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가 공항 면세점 명품 경쟁력 강화와 고부가가치 비즈니스 단체관광객(MICE) 유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유신열 대표이사.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면세업계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신세계디에프가 운영하는 신세계면세점의 시내면세점과 공항면세점이 영업흐름에서 온도차를 나타내고 있다.
유신열 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 운영사) 대표이사는 공항 면세점 명품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방어하면서 하반기 시내 면세점 단체관광객 집중 유치를 통한 실적 반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5일 신세계면세점에 따르면 시내 면세점인 명동점은 양호한 영업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공항 면세점인 인천공항 1·2터미널점은 높은 임대료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신세계면세점은 5월8일 인천지방법원에 제1·2 여객터미널 면세점 중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 임대료를 40% 내려달라는 내용의 조정 신청서를 냈다. 인천국제공항과 수차례 임차료 인하 협상을 시도했으나 거절당하자 법원에 조정을 신청한 것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2023년부터 고정 임차료에서 공항 이용객 수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런 가운데 공항 이용객 수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을 빠르게 회복했지만 면세점 이용자 수와 매출은 줄어들면서 공항 면세점들은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유신열 대표는 2023년 5월 통 큰 베팅으로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권을 낙찰 받았다. 신세계면세점은 여객 수 1인당 최저수용액(일종의 최저입찰금액)이 5617원인 2구역 입찰에 이보다 60% 이상 많은 9020원을 제시했다.
유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면세업계의 위기가 고조되던 2020년 12월 신세계디에프 수장에 올랐다. 2021년 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웠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연달아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신세계면세점은 고환율과 공항 임차료 부담이 늘면서 지난해 영업손실 359억 원을 봤고, 올 1분기에도 적자를 지속했다.
공항 면세점 임대료가 낮아지면 신세계면세점 수익성 회복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 향방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다.
유 대표는 최근 공항 면세점 명품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2월 루이비통 3층 여성 매장을 연 데 이어 최근 4층 남성 전용공간을 확장 개점하며 인천공항 제2터미널 개항 후 7년 만에 국내 면세점 최초로 2개 층으로 구성된 매장 운영에 들어갔다.
4월엔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여성복과 남성복 라인을 모두 갖춘 ‘원 디올’ 콘셉트의 디올 부티크를,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셀린느’ 부티크를 새로 열었다.
장민지 교보증권 연구원은 신세계디에프의 모회사 신세계 실적을 놓고 “앞으로 면세점 내 명품 브랜드 입점 확대에 따른 객단가 상승세 지속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이 더욱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내 면세점은 업계 구조조정에 따른 경쟁 완화로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경쟁사인 현대면세점은 7월 말까지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무역센터점을 기존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축소 운영한다고 밝혔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1월 부산점 영업을 종료했다.
유 대표는 시내면세점인 명동점과 관련해선 고부가가치 외국인 비즈니스 단체관광객(MICE)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영업 효율을 위해 객단가를 높이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중국 보험사 고객, 대형 크루즈 관광단, K뷰티 기반 의료뷰티 체험단 등 다양한 목적을 지닌 외국인 단체들이 서울을 방문해 상반기 약 3만여 명이 면세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됐다. 신세계면세점은 단체별 특성에 맞춘 유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뷰티매장. <신세계디에프> |
앞서 4월 한 달 동안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방문한 중국 보험사 단체 고객만 약 5천 명에 이르렀고 상반기 내 2만 명 이상이 추가로 방문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단체관광객 객단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사업 목적 테마 단체의 객단가는 여전히 일반관광단체보다 3~4배 이상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 비자면제를 올 3분기 중 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신세계디에프는 해당 정책이 시행되면 대규모 일반 관광객보다 비즈니스 출장이나 의료·뷰티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시내면세점 반등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신세계면세점 실적이 구조조정과 시내면세점 경쟁 완화로 바닥 구간을 지났다는 분석이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임대료 40% 인하 협상을 차치하더라도 명품 매장 오픈에 따른 객단가 상승이 예상돼 공항점 적자는 최악을 지났다는 판단”이라며 “올해 3분기 중 시행 예정인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 조치는 백화점 및 면세점 전반에 긍정적이며, 신세계는 이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바라봤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