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 lilie@businesspost.co.kr2025-05-28 14: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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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롯데손해보험(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 보류 여파로 자본조달 시장에서 대형 보험사로 자금이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자본확충이 절실한 중소형 보험사들이 오히려 신뢰도 하락에 직면하며 자본 규제 등 제도적 측면에서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
▲ 롯데손해보험이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를 보류한 뒤 중소형 보험사들의 자금조달 관련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IB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는 27일 3천억 규모 후순위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1조 원이 넘는 매수 주문을 받았다.
금리도 희망 금리밴드(3.3~3.9%) 하단인 3.4% 수준에서 결정되며 신한라이프 측은 발행 규모 증액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도 27일 자본확충을 목표로 10억 달러(약 1조3천억 원) 규모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대형 보험사는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그룹사 지원 기대감, 높은 신용등급 등 복합 요인으로 투자자 신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신용평가사들도 이러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형사에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한다. 이는 자본성증권 흥행에서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보험업계에 따르면 정작 실질적으로 자본확충이 시급한 중소형 보험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롯데손보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가 미뤄진 뒤 시장에서 중소형 보험사 자본성증권을 다소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후순위채는 통상 10년 만기지만 5년이 되는 시점에 콜옵션을 행사하는 게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 이에 투자자들은 사실상 5년 만기 상품으로 인식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롯데손보가 자본적정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며 5년째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에 이 관행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소형 보험사 대상 신뢰도 저하가 가속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또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롯데손보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자본적정성 평가 4등급(취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권고) 대상이 될 위험이 있는 만큼 신용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손보 콜옵션 행사 예정일이던 8일 기준 해당 채권 900억 원 가운데 84.1%가 개인 투자자 보유분으로 파악됐다.
개인 투자자들은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 투자자보다 시장 상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이번 콜옵션 행사 보류가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 기존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일인 8일부터 행사 보류를 결정한 12일 전후로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푸본현대생명 등 중소형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가격이 영향을 받고 있다. 그래프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각 회사 후순위채 가운데 만기가 빠른 것들의 가격 추이.
금융당국은 롯데손보 콜옵션 행사 보류와 관련해 “개별 회사 이슈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중소형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유통금리가 오르고 가격은 하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반영되고 있다.
중소형 보험사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떨어지면 자본성증권 발행 시 지금까지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이는 향후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져 자본관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자본금 자체를 늘리는 유상증자가 가장 안정적 방안이지만 중소형 보험사가 이를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롯데손보처럼 사모펀드(PEF)가 대주주인 경우 장기 자금 투입보다 단기 수익 회수를 중시하는 PEF 특성상 유상증자에는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이에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중소형 보험사가 실질적으로 지급여력비율(K-ICS)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실정에 맞는 제도 개편 및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가장 즉각적 자본확충 방법은 유상증자지만 실현할 수 있는 회사는 국내외 금융그룹계열 보험사 또는 대형 보험사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중소형사에 한정된다”며 “상장사 등 지배구조가 분산되어 있거나 모회사가 PEF인 경우 유상증자 실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짚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