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쿡 애플 CEO(왼쪽)가 2019년 11월20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플렉스트로닉스 제조 설비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방문해 언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오픈AI가 애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픈AI는 인공지능(AI) 하드웨어 시장 진출하고 있지만 애플이 AI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관세와 인력 유출을 비롯한 갖은 악재를 돌파해야 하는데 기술 우위마저 경쟁사에 내준다면 ‘혁신의 아이콘’에서 ‘AI 낙제생’으로 뒤처질 수 있다.
25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픈AI가 최근 추진한 대형 인수 계약이 애플에 차세대 먹거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을 더하고 있다.
오픈AI는 65억 달러(약 8조8686억 원)를 들여 조니 아이브의 스타트업 ‘io’를 인수했다.
오픈AI는 이를 통해 전례 없는 수준의 새로운 AI 하드웨어를 2026년 말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해당 기기는 책상 위에 놓고 사용하는 형태라는 정도 외에 아직 구체적인 정보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오픈AI의 io 인수가 애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조니 아이브라는 인물 때문이다.
조니 아이브는 애플에서 27년 동안 근무하며 아이팟, 아이폰 등 제품 디자인을 총괄했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와 함께 최고디자인책임자(CDO)로서 애플의 전성기를 이끌어 냈던 인물로 꼽힌다.
당장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기기와 판매 경쟁을 벌이진 않겠지만 애플 전직 임원까지 영입해 개발하는 기기라 상징적 성격이 짙다.
애플보다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오픈AI가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 점 또한 높게 평가됐다.
블룸버그는 “조니 아이브의 기업과 오픈AI가 맺은 계약은 애플에 큰 충격을 안겨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애플이 AI 시장에서 뚜렷한 혁신을 보이고 있지 못한다는 점과 맞물려 애플에 더욱 크게 다가온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거대 기술기업(빅테크)이 AI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는 반면 애플은 AI 기능 출시마저 늦추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최신 아이폰에 AI 기능 탑재를 홍보했다가 허위 광고 혐의로 집단 소송까지 당했다.
이에 애플이 과거 IT와 디자인 부문 혁신을 이끌던 위치에서 AI 낙제생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AI 분야에서 실패했다”라며 “임원과 실무진을 가리지 않고 애플을 떠나는 중”이라고 짚었다. 조니 아이브와 같은 인재 유출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시각으로 보인다.
물론 애플은 통념과 달리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사용해 오던 기업이다
▲ 샘 올트먼 오픈AI CEO(오른쪽)가 애플 CDO였던 조니 아이브 io 설립자와 찍은 사진. 기업 인수를 알리는 21일자 공지글과 함께 공개됐다. < 오픈AI 홈페이지 갈무리 > |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시장이 형성될 때까지 기다린 뒤 경쟁사보다 높은 완성도를 앞세워 소비자를 사로잡아 성공한 기업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AI 시대에 통할지 미지수라 애플의 시장 지배력에 균열이 갈 가능성이 떠오르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업계 정상에 올랐던 애플의 입지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위협받고 있다”라며 “차세대 컴퓨팅을 선도하고 싶다면 단호하게 움직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애플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스마트글라스라는 새로운 폼팩터(형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전에도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선보여 혁신을 멈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비전프로는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판매로 사실상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더구나 미국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플을 둘러싼 경영환경도 긍정적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애플이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지 않으면 최소 25%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컨대 애플이 AI 시대를 맞아 대내외적 악재에 직면한 가운데 경쟁사의 과감한 움직임에 어떻게 대처할지 관건으로 떠오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AI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경쟁사는 말할 것도 없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애플은 여러 위협 요소에 둘러싸여 있다”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