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애 기자 grape@businesspost.co.kr2025-06-02 17: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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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수자원공사가 주요 대기업과 잇달아 신재생에너지 '직접 전력거래계약(직접PPA)'을 맺으며 미국과 유럽에서 내세우는 기후무역장벽을 해소하는데 선발주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차기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서 모범적 공기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 장병훈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환경부문장(오른쪽 세번 째)이 5월30일 SK하이닉스 관계자들과 남강댐 수력발전을 활용한 직접전력거래(PPA)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2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전날 SK하이닉스를 포함해 모두 총 5곳의 대기업과 신재생에너지 직접PPA를 맺으며 다른 에너지공기업과 비교해 압도적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수자원공사는 이번 계약에 따라 6월부터 남강댐 수력발전으로 생산한 친환경 에너지를 SK하이닉스에 바로 공급한다.
경상남도 진주시에 있는 남강 수력발전소는 18MW(메가와트) 용량의 대규모 수력 발전설비로 연간 6만6954MWh(메가와트시)의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번 SK하이닉스와 직접PPA는 수자원공사가 수력발전 직접 PPA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2024년 국내 에너지공기업들은 제조업 37곳, 비제조업 17기업과 각각 20만3750MWh, 2만450MWh의 직접PPA를 맺었다. 수자원공사는 이번 거래만으로 국내 직접PPA 실적을 25% 이상 높이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수자원공사는 주요 대기업과 지금껏 직접PPA를 다섯 건 체결했다. 2023년 12월 네이버와 2.3MW 규모의 용담 소수력발전소 기반 직접PPA를 처음으로 맺었다.
그 뒤 2024년 5월 삼성전자, 같은해 10월 롯데케미칼과 각각 254MW 규모의 시화호 조력발전소 기반 계약과 20MW 규모의 합천댐 수상태양광 2단계 사업 기반 협약 등을 맺었다.
지난 2월에는 우리은행이 은행권 처음으로 수자원공사와 직접 PPA를 맺어 본점 건물 전력 사용의 일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했다. 이를 통해 매년 약 2200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수자원공사는 다른 에너지 공기업들보다 신재생에너지 직접PPA 거래규모와 속도 측면에서 한발 앞서나간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국내에서 절대적 수력발전량이 가장 많은 한국수력원자력은 현재까지 직접PPA 실적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점과 대조된다.
한수원은 원자력이 주력 발전원인만큼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실적을 수력발전으로 채우는데 급급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RPS는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RPS를 채워야 직접PPA도 가능하다.
반면 수자원공사는 절대 발전량은 작지만 대부분이 수력이어서 RPS를 채운 뒤 잔여분에 대해서 대기업들과 직접거래계약을 맺은 것으로 분석된다.
PPA는 제3자 PPA와 직접 PPA로 나뉜다. 제3자 PPA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전기판매사업자(한국전력)의 중개를 통해 전기사용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이고 직접PPA는 전기공급사업자가 재생에너지 전력을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전기사용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직접 PPA는 한전의 중개 없이 거래가 이루어지는 만큼 제3자 PPA보다 망 이용료 등 추가 비용 부담이 감소하고 장기 계약을 통해 전력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정부는 세계적으로 RE100이 확산되면서 국내 재생에너지 사용 및 공급을 늘리기 위해 2021년 1월 재생에너지 조달 체계인 PPA를 도입했다.
수자원공사는 수력발전을 활용해 또 국내 최초로 RE100(자체 사용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100% 충당하는 국제 캠페인) 달성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런 수자원공사의 직접PPA 확대 기조는 글로벌 기후 규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기업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1월 신재생에너지 확보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K-워터 WE100+ 인사이트 데이(Insight Day)’를 개최했는데 국내 RE100 참여 36개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27개 기업이 참여하며 많은 호응을 얻었다.
▲ 한국수자원공사가 2024년 11월12일 대전 호텔 오노마에서 ‘K-water WE100+ 인사이트 데이(Insight Day)’ 행사를 개최하고 참석한 기업들을 상대로 RE100 지원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미국과 유럽의 기후무역장벽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대기업들은 직접PPA를 통한 친환경 발전 확보에 관심도가 높다.
최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적인 환경 규제가 엄격해지는 가운데, 국내 수출기업들이 무역 시장에서 RE100 이행을 명시적 납품요건으로 요구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탈탄소화의 세계적 선두주자로서 다양한 무역장벽 형태의 규제를 도입했다. 이 가운데 최근 대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기후 규제로는 대표적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EU가 비EU국을 대상으로 역내 생산품과 동일한 방식으로 EU 대상 수출품에 탄소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는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며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등 5개 분야에 적용된다.
미국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미국판 탄소국경조정제도로 불리는 '청정경쟁법'이 올해 시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청정경쟁법이 시행되면 올해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비료, 알루미늄, 유리 등 12개 주요 고탄소 원자재 품목에 탄소세가 부과되며 2027년에는 자동차 및 전자제품 등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된다.
6월 대선 이후 들어설 차기 정부도 친환경 에너지 확대 기조 뿐만 아니라 기후무역장벽 대응 차원에서도 직접PPA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자원공사는 이미 직접 PPA에서 가시적 실적을 쌓은 만큼 차기 정부에서 해당 제도에서 모범 사례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새 정부 출범 뒤에도 신재생에너지 직접PPA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기후위기 적극 대응을 10대 공약의 하나로 싣고 의지를 천명했다.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겠다'며 재생에너지 직접PPA 개선도 이행방안의 하나로 포함했다. 김문수 후보는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개편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에 담았다.
장병훈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환경부문장은 “이번 SK하이닉스와 직접 PPA협약은 국가 반도체 산업의 큰 축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기업의 RE100 달성을 지원하고 함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내기업의 녹색 무역장벽 해소와 국가 탄소중립 정책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