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SUV 경쟁력 약화로 실적부진이 이어지자 다양한 방식으로 비용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현대차가 실적부진의 장기화로 출장 시 항공편 등급하향 등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로이터가 25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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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차는 SUV 부족과 신흥국 경제침체 탓에 실적악화를 겪고 있는데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신차를 개발하기 전까지 회사에서 전기와 인쇄비용 절약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시장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는 현대차 제품군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그러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은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0월 임원 임금을 자발적으로 10% 삭감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이 임원 임금을 삭감한 것은 2009년 이후 7년만이다.
현대차그룹은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삭감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위기의식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됐다. 현대차그룹의 전체임원 수는 1천여 명으로 이 가운데 300명 정도가 현대차 임원들이다. 현대차 임원 수는 최근 5년 동안 40% 이상 늘었다.
현대차는 또 출장 시 항공기 좌석과 숙소의 등급을 낮추고 영상회의를 장려하는 방식으로 출장경비를 줄이고 있다.
현대차는 현금유동성이 풍부한 편이지만 매출액 대비 원가의 비율은 5년 연속 늘었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현대차의 매출원가율은 81%였다.
로이터는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현대차가 이미 낮은 단가에 부품을 공급받고 있고 강성노조가 활동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비용절감이 쉽지 않으며 자율주행차기술 등 새로운 기술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고태봉 연구원은 “비용절감은 일시적인 조치이며 수익을 개선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상징적인 차원”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세계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쏘나타와 엘란트라 등 세단의 판매호조로 미국에서 판매량을 늘린 몇 안 되는 완성차회사 가운데 한 곳이다.
그러나 최근 몇년 동안 SUV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신흥국 경제 위기까지 겹치면서 현대차는 힘을 쓰지 못했다. 현대차 주가는 최근 3년 동안 40% 가까이 떨어지면서 주요 글로벌 완성차회사 가운데 주가 하락폭이 큰 편에 속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글로벌시장에서 지난해 판매량보다 적은 800만 대도 팔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이 1998년 기아차를 인수한 뒤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전년보다 줄어든 적은 없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내년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올해 중순경 내년 판매목표를 835만 대로 잡았다가 820만 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SUV 제품군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미국에서 현대차의 SUV 판매비중은 20% 후반대로 늘고 있는 추세지만 시장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중국에서도 현대차의 SUV 판매비중은 30%대로 시장 평균인 40%대를 밑돌고 있다.
현대차는 ‘OS’라고 이름붙인 프로젝트에서 국내와 미국, 그리고 유럽을 겨냥한 소형SUV를 개발하고 내년부터 판매에 돌입한다. 중국과 인도, 그리고 러시아에서는 현지 전략형 SUV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세단 제품군에서는 아제라(한국명 그랜저)와 제네시스 등 더 큰 차급에 수익성이 높은 차량 판매에 주력하기로 했다.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와 쏘나타는 혼다의 시빅 등이 뛰어난 디자인을 앞세우면서 동급 차종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