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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항공사는 과연 안전할까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8-27 21: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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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가항공사는 과연 안전할까  

▲ 지난 6월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휴가를 떠나려는 여행객들이 몰렸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의 고속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상반기 항공시장동향’을 보면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 5개 저비용항공사들의 올 상반기 여객 운송량은 880만 명에 이른다.

5개 저비용항공사들의 국내 여객 운송량은 570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1.5% 늘어났다. 국제 여객 운송량은 310만 명을 기록해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37.1%나 증가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의 역사는 불과 9년밖에 되지 않았다. 2005년 8월 설립된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이 처음으로 저비용항공사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것이 시작이었다.

저비용항공사들은 초창기 탑승객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저비용항공사들의 2005년 연간 탑승객 수는 2만여 명에 불과했다. 2007년에도 100만 명을 실어 나르는데 그쳤다. 이 과정에서 한성항공과 영남에어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문을 닫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누적 탑승객 5천만 명을 돌파하며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5개 저비용항공사들이 지난해 모두 영업이익 흑자를 낸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적자를 기록해 대형항공사의 체면을 구겼다.

저비용항공사들의 전성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2014년 상용기 시장전망보고서’에서 “향후 20년 동안 상용여객기 수요가 3만6770 대에 달할 것”이라며 “이 가운데 저비용항공사들이 주로 운용하는 단일통로 여객기 수요가 70%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렴해지는 항공권 가격

필리핀 국적의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는 지난 25일 내년도 항공권을 대거 할인판매했다.

에어아시아는 부산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는 항공권을 최저 9만9천 원이라는 파격적 가격에 선보였다. 한국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호주노선의 경우 20만 원대로 책정했다. 이날 에어아시아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앞순위에 꽤 오랜 시간 이름을 올렸다.

  저가항공사는 과연 안전할까  
▲ 제주항공은 지난 25일 가을 제주여행 특가 항공권을 선보였다. <사진=제주항공 홈페이지>
국내 저비용항공업계 1위인 제주항공도 같은날 가을 제주여행 특가항공권을 판매했다. 제주항공은 다음달 2일부터 10월 말까지 사용할 수 있는 김포-제주와 부산-제주 노선을 편도기준 3만500원에 내놨다.

두 업체의 특가 항공권 판매는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어떻게 짧은 기간에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주는 대표적 사례다. 저비용항공사들은 대형항공사들에 가격 경쟁력으로 맞서면서 점유율을 높여왔다.

일반적으로 저비용항공사들은 항공권 가격을 대형항공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내놓는 항공권 가격의 약 80% 수준으로 책정한다. 온라인이나 각종 행사를 통해 구입하면 할인율이 50% 수준에 이른다.

대형항공사들과 저비용항공사들의 수송단가를 비교하면 저비용항공사가 훨씬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대한항공이 국내선 탑승객 1명을 1km 실어 나르는 데 드는 비용은 209원이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178원이다. 반면 제주항공은 112원으로 대한항공의 53%, 아시아나항공의 63% 수준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이 값 싼 항공권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은 대형항공사들이 기본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유료화해 비용을 줄인 덕분이다. 대부분의 저비용항공사들은 기내식과 모포 제공 등을 통해 부가수익을 얻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달부터 추가요금을 내면 좌석을 지정할 수 있는 ‘좌석 찜하기’ 서비스를 전 좌석으로 확대했다. 진에어는 5천 원을 더 내는 탑승객에게 먼저 탑승해 좌석을 고를 수 있게 하는 ‘우선 탑승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 저비용항공시대 발목 잡는 안전논란

지난달 27일 중국 칭다오를 출발해 김해공항으로 향하던 에어부산 여객기가 이륙한지 10분 만에 회항하는 일이 벌어졌다.

회항의 원인은 기체결함이었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항공기 내 기압을 조절하는 여압장치에 이상이 생겨 회항을 결정했다.

에어부산이 수리를 마치고 다시 출발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9시간이나 됐다. 그동안 149명의 탑승객들은 칭다오공항에서 발이 묶인 채 불편을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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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3일 승객과 승무원 58명을 태운 대만 푸싱항공 소속 GE-222 소형항공기가 대만 펑후섬 마공 공항 인근에서 비상착률을 시도하다가 실패해 47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시스>
최근 연이은 항공사고로 국내 항공사들의 안전문제에 대한 탑승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월에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인도양 상공에서 실종된 데 이어 지난달에 대만 푸싱항공 착륙사고와 알제리항공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대형항공사보다 저비용항공사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이 수익성을 높이려면 결국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안전에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200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발생한 항공사 사고를 조사한 결과 저비용항공사의 1만 회 운항 당 사고 및 준사고 발생은 0.63건이었다. 이는 0.17건인 대형항공사보다 3.7배나 높다.

저비용항공사들은 비용을 줄이려고 안전을 등한시하는 일은 없다고 주장한다. 제주항공의 한 관계자는 “단 한 번의 사고는 적자보다 회사에 더 치명적”이라며 “안전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회사의 경영철학”이라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들은 대형항공사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자금사정과 자체정비를 진행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 탓에 안전논란에 시달린다. 대형항공사를 모기업으로 둔 진에어나 에어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저비용항공사들은 부품조달 능력과 정비능력 면에서 대형항공사보다 뒤지는 게 사실이다.

탑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조종사들의 자격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의 기장승격 심사에서 제주항공은 모두 19번 불합격했다.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도 각각 16번과 11번 자격미달 판정을 받았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각각 6번과 5번이었다.

이는 저비용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노선을 늘리는 과정에서 경험이 부족한 기장들을 철저한 검증없이 채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최소 1천 시간의 운항경력을 가져야만 조종사로 뽑는다. 부기장이 기장으로 진급하려면 5년 이상의 부기장 경력과 4천 시간의 조종경험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머지 4개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조종사를 뽑을 때 적용하는 최소 운항경력을 모두 250시간으로 통일하고 있다. 부기장의 기장진급 요건은 3년으로 대한항공과 진에어에 비해 느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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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3일 공개한 국내 항공사 운항지연율 자료

◆ 저질 서비스 논란


저비용항공사들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쉽게 벗지 못하고 있다. 대형항공사보다 질 낮은 서비스가 연일 도마에 오르는 탓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3일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항공사 지연운항은 9102건에 이르렀다. 평균 지연율은 5.8%였다.

대형항공사들은 평균보다 낮은 지연율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3.3%였고 아시아나항공은 5.7%였다. 두 항공사 모두 지난해보다 지연율이 낮아졌다.

반면 에어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4개 항공사들의 지연율은 평균보다 높았다. 진에어는 12.1%라는 높은 지연율을 기록해 지난해에 이어 지연운항 1위 항공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진에어의 지난해 지연율은 9.3%였다.

김 의원은 “항공서비스가 늘어난 여행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해 지연운항이 속출하는 것은 문제”라며 “사전 운항계획을 면밀히 마련해 탑승객들의 불편을 최대한 줄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탑승객들은 대형항공사에 비해 저비용항공사 여객기 탑승이 불편하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저비용항공사 탑승객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부분은 탑승교를 배정받지 못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탑승객들은 똑같은 공항이용료를 내고도 저비용항공사를 타기 때문에 찬밥 대우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저비용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특가항공권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저비용항공사들이 대형항공사보다 과도한 환불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국제선 특가항공권의 환불 수수료는 평균 5~6만 원 선이다. 이에 비해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수수료를 10만 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공항이용료와 유류할증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환불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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