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월3일 밤 제21대 대통령 선거 당선이 확정적이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를 겪은 대한민국의 정치 양극화 해소와 대내외 경제 불안 극복, 내수 경기 회복을 비롯한 국가 성장동력 확보 등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2024년 12월3일 ‘계엄의 밤’, 국민의 눈은 국회의사당을 향했다.
그리고 정확히 반 년이 지난 2024년 6월3일 ‘대선의 밤’, 국민의 눈은 대선 개표 방송을 향했다.
3일 밤 11시50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 확실하다.
그는 엄혹한 계엄의 밤 스스로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국회 담장을 넘어야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이끌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성공하면서 내란 진압이 본궤도에 올랐다. 이제 그가 '대한민국호'의 키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당선인이 걸어갈 길은 꽃길보다 가시밭길에 가깝다. 이전 정권이 남긴 내란 사태의 종식, 한국의 경제위기 돌파, 정치적 양극화 해소와 국민통합 등 수많은 과제가 눈앞에 놓여 있다.
먼저 내란 종식이 시급하다. 정치 안정과 국민통합, 정부 기능의 정상화 등은 오직 내란 종식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재명 후보 당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시작된 국정 혼란을 수습해 달라고 국민은 유권자로서 그에게 '명령'했다. 장기간 이어진 국정 공백을 정리하고 국가의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달라 염원했다.
이재명 당선인도 지난 대선 유세 기간에 내란 종식을 전면에 내걸었던 만큼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내란 특검'으로 정치인을 포함해 책임있는 이들에 대한 처벌을 공식화했다.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조국혁신당을 합치면 183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민 다수가
이재명 당선인에 표로써 힘을 실어준 만큼 국정 동력을 살린다면 많은 시간과 갈등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내란 특검을 통해 행정부와 정치권 내부의 '내란 잔당'에 대한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당선인은 내란 사태의 완전한 종식을 위한 검찰 개혁과 수사권 조정, 사법 개혁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추진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및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다만 이러한 검찰개혁 및 사법개혁을 임기 초반부터 본격화하지는 않겠다는 약속을 내놓은 만큼 중기 과제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 2024년 12월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 또 다른 간절한 바람은 내란 종식과 함께 '먹사니즘'이 꼽힌다.
이재명 당선인도 가장 시급한 과제로 한국 경제와 민생 문제를 꼽아왔다.
한국은 현재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이에 따른 환율 변동, 물가 상승, 경기침체 등 여파로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에 의존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또한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가 겹치며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성장 부진 국면에 접어들었다.
가계부채 증가와 실업률 상승,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경제와 사회적 문제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점도 한국이 직면한 위기가 깊어지는 원인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핵심 교역국인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강경한 통상 정책을 밀어붙임에 따라 대외 경제 리스크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을 무역 흑자국으로 규정한 뒤 미국의 주요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자동차와 반도체, 철강 등 주요 산업에 관세 압박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에서 미국과 중국이 첨예한 기술 경쟁을 벌이며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일이 어려워진 점도 새로 출범할
이재명 정부의 정책적 대응을 다급하게 만드는 요소다.
환율 문제도 핵심 변수다. 미국 정부는 최근 한국을 다시금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며 원화 약세에 경고를 날렸고 미국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원화 절상을 요구했다.
이런 조치는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키우고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트럼프 정부는 미군 주둔과 방위비 협상 등 국가 안보와 밀접한 영역을 무역 논의와 연계해 추진하려 하는 만큼 향후 이뤄질 한미 협상에
이재명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재명 당선인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산업에 집중해 한국의 국가 경쟁력 회복을 이끄는 한편 내수시장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공약은 이전 정부들에서 내세워 왔던 경제 정책과 큰 차별점이 없고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 변화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장기간 이어진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에 한계를 넘어 다변화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한국 증시가 재평가 계기를 마련하도록 하는 일도
이재명 정부의 과제로 남았다.
결국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통상 리스크에 대응하는 전략적 외교 능력과 저성장 국면을 타개할 산업구조 개혁 역량을 모두 갖춰야 하는 만만찮은 과제를 안고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세계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며 표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와 별도로 국민통합은 계속
이재명 당선인에게 큰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한국 대선은 다수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회복을 할 수 있을 지가 새로운 과제로 남았다”고 진단했다.
이번 선거는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첨예한 진영 대결 양상을 띠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영 대결 속에서 국민들 사이에는 정치적, 정서적 분열의 골이 깊어졌다.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했음에도 당사자와 국민의힘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거리로 박차고 나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을 당한 만큼 국민의힘과 강성지지층은 똘똘 뭉쳤다. 헌법재판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법부 등 헌법기관에 대한 공격도 이어지면서 정치적 혼란은 극에 달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이 당내 개혁을 추진한다고 해도 이미 극우적 성향의 강성지지층의 입김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나설 공산이 크다.
이재명 당선인의 형사재판 지속 문제도 물고늘어질 듯하다.
이재명 당선인이 국민통합에 성공하려면 이런 국민의힘과 만나 타협하고 협치를 펼쳐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야당은 그를 대통령으로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 국민은
이재명 당선인이 그 시절의 '교착 국면'을 되풀이하지 않을 정치력을 기대하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