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 기자 sollee@businesspost.co.kr2025-06-12 16: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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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민 CJCGV 대표이사가 3월 열린 구성원 소통행사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 CJCGV >
[비즈니스포스트] CJCGV가 정종민 대표이사 취임 이래 첫 대규모 외부 자금 조달을 단행했다. 본업인 멀티플렉스 사업부문의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CGV는 영화상영부금 지급을 목적으로 반복해서 외부 자금을 조달했다. CJCGV는 지난달 30일 신종자본증권 400억 원 규모를 교부했다고 공시했다. 기관투자자가 120억 원을 청약하고 주관사인 KB증권이 280억 원을 인수했다.
2024년 11월 정종민 CJCGV 대표이사가 취임한 이후 이뤄진 첫 대규모 자금 조달이다.
CJCGV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등에 영화상영부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영화상영부금이란 매입채무의 한 종류로 영화관이 영화 상영 매출에서 일정 부분을 배급사에 정산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영화표 값에서 영화발전기금 3%와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나머지를 영화관과 배급사가 보통 50%씩 나눠 갖는다. 그러면 배급사는 5%를 갖고 45%를 투자사와 제작사에 나눈다. CJCGV는 이 50%를 지급하기 위해 외부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3월에도 영화상영부금을 지급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1200억 원 규모를 발행했다.
정종민 대표에게는 반복되는 자금 조달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풀이된다. 영화 상영 매출로 지급해야 할 매입채무를 외부 자금으로 메꾸는 셈이기 때문이다.
CJCGV는 영업활동만으로 현금을 충분히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관은 임대료와 인건비, 시설 유지비 등 고정비용이 크기 때문에 관객 수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지 못하면 이익을 내기 힘들다.
CJCGV의 1분기 국내 관람객 수는 2081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090만 명보다 약 33% 줄어들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3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5% 줄었다.
관람객 수가 급감한 것은 1분기 영화 흥행작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2024년 2월 개봉한 영화 ‘파묘’가 관객 1191만 명을 동원한 반면 올해 1분기 가장 흥행한 영화 ‘미키17’은 301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 CJCGV가 영화상영부금 지급을 목적으로 2024년부터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있다.
영화 흥행 여부에 매출을 의존한다는 점은 영화관 산업의 고질적 위협으로 꼽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CJCGV는 2020년 6월 공연과 스포츠 등 대체 콘텐츠를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아이스콘’ 브랜드를 선보였다.
정종민 대표는 3월 “아이스콘 콘텐츠를 비롯해 영화 이외에 고객이 극장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확장해 지속 발굴해야 한다”고 말하며 대체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12일 CJCGV 본사가 위치한 CGV용산아이파크몰 기준으로 대체 콘텐츠 상영은 가수 ‘인피니트’ 콘서트 실황 영화 2회차에 불과했다. 이날 해당 영화관의 전체 상영 회차가 91회인 것을 감안하면 2% 가량을 차지하는 미미한 비중이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아이스콘에서 영위하는 산업의 실적 기여도는 낮다”며 “애호가 중심으로 이루어져 매출 규모가 작고 이벤트 성으로 단기간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비용 부담이 큰 편”이라고 말했다.
본업인 멀티플렉스 사업부문에서 영화뿐만 아니라 대체 콘텐츠까지 도입했지만 돌파구가 되지 못한 것이다.
정 대표는 눈을 돌려 자회사 CJ4D플렉스가 맡고 있는 기술특별관 및 콘텐츠 플랫폼 사업부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2월 2024년 실적을 발표하며 “기술특별관인 스크린X와 4DX는 글로벌 확산과 콘텐츠 경쟁력 제고를 통해 혁신 성장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CJ4D플렉스는 현재 세계 74개국에 특별 상영관 1211개를 운영하고 있다. 3월 세계 최대 극장 체인인 AMC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전 세계에 스크린X와 4DX 상영관 65개를 개설하는 내용이다.
기술특별관 및 콘텐츠 플랫폼 사업부문의 1분기 매출은 264억58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1% 늘어났다. 하지만 전체 매출 5335억9100만 원 가운데 5%를 차지한 데 불과해 멀티플렉스 사업부문의 부진을 보완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