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5-30 14: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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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장녀 함연지 오뚜기아메리카 마케팅 매니저가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을 활용해 진라면과 관련한 숏츠 콘텐츠를 종종 공유하고 있다. <함연지 인스타그램 스토리 화면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함연지 오뚜기 아메리카 마케팅 매니저가 오뚜기의 글로벌 마케팅에 조금이나마 힘을 얹고 있다.
오뚜기는 국내 주요 라면기업 가운데 유독 해외에서 힘을 못 쓰는 회사로 꼽힌다. 함 매니저의 아버지인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자녀와 사돈을 모두 해외사업에 배치했음에도 효과가 좀처럼 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함 매니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으로 오뚜기 제품을 전 세계에 알리려는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함연지 매니저는 최근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활용해 종종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함 매니저가 사용하는 기능은 스토리다. 사용자들이 24시간만 공유되는 사진이나 비디오를 게시할 수 있는 기능이다.
함 매니저는 오뚜기가 운영하는 글로벌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제작된 마케팅 영상뿐만 아니라 글로벌 Z세대가 가장 선호한다는 숏폼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에 올라온 영상들도 스토리 기능을 활용해 공유하고 있다.
함 매니저가 최근 공유한 영상들을 보면 오뚜기의 대표 제품인 진라면을 글로벌 소비자에게 알리는 데 적극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가 공유한 영상들을 보면 “IT’S JIN TIME(진라면의 시간)”이라든지 “EVER HOTTER THAN YOUR EX(전 연인보다 더 핫한 진라면)” 등으로 진라면을 활용해 만들어진 숏폼 영상이 대부분이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젊은 세대가 자주 쓰는 플랫폼에서 회자되는 숏폼 콘텐츠를 자신의 SNS 영향력에 얹어 오뚜기의 진라면 글로벌 인지도를 쌓는 도구로 활용하는 셈이라고 볼 수 있다.
함 매니저는 과거 활발한 SNS 활동을 하는 재벌 3세로 유명했다. 오뚜기 경영수업에 들어가기 전까지 유튜브 ‘햄연지’ 채널로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겼다. 햄연지 채널의 팔로워 수는 42만7천 명가량이다.
그러다가 2023년 12월 돌연 유튜브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그는 “미국 시장에 한국 음식을 어떻게 하면 잘 알릴 수 있을까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에 함 매니저가 오뚜기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잇따라 나왔는데 실제로 이듬해인 2024년 5월 오뚜기 미국법인인 오뚜기 아메리카에 정식 사원으로 입사해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기 시작했다.
이후 뚜렷한 행보가 전해지지 않았는데 최근 SNS에서 진라면 관련 영상을 종종 공유하기 시작한 것은 취미이자 특기인 SNS 활동을 살려 마케팅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물론 함 매니저의 활동이 오뚜기의 글로벌 마케팅을 돋보이게 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함 매니저가 보유한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3만1천 명가량이다. 오뚜기 글로벌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 수인 6만5천 명가량의 2배가 넘지만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던 계기는 유튜버로 활동한 ‘영국남자’의 불닭볶음면 영상 덕분이었다. 영국남자가 불닭볶음면 시식에 도전한 영상을 올린 시기는 2014년 2월이었는데 단 2달 만에 조회수 160만 회를 넘었다.
당시 영국남자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37만 명이었고 페이스북만 해도 ‘좋아요’를 누른 사람 수만 50만 명 이상이었다.
함 매니저의 오뚜기 글로벌 마케팅 노력이 주목받는 이유는 오뚜기의 글로벌 성적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 함연지 오뚜기 아메리카 마케팅 매니저는 지난해 5월부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라면회사는 삼양식품이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80%에 육박하는데 이는 40%에 머무는 농심의 약 2배다. 오뚜기의 해외 매출 비중은 10% 안팎으로 삼양식품에 명함조차 내밀기 힘든 수준이다.
삼양식품이 1분기에 해외에서 올린 매출만 4240억 원인데 이는 지난해 오뚜기가 1년 동안 해외에서 낸 매출 3614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물론 오뚜기가 해외사업 확대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뚜기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100% 종속회사인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에 대여금의 출자전환과 현금 증자 등으로 모두 565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오뚜기는 “현지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는데 생산기지 확보 등으로 현지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를 구체화한 것으로 읽힌다.
앞서 함연지 매니저의 시아버지인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오뚜기 글로벌사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영입하고 함 매니저의 남편도 미국법인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오뚜기가 오너경영인 중심으로 해외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오뚜기가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글로벌 소비자들이 발음하기 쉬운 쪽으로 회사의 영문 이름을 바꾸고 진라면의 글로벌 모델로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멤버 진씨를 발탁한 것도 회사의 내부 고민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오뚜기 미국사업은 최근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는 2024년 매출 858억 원, 순이익 10억 원을 냈다. 2023년보다 매출은 17.8%, 순이익은 91.6% 줄었다.
하지만 1분기 매출 269억 원을 내면서 1년 전보다 16.6%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1분기 거둔 순이익은 13억 원으로 2024년 1분기보다 1.3% 감소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