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14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CEO 합숙세미나에서 계열사 경영진에게 SK그룹 SKMS(SK그룹 경영관리체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최태원 회장이 2017년에 SK그룹 지배구조개편의 마지막 퍼즐을 맞출까?
야권에서 경제민주화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움직임을 보이면서 SK그룹도 지배구조개편을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이 2016년 연말에 임원인사를 통해 개편의 포석을 둔 만큼 2017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다.
◆ 최태원, 지배구조개편 서두를 가능성
30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지주사 SK와 SK텔레콤 등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개편과 관련한 안건의 의결을 추진할지 주목된다.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2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법안을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SK그룹도 지배구조개편을 서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최 회장이 SK하이닉스의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SK텔레콤의 인적분할을 뼈대로 하는 지배구조개편을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SK그룹 입장에서 기업이 인적분할할 때 자사주의 활용을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개편을 실시하는 것이 유리하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이 인적분할을 할 때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할 경우 법인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이 인적분할할 때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 회장은 지주회사 SK의 지분 23.4%를 보유해 이를 바탕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최 회장은 다른 SK 주요 계열사의 지분은 거의 소유하고 있지 않다.
증권업계는 최 회장이 SK텔레콤을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부문을 SK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내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를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바꿀 수 있는 데다 SK가 보유하게 되는 SK텔레콤 지분이 현재보다 많아져 SK 지분을 들고 있는 최 회장의 지배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런 시나리오로 지배구조개편이 이뤄지면 SK의 SK텔레콤 지분이 현재 25.2%에서 37.8%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신주를 자사주에 배정하는 데 제한이 걸리면 최 회장이 지배력을 강화하기 어려워진다. 지배구조개편의 큰 목적 가운데 하나가 이뤄지기 힘들어지는 셈이다.
최 회장이 이를 감안하고 작업에 속도를 붙이면 3월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주총회에서 SK텔레콤의 인적분할 등이 의결될 수도 있다.
경제민주화법안이 2월에 통과되더라도 발효될 때까지 유예기간이 있다. 3월 주주총회에서 관련 안건이 통과될 경우 유예기간 안에 개편을 추진하는 데 유리해진다.
SK텔레콤의 분할이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텔레콤을 인적분할할 경우 회사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신사업 육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어 주주들이 손해볼 일은 없을 것”이라며 “SK텔레콤과 신설될 회사의 합산 시가총액이 현재 SK텔레콤의 시가총액보다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인사이동으로 포석, 박근혜 게이트는 부담
SK그룹 연말 임원인사에서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발탁된 점은 앞으로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두 사람은 2015년 통합 SK가 출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
|
|
▲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왼쪽)과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컨트롤타워로 최 회장 중심의 오너경영체제 구축에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조 의장이 지배구조개편을 위한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박 사장은 신세기통신 인수와 하이닉스 인수 등 과거 그룹의 굵직한 인수합병을 이끌었다. SK텔레콤의 인적분할, SK와 합병 등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지배구조개편의 최대 핵심은 SK하이닉스를 지주사 SK의 자회사로 삼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SK 자회사인 SK텔레콤의 자회사다. 지배구조상 SK의 손자회사인 탓에 사업확대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과 함께 그룹의 한축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은 SK그룹이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하며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모델을 변화할 것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인수합병을 추진할 경우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SK하이닉스가 인수합병에 나서기에 자금부담이 크다.
SK하이닉스가 SK의 자회사가 될 경우 배당 등을 통해 최 회장과 SK가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SK는 현재 SK텔레콤을 거쳐 SK하이닉스의 배당을 간접적으로 확보하고 있는데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삼으면 직접적으로 신사업 투자 등에 활용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합 SK가 출범하면서 최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는 확립됐다”며 “SK하이닉스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최 회장이 앞으로 그룹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그룹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화룡점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는 데 '박근혜 게이트' 수사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최 회장과 SK그룹은 최 회장의 사면과 면세점사업 특혜 등을 바라고 미르와 K스포츠에 돈을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영수 특검은 대기업 총수의 사면에 대가성이 있었는지도 수사하겠다는 뜻을 밝혀 최 회장과 SK그룹도 특검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검수사가 최 회장과 그룹을 정조준할 경우 SK그룹 지배구조개편을 위한 움직임은 아무래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