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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왼쪽)과 안용찬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 |
제주항공은 국내 5개 저비용항공사(LCC) 가운데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통계를 보면 국내 최초 저비용항공사인 한성항공이 취항한 2005년 8월 이후 지난해까지 저비용항공 이용 누적 탑승객은 5542만 명(유임승객 기준)에 이른다.
제주항공은 이 가운데 1720만 명의 탑승객을 수송해 3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업계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에어부산과 진에어는 각각 1220만 명과 980만 명을 실어 날랐다. 에어부산과 진에어의 점유율은 각각 22%와 17%다.
제주항공의 독주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올 상반기 항공시장동향 자료를 보면 저비용항공사들의 국내외 여객실적은 총 880만 명인데 제주항공은 255만 명을 수송해 29%를 차지했다. 에어부산과 진에어는 각각 22%와 18%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제주항공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제주항공은 2005년 설립 후 2010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냈다. 모기업인 애경그룹이 항공사를 운영해 본 경험이 없었던 탓에 사업초기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런 제주항공을 저비용항공 업계 1위에 올린 주역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안용찬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이다.
채 부회장과 안 부회장은 재계의 대표적 처남-매제 경영인이다. 채 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이고 안 부회장은 장 회장의 딸이자 채 부회장의 여동생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의 남편이다.
두 사람은 제주항공이 애경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믿고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제주항공을 성공한 저비용항공사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 채형석, 안용찬의 과감한 도전
채 부회장은 2004년 11월 제주지역 항공사 설립 파트너 자격을 따내며 항공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채 부회장은 “애경그룹 차원에서 항공사업에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취항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 부회장은 곧 애경그룹 내부의 반대에 직면했다.
애경그룹이 항공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없어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이 많았다.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기존 항공사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데 이들의 텃세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채 부회장은 반대를 무릅쓰고 항공사업을 밀어붙였다. 그는 “저비용항공사는 다른 항공사에 비해 항공요금이 저렴해 승산이 있다”며 “부족한 전문성은 전문 인력 영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채 부회장은 신사업이 성공하려면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믿었다. 이에 따라 그는 2006년 매제인 안 부회장에게 애경그룹의 생활항공사업부문을 맡겼다.
채 부회장은 제주항공을 위해 애경그룹의 곳간을 과감히 열었다. 그는 2005년 1월 제주항공을 설립한 뒤 지금까지 7차례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애경그룹이 제주항공에 투자한 금액은 950억 원에 이른다.
채 부회장은 제주항공이 2010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내는 위기 속에서도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
당시 안 부회장이 “사업을 그만 접는 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채 부회장은 자금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며 안심시켰다. 채 부회장은 2009년 말 애경그룹의 AK면세점을 롯데그룹에 매각하는 등 자금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채 부회장의 투자 덕분에 제주항공은 안정적 운영이 가능해졌다. 설립 당시 200억 원이었던 제주항공의 자본금은 현재 1100억 원으로 늘었다.
안 부회장은 사업초기 제주항공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었으나 채 부회장의 지원을 받으며 공격적 투자를 이어왔다. 안 부회장은 2012년 2월 제주항공의 경영총괄 대표이사로 선임됐는데 그해에만 4대의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했다.
제주항공은 항공기를 추가도입한 뒤 미국령 괌과 필리핀 세부, 중국 칭다오 등에 신규노선을 열었다. 이는 장기불황으로 저가항공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데 대응해야 한다는 안 부회장의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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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은 지난달 16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최초로 누적탑승객 2천만 명을 돌파했다. <뉴시스> |
◆ 취항 8년 만에 탑승객 2천만 명
제주항공은 실적을 통해 채 부회장과 안 부회장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16일 국내 저비용항공사 중 최초로 누적 탑승객 2천만 명을 돌파했다.
제주항공은 취항 첫 해인 2006년 탑승객 수 25만 명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 뒤 2007년 누적 탑승객 100만 명을 넘기며 성공한 저비용항공사의 모델로 자리잡았다.
제주항공의 탑승객 증가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2010년 9월 누적 탑승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때까지 걸린 기간은 4년 3개월이었다. 하지만 다시 500만 명이 늘어 1천만 명 고지를 넘어서는 데 불과 1년8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7월 누적 탑승객 1500만 명을 기록하며 탑승객 500만 명이 느는 데 걸리는 기간을 1년 2개월로 또 한 번 단축시켰다. 이번에 2천만 명을 달성하는 과정에서도 이 기록은 다시 1년으로 줄었다.
이는 제주항공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항공기를 도입해 운항횟수와 공급좌석을 늘린 덕분이다.
제주항공은 첫 취항 당시 1대의 항공기로 하루 5회, 370석을 공급했다. 이제 하루 평균 93.4회 운항하며 1만7500석을 공급하고 있다. 8년 동안 약 47배 이상 수송능력이 급증한 것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6월 말 항공기 1대를 추가도입해 현재 총 16대의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 연말까지 항공기 1대를 더 들여와 총 17대를 운영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탑승객 증가에 힘입어 실적 역시 동반상승하고 있다.
취항 첫해인 2006년 매출은 118억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4323억 원을 기록해 8년 동안 36.6배나 늘었다.
제주항공은 2010년까지 적자행진을 이어왔지만 2011년 138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제주항공은 2012년과 지난해 각각 21억 원과 151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3년 연속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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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은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스자좡과 자무쓰를 오가는 정기노선을 신설했다. <사진=인천공항공사> |
◆ 업계 1위, 제주항공의 과제
제주항공이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가장 시급한 것은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내외 저비용항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주항공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국내노선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올 상반기 저비용항공사의 국내선 분담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포인트 증가한 49%에 이른다. 국내선 탑승객의 절반 정도가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할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 저비용항공사의 국내선 분담률은 2009년까지만 해도 23.3%에 불과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의 국내선 시장점유율은 감소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상반기 김포-제주노선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포인트 떨어진 14.3%다. 제주-김해노선과 제주-청주노선 점유율도 각각 0.3%포인트와 0.1%포인트 줄었다.
이는 2분기 제주항공의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제주항공은 올해 2분기 19억1200만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0억 원 줄어든 액수다.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13% 늘어난 1156억6천만 원을 기록했지만 저비용항공사 간 경쟁이 심화된 탓에 영업이익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제주항공은 국제노선을 강화해 이를 극복하려고 한다. 제주항공은 지난 22일부터 인천-스자좡과 인천-자무쓰 등 중국 2개 노선의 정기운항을 시작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5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이들 노선에 대한 국제항공운수권을 배정받았다.
상반기 저비용항공사들의 국제노선 분담률은 11.6%다. 국내노선과 비교해 저비용항공사들의 경쟁이 덜해 제주항공이 점유율을 확대할 여지가 많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