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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절반의 귀환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4-02-14 11: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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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석 절반의 귀환  
▲ 황우석 박사는 과연 귀환할 수 있을까?
국내 과학계의 ‘이단아’ 황우석 박사가 절반은 ‘귀환’했다. 황 박사의 줄기세포가 미국 특허로 등록되면서 귀환 가능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논문 자료 조작으로 서울대에서 퇴출된 뒤 8년 만이다. 황 박사도 복제도 다시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황 박사의 ‘1번 인간배아 줄기세포’가 미국 특허(제8,647,825호)로 등록됐다는 사실이 지난 11일 공개됐다. 이번에 특허로 등록된 1번 인간배아 줄기세포(NT-1)는 2004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간체세포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연구논문에서 황 박사가 제작한 배아줄기세포 중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이번 특허는 황 박사가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1번 줄기세포주(물질특허)와 그 제조방법(방법특허)으로 이루어져 있다.

◆ 미국 특허 등록…세계적인 학술지 재조명

특허는 아이디어만으로도 등록이 가능하다. 때문에 이번 특허 등록이 NT-1이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만들어졌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2006년 논란 때 서울대 조사위원회에서는 NT-1이 체세포 복제 방식이 아닌 단성생식으로 만들어진 줄기세포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황 박사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네이처는 1월14일 ‘복제의 귀환’이라는 제목으로 황 박사에 대한 특집기사를 실었다. 네이처는 그가 재기를 노리고 있으며 부정행위로 추락한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그 이튿날 사이언스도 ‘연구부정 이후 한국 복제과학자가 구원을 찾고 있다’라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를 내보냈다. 역시 황박사의 재기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사였다.

  황우석 절반의 귀환  
▲ 황우석 박사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서 체세포 복제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 매체들도 황 박사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네이처의 기사에서 양후안밍 중국 BGI-센젠 연구소장은 “황 박사는 동물복제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며 학계에서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현인수 클리블랜드대 생명윤리학과 교수는 "황 박사가 동물복제를 진행하고 있지만 학계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허 등록 소식이 알려지자 당장 주식시장이 반응했다. 이른바 ‘황우석 테마주’라고 불리는 회사의 주식들이 폭등했다. 하지만 황 박사의 대변인격인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대상 회사들이 “관련 없다”고 말해 급락했다. 황 박사는 서울대 교수에서 퇴출된 뒤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을 설립해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국가지원 없이 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다. 미국 특허 발표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현행법이나 제도 하에서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줄기세포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의 이런 반응은 황 박사의 특허 등록으로 줄기세포의 연구가 다시 활발하게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수암생명공학연구원도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논란을 빚은 NT-1 줄기세포주에 대해 미국 특허청이 그 실체를 인정했다”며 “제조방법에 대해서도 과학적 가치를 인정했다는 점과 현재 특허심사 중에 있는 다른 국가에의 등록 결정에도 직간접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미국 특허 등록은 황 박사의 복귀 논란에 불을 붙인 계기가 됐다. 황 박사의 공을 인정하고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일본에게 뒤떨어진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황 박사에게 재기의 기회를 허락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반박도 만만치 않다. 작가 김홍신씨는 “미국 특허청에서 실체를 인정했다는 등 여러 얘기가 나오지만 미국 특허는 NT-1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타당성을 인정한 것 정도이지 과학적으로 분석을 했거나 검증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정범 UNIST 교수도 “설령 세포를 만든 게 사실이었다고 해도 이젠 구식 기술”이라며 특허 등록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 국민적 영웅에서 하루 아침에 몰락한 황 박사

황 박사는 1999년 복제 젖소 영롱이를 발표하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영롱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연구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체세포 복제 동물을 탄생시키면서 과학계의 스타가 됐고, 정부와 기업 등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

  황우석 절반의 귀환  
▲ 2004년 황우석 박사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 사진은 조작으로 밝혀졌다

황 박사는 2004년 사이언스에 인간체세포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연구 논문을 발표해 국민적 영웅이 됐다. 인간배아줄기세포 배양은 세계 최초였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의 불치병, 난치병 환자들이 열광했다. 황 박사는 불치병 환자와 가족들을 직접 만나 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척수장애로 휠체어 신세를 진 소년에게 “내가 너를 걷게해주겠다”는 말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박사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의 위인전이 쏟아져 출판됐다. 황 박사는 국가의 중요 인물이 됐고, 국정원이 나서 경호를 했으며, 경찰은 그의 집 앞에서 3교대로 24시간 경비를 섰다. 2004년 총선에서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양쪽으로부터 비례대표 제의를 받기도 했다. 특별기념우표가 발행될 정도였다.

그러나 2005년 MBC ‘PD수첩’에서 연구실의 여자 연구원의 난자를 무분별하게 채취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연구윤리 논란에 휩싸였다. 급기야 사이언스 논문 사진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고, 공동연구자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체세포 줄기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심지어 황 박사의 첫 성과라고 할 수 있는 복제 젖소의 관련 논문도 연구노트도 존재하지 않아 진짜 체세포 복제 젖소인지 의심이 일었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황 박사는 “6개월만 있으면 체세포복제 원천기술이 있음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주장했으나 서울대는 거부했고 자체 조사를 거쳐 황 박사를 파면했다. 황 박사는 연구비 횡령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영웅의 추락이었다. 이 과정에서 온 나라가 황 박사를 지지하는 파와 비난하는 파로 나뉘어 격렬한 대립을 빚기도 했다.

황우석 사태를 계기로 ‘황우석 트라우마’에 갇혀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10년 동안 사실상 중단됐다. 한때 줄기세포 강자에서 밀려났다. 현재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는 미국과 일본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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