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섭 KT 대표가 3월31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정기주총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당연히 이 업체 가입자들이다. 이탈 행렬이 이어진다.
다음 피해자는 오는 23일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S25 엣지' 스마트폰이다. 1위 이동통신 사업자 SK텔레콤의 신규영업 중단으로 신제품 발표 특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게 됐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그럼 최대 수혜자는 누구(어디)일까?
침입탐지시스템과 방화벽 등 각종 설비·소프트웨어 공급 기회와 솔루션 개발 용역 수주 기회가 늘어날 정보보호 업체들? 거액의 과징금 수입과 관련 조직 강화가 예상되는 정부 부처? SK텔레콤 가입자 이탈로 '손 안대고 코 푸는' 식으로 가입자 수를 쉽게 늘리고 있는 KT·LG유플러스와 알뜰폰 회사들?
업계에선 개인으로 보면 '
김영섭 KT 대표'가 가장 큰 수혜자란 얘기가 나온다.
우선 가입자 수 순증 실적을 앞세워 꽤 많은 성과급을 챙길 수 있게 됐단다. 더욱이 주가도 꽤 올랐다.
덕분에 김 대표의 연임 도전 길이 넓어졌다는, 부러움 섞인 뒷말도 나온다.
15일 통신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SK텔레콤 해킹 사태 발생 이후 개인정보 유출 및 2차 피해(유심 복제 등) 발생 가능성에 불안감을 느껴 번호이동을 통해 다른 사업자로 이탈한 SK텔레콤 가입자가 이미 30만명을 넘는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SK텔레콤 이탈자 가운데 60% 가량은 KT로 옮겼고, 나머지는 LG유플러스와 알뜰폰 업체로 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 가입자들은 요즘도 하루 평균 1만명 가까이씩 이탈하고 있다. 이번 해킹 사태로 SK텔레콤의 위기 대처 능력이 `1등 이동통신 사업자'에 걸맞지 않게 바닥 수준이라는 것을 몸소 겪으며 실망한 가입자들이 떠나는 것이다.
중도 해지 위약금 면제가 확정되면 이탈 행렬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이 안정돼 있을 때는, 사업자별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을 1% 변하게 하기 위해서는 1조원 가량의 마케팅비를 들여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SK텔레콤 가입자들이 중도 해지 위약금까지 물며 자발적으로 번호이동에 나서며,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 사업자들은 이탈해오는 SK텔레콤 가입자들을 받아주는 것으로 손쉽게 가입자를 불리고 있다.
이미 사업자별 가입자 점유율이 2% 가까이 움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어디(누구)일까 .<비즈니스포스트> |
이는 사업자별 주가 흐름에서도 나타난다.
KT 주가는 지난 4월15일 4만7650원에서 이 달 14일에는 5만1300원으로 한 달 새 7.7% 올랐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 주가는 1만770원에서 1만3080원으로 21.4%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SK텔레콤 주가는 5만6200 원에서 5만1300 원으로 8.7% 떨어졌다.
더욱이 증권사들이 속속 KT 목표 주가를 올리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9.2%, SK증권은 8.6%, KB증권은 12.0% 올렸다.
게다가 경영 실적도 좋다. KT는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6조8451억 원의 매출을 올려 688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매출은 2.9%, 영업이익은 36.0% 각각 증가했다.
▲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 주요 피해자로 꼽히는 삼성전자 `갤럭시S25 엣지' 스마트폰. <연합뉴스> |
김 대표가 힘을 받아 연임 도전 길 정비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컨퍼런스콜 대신 기관투자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코퍼레이트 데이' 행사를 열었다. 1분기 실적과 향후 전망을 폼나게 설명했다.
KT 코퍼레이트 데이 행사는 전임 구현모 대표 임기 마지막 해 이후 3년 만이다.
KT는 1분기 배당도 주당 6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높였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이 지난해 동기 수준을 유지한 것과 대비된다.
업계에선 김 대표가 사실상 `나 이렇게 잘 하고 있으니 연임할 수 있게 밀어달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김 대표가 연임 도전 행보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정기주총까지다. KT는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선임해야 하는데, 김 대표가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크게 늘고, 영업이익이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이를 기반으로 주가도 좋아지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김 대표가 연임에 도전해 차기 시이오로 '적격' 평가를 받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가 김 대표의 연임 길을 넓혀주고 있다는 업계 분석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다만, 임기 막바지 연임에 목을 맸으나 '용산'의 낙점을 받지 못해 분루를 삼켰던 구 전 대표의 '귀환'은 변수로 꼽힌다. 구 전 대표는 각종 설문조사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의 정책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의 상임고문에 이름을 올려, 다음 정부에서의 행보와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