탄은 여전히 태환이 골칫거리입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제품, 잘 팔립니다. 한국기업, 돈도 많이 법니다. 하지만 번 돈을 한국으로 보내려면, 그게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우즈베키스탄 화폐 ‘숨(UZS)’을 달러로 바꾸는 데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독립 이후 20년 넘게 이중환율제를 시행한 나라입니다. 미르지요예프 정권이 2017년 출범하면서 외환거래 자유화를 선언하고 이중환율제를 폐지했지만 여전히 달러가 귀합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달러를 바꿔주는 데, 보이지 않는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의 자존심인 자동차산업 같은 경우는 잘 바꿔줍니다.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산업은 잘 안 바꿔줍니다.

이렇다 보니 글로벌 선진 기업들이 잘 안 들어가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우즈베키스탄에는 맥도날드, 스타벅스가 없습니다.

과거 롯데그룹 같은 대기업도 우즈베키스탄 가스전을 개발하는 수르길 프로젝트에서 돈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나마 대기업은 버틸 수 있는 힘이라도 있지만 중소기업이 들어가기에는 불태환이라는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점도 국내기업의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 이미지가 좋아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제품이 잘 팔리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중국제품은 성능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태양광이 대표적입니다. 우즈베키스탄은 고온건조한 나라라 태양광 발전을 하기 좋습니다. 우리가 태양광으로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하려고 했는데 중국기업이 싼 가격에 들어오면서 시장을 다 잡아버렸습니다.

중국기업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기업이라면 우즈베키스탄 진출 시 중국의 저가공세를 넘어설 수 있는 차별적 경쟁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성 교수는 현재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한 국내기업 가운데 성공모델로 KT의 ‘이스트텔레콤(ET)’과 한국산업은행의 ‘KDB뱅크우즈베키스탄’을 들었다.

KT는 2007년 이스트텔레콤 지분을 인수해 우즈베키스탄 통신시장에 진출했는데 이후 우즈베키스탄에서 벌어들인 돈을 현지에서 적극 재투자하면서 경쟁력을 확대했다.
 
[K금융 신흥국을 가다 프롤로그⑦] 인하대 교수 성동기 "우즈베키스탄 대우그룹에게 자본주의 배워, 한국과 교류 적극"
▲ KDB뱅크 우즈베키스탄 본사. 수도 타슈켄트 중심지인 아미르 티무르 광장 근처에 있다. < KDB뱅크 우즈베키스탄 > 

한국산업은행은 2006년 대우그룹의 ‘우즈대우은행’을 인수하며 우즈베키스탄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3년 영국의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현지법인과 합병해 KDB뱅크우즈베키스탄을 우즈베키스탄 내 최대 외국계 은행으로 키워냈다.

성 교수는 인터뷰 말미 “우즈베키스탄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좀 많이 한 것 같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건, 우즈베키스탄을 향한 애정에서 비롯한 충고처럼 느껴졌다.

성 교수와 한 시간 반 남짓한 인터뷰는, 결국 우즈베키스탄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우즈베키스탄은 과거 대우그룹을 통해 자본주의를 배웠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1991년 자본주의 경제체제 전환 이후 매우 힘든 경제적 혼란을 경험했는데 이때마다 한국기업들은 적극적 투자로 우즈베키스탄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런 과거를 알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현재 정치 지도자들과 관료들은 지금도 경제발전을 위해 한국과 적극적 교류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즈베키스탄과 협력 확대의 긍정적 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우리가 잘 활용해야 합니다.”

성 교수는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우즈베키스탄 국립과학아카데미 역사연구소에서 한국인 최로로 우즈베크어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아미르 티무르: 닫힌 중앙아시아를 열고 세계를 소통시키다’ ‘21세기 유라시아 도전과 국제관계(공저)’ ‘우즈베크어-한국어 사전(공저)’ ‘우즈베키스탄 불멸의 고려인 영웅 김병화’, 그리고 국내 첫 우즈베키스탄 역사서인 ‘우즈베키스탄의 역사’ 등이 있다.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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