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미국과 무역 협상을 앞두고 희토류 수출 통제의 효과를 확인하며 자신감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주요 산업에서 희토류 공급 부족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의 희토류 및 희귀광물 수출 통제가 미국의 자동차와 제조공장용 로봇 등 핵심 산업 공급망을 옥죄는 데 분명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결국 중국과 무역 협상에서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된다.
뉴욕타임스는 2일 “미국은 수십 년에 걸쳐 주요 산업이 중국에 공급망 의존을 높이도록 내버려뒀다”며 “결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감수해야만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희토류 및 희귀광물 수출 통제가 본격화되며 미국 내 다수의 제조 기업들이 생산에 차질을 피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 전투기와 로봇 등 미국 제조업에 핵심인 산업과 군사 안보에 중요도가 높은 기업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제조업 재건 및 부흥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출범했지만 강경한 대중 정책이 오히려 이를 후퇴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최고 145%의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등 극단적 조치를 내놓자 희토류 및 희귀광물 수출 통제를 본격화했다.
미국이 중국과 고율 관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합의한 뒤 일부 수출 재개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유럽 제조기업들이 비축한 희토류 자석 재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 제조업 부흥에 특히 공을 들였다. 자동차와 부품 수입에 특별 관세를 부과하고 내연기관 차량 투자를 활성화하는 등 정책이 포함됐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수출 통제로 미국이 ‘급소’를 찔리게 됐다며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제조사들의 희토류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이처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압박하는 전략을 쓰는 이유는 핵심 산업 공급망에서 강력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를 압박해 중국과 무역을 축소하고 거리를 두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다른 국가에 경고장을 날리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른 시일에 통화로 의견을 나눌 계획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무역협상이 이른 시일에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관세 인하에 합의한 뒤에도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가 지속되는 데 반발해 중국 출신 유학생 비자를 취소하는 등 후속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반도체 관련 소프트웨어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추가 기술 규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이 중국산 희토류 수출 통제로 받은 타격에 비교하면 미국의 대응 수단은 비교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중국 내몽골 자치구에 위치한 희토류 광산. |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전 세계 고품질 희토류 공급량의 약 90%를 공급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미국의 생산 능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만한 수준이다.
특히 희토류 자석을 비롯한 중희토류 공급 비중은 99%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이 중국의 수출 통제에 대응해 자국 내 희토류 채굴과 정제설비 구축에 속도를 낸다고 해도 수 년에 이르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희토류 특성상 초기 투자 비용이 높고 정제 과정에서 환경오염 요인이 많다는 점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기 어려운 이유에 해당한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은 대부분의 희토류 공급사를 국영화해 상당한 비교우위를 갖추고 있다”며 “기술 측면에서도 미국이 상대하기 어려울 만큼 앞서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최근 한 경제 포럼에서 “중국은 미국과 분쟁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에 고개를 숙이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비즈니스인사이더를 비롯한 외신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하루빨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중국이 많은 측면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미국과 대결에 자신감을 보이고 희토류 수출 통제의 효과도 실감한 만큼 무역 협상에서 이전보다 더 강경한 태도로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결국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며 희토류 공급 재개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 관세를 비롯한 다수의 공격적 정책을 회수해야만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베센트 재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믿을 만한 파트너가 할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이를 적극 문제삼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