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5-07 15: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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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이츠가 상생 요금제에 이어 절약형 요금제를 출시하며 점주 확보에 본격 나서고 있다. <쿠팡이츠>
[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이츠가 ‘절약형 요금제’를 앞세워 점주 공략에 속도를 높이며 배달의민족과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매출과 무관하게 중개이용료를 5.5%로 고정한 것이 핵심이다. 기존 상생 요금제에서 최고 7.8%의 수수료를 부담하던 점주들 사이에서는 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에게 무료배달로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선 쿠팡이츠가 이제는 점주 확보에 눈을 돌리고 있다. 요금제뿐만 아니라 포장 주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배달의민족이 지난달부터 포장 수수료를 부과한 반면 쿠팡이츠는 이를 받지 않으며 점주들에게 ‘비용 절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점주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7일 배달앱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가 점주 유치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며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무료배달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지만 정작 입점 매장 수에서는 여전히 배달의민족에 크게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쿠팡이츠는 그동안 주로 요기요의 점유율을 잠식하며 성장해왔다. 요기요는 시장 3위로 밀려났고 쿠팡이츠는 그 자리를 차지하며 업계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은 이용률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전체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며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037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이상 증가한 수치다. 반면 배달의민족은 2221만 명으로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여전히 과반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지키고 있다.
이에 쿠팡이츠는 올해 ‘점주 모시기’에 승부수를 띄웠다. 배달앱의 핵심 경쟁력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점포수라는 판단 아래, 점주 유치로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쿠팡이츠는 6~7월 중 ‘절약형 요금제’를 도입한다. 중개이용료를 5.5%로 고정하고 여기에 배달기사에게 지급하는 ‘실제 배달비’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기존 상생 요금제(2.0~7.8%)보다 구조는 단순하지만 점주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배달비 산정 기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던 점주들에게는 비용 절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쿠팡이츠의 절약형 요금제가 배달의민족 점주들을 흔들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매출이 높은 ‘알짜 점포’들이 대거 배달의민족을 떠나 쿠팡이츠로 몰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 쿠팡이츠가 올해도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며 일부 점주들이 배달의민족에서 쿠팡이츠로의 이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쿠팡이츠>
현재 상생 요금제에서는 매출 상위 35% 점포가 7.8%의 중개이용료를 부담한다. 하지만 절약형 요금제를 선택하면 수수료는 5.5%로 약 2.3%포인트 낮아진다. 반면 기존에 5.5% 이하 수수료를 적용받던 점주들은 상생 요금제를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도 반응은 대체로 나쁘지 않다. 현재 배달앱 고객센터는 최고 중개이용료의 기준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매출이 크지 않음에도 최고 수수료를 적용받는다는 점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수료를 5.5%로 명확히 고정할 수 있는 절약형 요금제는 점주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절약형 요금제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쿠팡이츠가 배달비 산정 기준을 시행 전 안내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자영업자와 시민단체는 배달비가 현행 평균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수수료는 낮아져도 배달비가 늘어나면 점주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민단체는 쿠팡이츠의 절약형 요금제를 두고 “수수료 인하처럼 보이지만 결국 점주에게 모든 비용을 떠넘기는 ‘조삼모사’일 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평균 배달비가 높아지면 점주 부담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일부 점주들 사이에서는 배달의민족을 떠나 쿠팡이츠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달부터 포장 주문에도 중개수수료 6.8%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포장 수수료 무료’라는 자율규제 정책이 사실상 막을 내린 셈이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자율규제였던 만큼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배달의민족은 포장 주문에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는 대신 연간 300억 원 규모의 마케팅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예산은 점주 지원과 할인 프로모션 등에 사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포장 주문은 배달비가 들지 않아 점주 입장에서 수익성이 높다”며 “포장 수수료를 마케팅에 투자해 포장 주문이 활성화되면 중장기적으로 점주와 플랫폼 모두 ‘윈윈’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쿠팡이츠는 올해도 포장 주문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배달의민족처럼 마케팅으로 주문을 늘리기는 어렵지만 비용 부담 없이 주문을 받을 수 있어 일부 점주들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평가된다.
이런 차이는 점주들의 플랫폼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배달의민족 포장 주문 서비스를 해지했다”, “쿠팡이츠로 플랫폼을 완전히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반응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쿠팡이츠의 수수료 정책이 점주들에게 유리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배달의민족이 중장기인 투자를 통해 업계 전체 수익 구조를 개선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