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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모든 것] 재벌가에선 왜 상속분쟁이 자주 일어날까

고윤기 info@kohwoo.com 2025-05-12 13: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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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모든 것] 재벌가에선 왜 상속분쟁이 자주 일어날까
▲ 재벌기업에서 일어나는 상속 분쟁이 법정에서 다뤄지는 모습을 인공지능으로 구현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A대기업의 최고경영자와 관련해 파양 소송이 있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오너 가족 간의 갈등이 아니다. 재벌가의 상속과 경영권, 유언의 법적 효력이 얽힌 복잡한 문제다.

◆ 파양 소송의 배경은 기업 승계

A대기업의 선대 회장이 별세한 뒤 보유 주식 대부분을 양자였던 현 최고경영자 B씨가 상속받는다. 이에 대한 상속재산분할 합의가 있었다. 그런데 선대 회장의 부인 C씨 측은 별도의 유언이 있었던 것처럼 속았다고 주장하면서 상속재산을 재분배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한다. 이것이 파양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선대 회장의 부인은 소송 이유로 B씨가 양자로서 도리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화에 응하지 않았으며 수십 번의 전화와 문자에 응답이 없었으며 식사 요청도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 소송의 뿌리는 깊다. 선대 회장은 친아들이 사망하자 집안 어른의 뜻에 따라 일가 가운데 가장 똑똑한 친척을 입양한다. 기업 승계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래서 A 대기업의 분쟁은 재벌가의 전통과 기업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의 일환으로 보인다.

◆ 파양 소송의 어려움과 입증 문제

파양 소송은 제기하기는 쉬워도 승소하기는 매우 어렵다. 파양 사유를 증명하는 것이 소송의 성패를 가른다.

파양 제도는 양친자 관계의 해소를 위한 법적 장치다. 협의상 파양과 재판상 파양 두 가지가 있다. 협의상 파양은 양친과 양자가 합의하는 경우다. 성년 양자는 직접 협의할 수 있다. 미성년 양자는 친생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재판상 파양은 협의가 어려운 경우 활용된다. A 대기업 사례는 이에 해당한다. 민법 제905조에 파양 사유가 명시되어 있다. 민법은 다음의 4가지를 파양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1. 양부모가 양자를 학대 또는 유기하거나 그 밖에 양자의 복리를 현저히 해친 경우
2. 양부모가 양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3. 양부모나 양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
4. 그 밖에 양친자 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선대 회장 부인의 소송은 두 번째와 네 번째 사유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사유의 경우 “심히 부당한 대우” 네 번째 사유의 경우 "중대한 사유"의 입증이 관건이다.

어떤 사유든 주관적 판단이 아닌 객관적 기준으로 평가된다. 파양 사유에 대해 최종적으로 판단을 하는 것은 법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친과 양자 사이의 단순한 감정적 갈등은 파양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다. 단순한 의견 차이나 소통 부재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감정 대립이나 의견 차이는 인정되지 않는다. 사회 통념상 양친자 관계의 근본을 파괴할 정도의 사유여야 한다.

결국 법관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인데, 증거 확보가 큰 문제다. 가족 관계의 특성상 제3자 증인이 드물다. 대부분의 갈등이 사적인 공간에서 발생한다. 녹음이나 녹화 등 물적 증거도 쉽게 확보하기 어렵다.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가 증거로 제시되기도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파양 사유'를 입증하기 부족한 경우가 많다.

성년 양자의 경우 파양 기준은 더 엄격하다. 미성년 양자와 달리 성년 양자는 독립적 판단 능력을 갖추었다고 본다. 따라서 단순한 의견 대립만으로는 파양 사유가 되기 어렵다. 

A대기업 소송의 쟁점은 여러 측면에서 검토할 수 있다.

첫째, 최고경영자의 행위가 '불효'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연락을 피하고 가족 모임에 불참했다는 것만으로는 '심히 불효'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둘째,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의 부당한 행위 주장이다. 이는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셋째, 양친자 관계의 본질적 의무 위반 여부다. 양자의 정서적, 윤리적 의무 범위가 법적으로 어디까지인지가 쟁점이 된다.

파양 소송의 결과는 상속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파양이 인정되면 양자 관계가 소멸하고, 이에 따라 법정 상속권도 상실된다. 지금 진행 중인 기존의 상속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 승계와 연결된 파양 소송은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복합적 이해관계가 소송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 재벌가의 상속 관련 분쟁들

재벌가의 상속 분쟁은 A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러 대기업의 승계 과정에서 유사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는 한국 재벌의 구조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창업주로부터 시작된 가족 경영이 세대를 거치며 경영권과 상속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그룹의 경우 창업주 신격호 회장 사망 후 자식들 간에 상속 분쟁이 있었고, 한진그룹에서는 조양호 회장 별세 후 한진칼 지분을 둘러싼 상속 분쟁이 발생했다.

이러한 재벌가 상속 소송의 공통점은 장기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증거 수집부터 법적 판단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또한 단순한 개인 재산 문제가 아닌 기업 경영권과 연결되어 있어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다. 이는 한국 특유의 재벌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이 깊다. 고윤기 상속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의 전문변호사 등록심사를 통과하고 상속전문변호사로 등록되어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속과 재산 분할에 관한 많은 사건을 수행했다. 저서로는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의 모든 것'(2022, 아템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상속 한정승인 편'(2017, 롤링다이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이야기(2016, 양문출판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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