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06-11 15: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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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택배노조와 대리점연합회의 본협약 교섭 결렬에 따라 CJ대한통운이 올해 초 도입한 ‘주7일 배송’ 서비스의 차질이 우려된다.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며, 원청인 CJ대한통운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 CJ대한통운의 주7일 배송 서비스 운영과 관련한 택배노조와 대리점연합회 간 본협약 교섭이 결렬됐다. 택배노조가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노란봉투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CJ대한통운이 직접 교섭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신 대표가 지난 2024년 8월2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발언하는 모습. < CJ대한통운 >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노란봉투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주7일 배송 본협약 협상에서 노조 측 요구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택배노조와 상생책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남희정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향후 중노위의 조정의견을 상대 측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쟁의행위를 위한 찬반투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며 “택배노조의 합리적 요구에 대한 중노위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노조 측과 전국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연합회, CJ대한통운 3자는 2024년 8월 주7일 배송의 안착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하고, 지난 1월 노조와 대리점연합회가 기본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후 본협약 체결을 위해 교섭했으나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일부 대리점이 매긴 20~30%의 수수료율 인하를 위한 표준안 마련 △휴일배송 참여 확대를 위한 추가 수수료 지급 △산재보험료 상승분 대리점·원청 부담 확대 등을 요구하면서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여부에 따라 향후 양측의 입지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안은 하청업체 노조에 원청 기업 상대로 단체교섭권을 부여할 수 있는 '사용자의 범위' 조항을 포함하고 있으며, 노조의 쟁의행위에 따른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상법개정안·노란봉투법안 등의 본회의 상정을 논의하고 있다.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행사로 노란봉투법안은 폐기됐으나,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이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남정희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은 “노랑봉투법안이 통과되면 CJ대한통운이 제기한 ‘중노위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택배노조의 단체교섭권 인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하청기업 노조와 원청의 교섭 가이드라인 마련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노위 재심판정 취소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택배노조에 대한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CJ대한통운이 제기한 소송이다.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노조와 단체교섭에 나서야 하는 것은 물론 노조가 쟁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
택배노조와 대리점연합회의 교섭 결렬에도 아직은 CJ대한통운의 주7일 배송 서비스는 차질없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택배노조 소속 기사들은 개인 판단에 따라 이전처럼 일요일을 쉬는 '주6일 근무' 또는 '주5일 근무' 중 하나를 선택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택배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쟁의 행위로 이어질 경우 주7일 배송 서비스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영수 대표는 2021년부터 CJ대한통운 택배·이커머스 부문 대표를 지내다가 2024년 2월 대표이사로 내부승진 하며 주7일 배송 서비스 시행을 준비했는데 시행 첫해부터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맞이한 셈이다.
▲ CJ대한통운 택배·이커머스 부문은 올해 1분기 주7일 배송 시행과 관련한 비용 증가와 내수침체에 따른 이커머스 부진 등의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 CJ대한통운 >
택배노조의 요구는 명목상 대리점을 향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원청인 CJ대한통운이 대리점에 지급하는 도급료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7일 배송 프로모션 비용 증가, 내수 침체에 따른 이커머스 부진 등으로 CJ대한통운은 올해 1분기 기대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택배·이커머스 부문은 1분기 매출 8762억 원, 영업이익 343억 원을 냈다. 이는 1년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6.5%, 영업이익은 35.9% 감소한 수치다.
CJ대한통운 측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해결이 어려운 일부 산업 구조적 사안으로, 정부기관인 노동위원회를 통해 해결책을 찾겠다”며 “대리점연합회와 택배노조의 단체협약이 원만히 마무리 될 수 있게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