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정환 SK텔레콤 네트워크인프라센터장이 5월19일 서울 중구 삼화타워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해킹 사고와 관련한 SK텔레콤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통신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가입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내보이고.'
SK텔레콤 해킹 사태를 조사해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이하 조사단)의 19일 2차 조사결과 발표 내용을 두고, SK텔레콤은 울상을 짓고, KT와 LG유플러스는 "남의 일이 아니다"며 긴장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 가입자들은 조사단 조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1차 조사결과 발표와 달리 2차 발표에선 해킹과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정도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난 점을 들어, 그동안 상황을 축소·은폐해온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한 통신사 임원은 20일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통신사들이 전례없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임원은 "정부가 중간 조사결과를 두 차례나 발표하며 조사 결과를 낱낱이 다 공개해 결과적으로 SK텔레콤이 만신창이가 된 것에 모두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이어 "이번 참에 KT와 LG유플러스 통신망은 뚫리지 않았는지 모두 점검해보자는 요구가 제기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조사단의 2차 조사결과 발표로 이번 해킹 사태에 대한 SK텔레콤 쪽 대응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고, 그동안 나름대로 해온 사후 대처와 신뢰 회복 노력도 모두 물거품이 됐다"며 "해킹이란 게 어느 통신사에서나 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남의 일로 넘길 수 없다는 점에서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 가입자들은 1등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의 통신망이 어떻게 저렇게 심각한 수준으로 뚫릴 수 있느냐고 혀를 차면서도, 그나마도 조사결과를 믿어도 되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5년 넘게 SK텔레콤 이동통신을 써왔다는 유아무개(62.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는 "사실상 3년 전에 이미 다뚫렸고, 그 때부터 가입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것 아니냐. 내 개인정보도 다 나갔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안아무개(35.서울 성동구 성수동)씨는 "국가 기간통신망과 가입자 개인정보가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돼왔다는 게 말이 되느냐. 내 개인정보가 모두 해커 손에 넘어갔고, 해커가 인공지능을 이용해 내 개인정보를 연결하고 퍼즐 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댓글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 'simc****'는 "다 털려도 문제 없으면 통신사는 왜 있는 거냐"고 따졌다. 'hsuh****'는 "동네 게임방 수준의 대기업"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통신사들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ccin****'는 "KT와 LG유플러스도 조사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짚었다.
가입자들은 SK텔레콤이 지난 4월 유심 서버에 악성코드가 심겨져있는 것을 발견했을 당시 이미 3년 전에 뚫린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1차 조사결과 발표 때 이를 실토하지 않은 점을 들어, 그동안 사안을 축소·은폐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dpar****'는 "그러면 SK텔레콤이 이제껏 국민과 정부에 거짓말을 했다는 것인가? 조사단은 이 점부터 반드시 밝혀라. 만일 다른 서버들이 감염된 것을 몰랐다면 SK텔레콤이 무능한 것이라 믿을 수 없고, 얄면서도 더 이상 문제된 게 없다고 거짓말 했다면 이는 기업의 도덕성과 신뢰의 흠결이기 때문에 더더욱 믿을 수 없다"고 적었다.
업계에선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이 "SK텔레콤도 피해자"라고 하고, 번호이동 중도 해지 가입자에 대한 위약금 면제 결정을 6월 말로 미루는 등 사업자 편을 드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게 가입자들의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