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6-11 17: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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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원제약의 주력 품목인 ‘펠루비’가 특허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면서, 정형외과 시장 공략을 위해 추진해온 ‘신바로’와의 병용 전략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대원제약의 주력 품목인 소염진통제 ‘펠루비’가 특허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면서 시장 내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백인환 대표이사 사장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나 일부 자회사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본업 수익성 유지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대원제약의 매출 양대 축 중 하나인 펠루비마저 흔들릴 조짐을 보이면서 백인환 사장이 적극 추진해온 ‘종합헬스케어기업’으로의 도약도 한층 험난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대원제약 안팎을 종합하면 자회사 실적 부진으로 인해 본업에서의 실적 방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진해거담제 ‘코대원’과 해열진통소염제 ‘펠루비’를 중심으로 별도 실적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대원헬스케어와 에스디생명공학 적자 탓에 연결 실적을 끌어내렸다.
대원제약은 2024년 별도기준 매출 5360억 원, 영업이익 408억 원을 냈지만 연결기준으로는 5981억 원, 영업이익 282억 원을 거뒀다. 수익성 후퇴는 특히 지난해 새롭게 연결편입된 화장품 자회사 에스디생명공학의 영향이 컸다.
백 사장은 대원제약의 사업다각화를 진두지휘하며, 종합헬스케어기업으로의 전환을 이끌고 있다. 대원제약은 전문의약품을 넘어 일반의약품, 컨슈머헬스케어, 화장품까지 영역을 확장해왔다. 2023년 말 회생절차를 밟고 있던 에스디생명공학 인수에 650억 원을 투입하면서 리스크를 안고서도 사업 확장을 밀어붙이는 행보를 보였다.
마스크팩과 아이패치 등을 주요 상품으로 보유한 에스디생명공학은 2019년부터 적자가 지속된 기업으로, 단기간 내 흑자전환은 쉽지 않은 과제로 평가된다.
결국 대원제약이 연결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선 본업에서 확실한 수익을 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코대원’과 ‘펠루비’ 등 주력 제품의 안정적인 매출 유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셈이다.
코대원과 펠루비는 올해 1분기 기준 대원제약 연결기준 매출 비중 17.4%, 8.8%를 각각 차지하며 수익 구조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3개년도 원외처방액 추이를 보면 진해거담제 코대원은 566억 원, 804억 원 932억 원, 펠루비는 412억 원 475억 원, 622억 원으로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펠루비와 병용 시너지를 내기 위해 지난해 10월 GC녹십자로부터 천연물 유래 골관절염 치료제 ‘신바로’ 자산을 양수하며 정형외과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구체적인 거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신바로가 2024년까지 174억 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의약품(매출 100억 원 이상)인 만큼, 업계에서는 상당한 투자금을 투입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최근 펠루비의 시장 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 올해 5월 대원제약은 펠루비 특허를 둘러싼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대법원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는 영진약품 등 제네릭(복제약) 업체들이 제기한 소송으로, 법원은 이들의 제품이 펠루비의 특허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허 자체가 무효화된 것은 아니지만, 제네릭의 시장 진입을 법적으로 막을 수단이 사라진 셈이다.
▲ 펠루비의 경쟁력 약화는 펠루비와 병용 전략을 기반으로 한 신바로 영업 전략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펠루비의 경쟁력 약화는 펠루비와 병용 전략을 기반으로 한 신바로 영업 전략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신바로는 장기 복용에 적합하다는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펠루비와 함께 병용 처방되는 전략이 주요 마케팅 포인트였다. 골관절염과 같은 만성 질환에서는 환자가 오랜 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므로, 신바로와 같이 장기 복용에 안전한 약물이 선호돼 병용처방된다.
키움증권도 “대원제약은 펠루비와 병용 처방 이후, 천연물 의약품인 신바로를 장기 복용 의약품으로 처방하는 영업을 전개하고 있어 같은 약을 팔더라도 제품으로서 더 높은 마진을 챙길 수 있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펠루비는 약가 인하 소송 부담도 안고 있다. 대원제약은 2021년 보건복지부로부터 기존 펠루비의 약가를 180원에서 125원으로, 펠루비서방정은 304원에서 234원으로 각각 인하하라는 처분을 받았고 이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제기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집행정지가 인용되면서 당장은 기존 약가를 유지하고 있으나, 패소할 경우 매출 타격으로 이어진다. 다만 2심에서 패소하더라도 3심까지 다툴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실제 인하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펠루비의 시장점유율이 워낙 강고한 만큼 단기간 내 시장이 급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펠루비는 2007년 출시된 후 해당 계열 소염진통제 시장에서 강력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유비스트가 발표한 원외처방액 기준 소염진통제 가운데 펠루비프로펜은 666억 원이었고 이 가운데 펠루비 및 펠루비서방정 처방액이 622억 원이었다. 제네릭인 펠프스와 펠로엔이 차지하는 비중은 6.6%에 불과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펠루비 실적이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는 만큼 특허 소송 패소 영향도 제한적일 수 있다”며 “제네릭 제품이 시장에서 얼마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각 기업의 영업 역량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