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5-02 16:5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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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은철 녹십자(GC)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미국 시장에서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IVIG)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부진을 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허은철 GC녹십자(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미국시장에서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IVIG)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부진을 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알리글로’는 미국 출시 첫해 보험사 승인 심사 지연 등으로 처방 확대가 늦어지면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주요 절차상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되며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본격적인 시장 평가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녹십자 실적자료를 종합하면 녹십자는 1분기 국내 혈장분획제제 수익성 개선과 고마진 제품인 알리글로 미국 매출 반영에 힘입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녹십자는 연결기준으로 1분기 매출 3838억 원, 영업이익 80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7.5%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별도기준 매출은 2957억 원, 영업이익은 240억 원으로 매출(15.8%) 및 이익 신장 폭이 더 컸다. 특히 별도기준 전체 매출의 43.0%를 차지하는 혈장 분획제제 매출은 1272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42.2%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에는 반영되지 않았던 ‘알리글로’ 매출과 함께 2024년 6월 시행된 국내 혈액제제 약가 인상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알리글로는 국내 혈액제제 가운데 최초로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허은철 사장은 알리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에 도전한지 8년 만에 2023년 FDA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고 이듬해 7월 미국에 알리글로를 출시했다.
알리글로는 국내에서도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퇴장방지의약품으로 분류돼 정부의 약가 통제를 받는다.
▲ 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 제품 사진. <녹십자>
보건복지부 등은 공급 안정화를 위해 주기적으로 혈장분획제제 약가를 인상하고 있지만 원가 보전 차원의 조치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허 사장이 알리글로의 미국 진출을 오랫동안 준비한 것도 국내시장의 수익성 한계 때문이다.
동일한 제품을 미국에서 판매하면 국내보다 약 6.5배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어 수익 구조 개선에 유리하다. 또한 알리글로는 녹십자 미국 자회사인 GC바이오파마USA를 통해 직접 판매하고 있다. 외부 파트너사를 거치지 않는 구조 덕분에 수수료 부담이 없어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이익이 극대화되는 구조다.
다만 알리글로는 보험사 사전 승인 지연 등의 이유로 처방 확대가 예상보다 늦어지며 당초 기대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허 사장이 제시한 2024년 매출 목표는 5천만 달러였으나 실제 실적은 3560만 달러에 그쳤다.
올해는 알리글로의 미국 매출이 온전히 반영되는 첫해다. 지난해 알리글로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했던 만큼 올해 성과가 더욱 중요해졌다.
허 사장은 지난해 말 알리글로 수요 확대에 대비해 1380억 원을 들여 미국 혈액원 ABO홀딩스도 인수했다. 알리글로 판매가 뒷받침돼야 투자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ABO홀딩스는 현재 FDA 허가를 받은 혈액원 5곳을 운영 중이며, 상반기 내 추가로 1곳이 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알리글로 처방 확대의 절차적 장애물은 1분기를 기점으로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제품 자체의 ‘경쟁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알리글로는 자체 공정개발로 혈전을 유발할 수 있는 불순물을 99%까지 제거하는데 성공했으며 대량생산과 실온보관이 가능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미국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시장은 CSL베링, 다케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정맥주사 제형 뿐 아니라 환자 편의성을 높인 피하주사 제형을 통해서도 시장 침투율을 높이고 있다.
후발주자인 녹십자로서는 경쟁 압박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의약품 관세 영향도 녹십자가 넘어야 할 과제다. 현재 녹십자는 미국에서 확보한 혈장을 국내 오창 공장으로 들여와 알리글로 완제품을 생산한 뒤 다시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에 녹십자는 미국 내 재고 확대와 함께 완제의약품 위탁생산(CMO)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증권가에서는 알리글로의 본격적인 성과가 2분기 이후 확인될 것으로 전망한다. 1분기까지도 처방약 급여 관리회사(PBM) 등재 지연과 보험사 사전 승인(PA) 절차가 여전히 알리글로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1분기 알리글로의 미국법인 매출은 약 100억 원 수준”이라며 “연간 가이던스인 1억 달러 달성 여부는 2분기 매출 추이를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명선 D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보험사는 매년 1월 처방집(Formulary)을 공식 변경하기 때문에, 이에 따라 초반 소매 판매가 부진할 수 있다”며 “2분기부터 실적 흐름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올해 알리글로 매출 목표를 1억 달러(상반기 3100만 달러, 하반기 6900만 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2024년 알리글로 매출보다 약 180% 증가한 수치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