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승협 신세계푸드 대표이사가 새 가맹 모델을 들고 노브랜드버거 사업 확장에 본격 나선 가운데 SPC삼립 공장 사망사고에 따른 재료 공급 부족으로 인해 성장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강승협 대표가 5월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브랜드버거 비전을 발표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신세계푸드의 버거 프랜차이즈 노브랜드버거가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의 유탄을 맞았다. 햄버거 빵(번) 전량을 납품하던 시화공장이 멈춰서면서 필수 재료 공급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강승협 대표이사는 지난해 10월 말 신세계푸드 수장에 오른 뒤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며 외식사업 역량을 노브랜드버거에 집중했다. 최근 새 가맹모델을 들고 노브랜드버거 사업 확장에 나섰는데 SPC발 암초에 회사 성장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4일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최근 회사는 노브랜드버거 햄버거 빵(번) 자체 생산을 시작했다. 해당 물량은 조만간 노브랜드버거 가맹점으로 공급을 시작한다.
이는 SPC삼립 시화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햄버거 빵 공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신세계푸드는 자체생산 외에 추가 납품사를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5월19일 경기 시흥에 위치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뒤 이 공장 전체가 가동을 중단했다. 2일 사고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10개 라인을 제외한 19개 라인의 가동을 재개했지만 햄버거 빵은 가동이 중단된 라인에 포함돼 있어 생산 차질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브랜드버거는 햄버거 빵 전량을 SPC로부터 공급받고 있어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신세계푸드는 시화공장 생산 중단으로 SPC삼립에서 납품하는 햄버거 빵 공급량이 10~15% 줄어들자 직영점 5곳의 영업을 중단했다. 일부 가맹점에도 점주 판단에 따라 영업시간 조정과 배달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강 대표는 5월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노브랜드버거 가맹 모델을 발표하며 공격적 고객 접점 확대를 재개할 계획을 밝혔다.
새 가맹 모델은 버거의 본질과 운영에 필요한 핵심만 남기고 인테리어 등 그 밖의 비용을 최대한 걷어내 출점 비용을 약 40% 줄이는 것을 뼈대로 한다.
기존에 운영해온 스탠다드 모델 점포를 여는 데는 간판·인테리어·설비·전산장비 등을 포함해 82.5㎡(25평) 기준 1억8천만 원이 들어갔지만 새로 도입하는 콤팩트 모델은 49.6㎡(15평) 기준 1억5백만 원으로 개점할 수 있다.
강 대표는 “노브랜드 가치를 담은 신규 가맹 모델은 가맹점주들의 창업 부담을 덜어주며 노브랜드버거 사업이 성장하는 데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신규 가맹 모델을 통한 사업 확장으로 2030년까지 버거 업계 ‘톱3’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1200억 원이었던 노브랜드버거 매출을 2030년 7천억 원으로 6배 가까이 키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신세계푸드는 5월23일과 30일 각각 서울과 부산에서 노브랜드버거 사업설명회를 열고 가맹점 유치에 본격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필수 재료인 햄버거 빵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신세계푸드 성장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노브랜드버거는 현재 공식 앱(애플리케이션)에 햄버거 빵 공급 부족으로 인해 배달 주문이 어려울 수 있다는 안내문을 올려 둔 상태다. <노브랜드버거 앱 화면 갈무리> |
강 대표는 1995년 신세계에 입한 30년 ‘신세계맨’이다. 2020년 이마트 지원본부장 겸 재무담당, 2022년 이마트 지원본부장겸 지마켓 지원본부장 등을 지낸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강 대표는 지난해 10월 신세계푸드 수장에 오른 뒤 사업 조정을 통한 효율화작업에 속도를 냈다. 수익성이 낮은 단체급식 사업장을 정리하고 대기업 등 대형 사업장과 고급 아파트 커뮤니티 급식 등 그룹 밖 외부 사업장으로 확대를 지속했다. 외식 사업에서도 비효율 사업장을 철수하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내세운 노브랜드버거 가맹사업에 사업부문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신세계푸드는 올해 1분기 내수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도 전년 동기보다 69.7% 급증한 영업이익 79억 원을 냈다. 저수익 사업을 정리한 영향을 받아 같은 기간 매출은 6.1% 줄었다.
노브랜드버거는 최근 2년 동안 확장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신세계푸드는 2019년 8월 노브랜드버거 1호점 홍대점을 열며 버거업계에 진출한 뒤 2021년 5월 업계 최단기간인 20개월 만에 100호점을, 그 뒤 19개월 만인 2022년 12월 200호점을 열었다. 하지만 2023년에는 246호점, 지난해 265호점으로 증가세가 크게 꺾였다.
더욱이 폐점하는 매장이 늘면서 현재 실제 운영하고 있는 매장수는 가맹 196개, 직영 17개 등 213개에 그친다.
강 대표로서는 노브랜드버거를 중심으로 외식사업 확장을 재개하는 시점에 큰 암초를 마주한 셈이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햄버거 빵 자체생산과 추가 납품사를 찾아나선 것은 현재 햄버거 빵 부족분에 관한 대응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거나 전환하는 조치는 아니다.
햄버거 빵 공급 정상화 시점과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납품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중”이라며 “SPC 쪽도 기존에 납품하던 물량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지만 구체적 정상화 시점을 확답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는 올 2분기 노브랜드버거 20개 가맹점을 출점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전체 가맹점의 10%가 넘는 수치다.
강 대표가 SPC발 공급난을 뚫고 노브랜드버거의 도약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번 공급 부족은)일부 물량 차질일 뿐 노브랜드버거 가맹점 확대에는 문제가 없다”며 “(자체생산 등으로)확보한 번 물량을 가맹점에 우선 공급하고 있고, 가맹점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일부 직영점에 영업중단 등을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