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부터)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 지도부가 9일 오랜 만에 ‘대동단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날 쏘아올린 ‘9월 전당대회 개최 요구’ 등으로 당내 계파간 신경전이 본격화한 상황에서도 한 목소리가 나왔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이 되면 죄가 사라지나”라며 누군가를 정조준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권력 앞에 자발적으로 무릎 꿇은 판사 이름이 법학 교과서에 두고두고 박제될 것”이라 법원에 저주에 가까운 말을 퍼부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결정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 적었다.
이는 모두
이재명 대통령 재판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가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1차 공판 기일을 추후에, 아마도 5년 뒤에, 지정하기로 했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감정을 실려 있다. 이 대통령이 이른바 사법리스크에서 ‘최종적으로’ 벗어나는 듯 보이니, 국민의힘 지부도가 흥분해 거친 말을 쏟아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짚어봤으면 한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목소리로 향한 곳은 이 대통령, 정확히는 ‘이 대통령의 재판’이다.
이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부터 이른바 사법리스크가 최대 약점으로 부각됐다. 지금도 다섯 건 재판을 받고 있다. 구속 위기도 겪었고 지난달 1일 대법원 판결로 대선 출마의 길이 막힐 뻔했다.
권력 투쟁 과정에서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는 건 당연하다. 정치는 현실이니까.
그런데 너무 크고 쉽게 공격할 약점을 마주한 탓일까. 국민의힘은 지난 3년 동안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비판에 집중했다.
그래서 이렇게 물어보자.
“국민의힘은 ‘재판’말고
이재명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을까?”
이제
이재명 재판에 대한 비판은 약발이 다했다. 대법원은 뒷짐을 쥐고 있지만 서울고법을 시작으로
이재명 재판 5건은 모두 재판 일정이 연기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상당 기간 사법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은 이제
이재명 재판을 정치적 동력으로 삼을 수 없다.
돌이켜 보면 국민의힘은 지난 3년 동안 검찰이 차려준 ‘밥상’을 받아 맛있게 먹었다. ‘
이재명 악마 만들기’에 거의 성공했고,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때는 진짜 성공할 뻔했다.
국민의힘은 검찰이 차려준 밥상만 받다 보니 ‘정치적 근육’이 빠지고 게을러졌다. 정책 역량은 형편없이 떨어졌고, 미래 비전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물도 키우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정권을 되찾아오고 싶을 것이다. 야당으로서
이재명 정부 비판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좋은 비판’의 역량을 길러야 한다.
이재명 재판은 이제 비판의 대상이 아니다. 정책과 비전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비판을 내놔야 한다. 감정을 주체 못하고 쏟아내는 거친 말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일 뿐이다. 대한민국 정치에 한치의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은 건강한 비판, 생산적 비판이 듣고 싶다. 국민은 좋은 야당이 보고 싶다. 안우현 정책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