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06-05 16: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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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삼성중공업이 글로벌 선사들의 연이은 컨테이너선 발주에도 제대로 수주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은 도크 건조 일정을 고려하고,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등 국내 경쟁 조선사에 고객사를 빼앗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삼성중공업이 올해 상반기 컨테이너선 발주 강세에도 컨테이너선 수주 실적에서 국내 조선 경쟁사들에 비해 크게 뒤처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내건 올해 상선 수주액 목표 58억 달러 달성의 관건은 하반기 LNG운반선 수주실적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상선 분야 수주 목표로 58억 달러를 내걸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하반기 LNG운반선 수주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5일 삼성중공업의 올해 컨테이너선 수주 실적은 지난 4월 말 대만 해운선사 완하이로부터 수주한 2척, 4억 달러가 유일하다.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 한화오션이 올해 컨테이너선 수주 강세에 올라타 대형 계약을 따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국내 조선업계의 컨테이너선 수주 현황에 따르면 대형 컨테이너선 제조사 4곳(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은 올해 4월까지 모두 36척을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2척보다 4척 더 많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이 현재 일본 해운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와 컨테이너선 총 12척(옵션 4척 포함), 26억4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프랑스 해운선사 CMA CGM으로부터 25억 달러 규모(3조7천억 원)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수주한데 이어 4월에도 HD현대삼호·HD현대미포가 합산 17억7500만 달러(2조5천억 원)의 컨테이너선 22척 수주를 따냈다.
한화오션은 지난 2월 독일선사 하팍로이드와 컨테이너선 6척의 건조의향서를 체결하면서 건조계약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또 지난 3월 대만선사 에버그린과 16억 달러(2조3천억 원)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 건조계약을 체결하면서, 에버그린으로부터 첫 수주를 받았다.
에버그린은 2010년 삼성중공업에 처음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한 이후 △2018년 7억5200만 달러(8척) △2019년 9억2천만 달러(6척) △2021년 24억8천만 달러(20척) △2023년 31억1천만 달러(16척) 등 그동안 삼성중공업과 탄탄한 협력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에버그린이 한화오션을 선택함에 따라 삼성중공업과의 협력 관계에 금이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선사들이 한번 조선사와 신뢰관계 구축하면, 다른 조선소가 선사로부터 수주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며 “선주는 수천억 원을 들여 적재화물과 주 운항항로에 맞춘 사양으로 주문하는 만큼, 조선소를 고르는데도 신중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회사의 도크가 3년 간 건조일정이 가득 찬 상태였기 때문에 납기 슬롯이 남아 있는 한화오션으로 에버그린 컨테이너선 수주가 돌아간 것”이라며 “도크 건조 일정에 맞춰 선별수주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만 선사 에버그린은 2010년 이후 삼성중공업과 끈끈한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하지만 지난 3월 삼성중공업 대신 한화오션과 16억 달러 규모의 컨테이너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오른쪽)가 지난 3월 장옌이 에버그린 회장과 건조 계약식을 체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올해 상선 부문 수주액 목표 달성의 관건은 하반기 미국의 LNG수출 프로젝트 재개에 따른 LNG운반선 수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벤처글로벌의 LNG CP2 프로젝트가 올해 3월 최종 승인을 획득하고, 2027년 수출을 시작할 예정이다. 벤처글로벌은 8~12척, 최대 30억 달러 규모의 LNG운반선을 발주할 예정이다.
또 액손모빌이 12~15척의 LNG운반선을 발주할 예정이며, 이밖에 모잠비크의 LNG수출 프로젝트 발주처인 토탈에너지스와 LNG운반선 8척 발주도 논의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몇 년간 LNG운반선 수주 실적을 쌓으며, LNG운반선 건조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실제 올해 4월 말 기준 회사의 수주 잔고를 보면, 수주한 상선 147척 가운데 절반 이상인 79척이 LNG운반선이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