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테슬라 제조 공장에서 출하된 전기차가 주차장까지 자율주행으로 이동하고 있다. 운전대가 설치된 좌석에 운전자가 없는 모습이 보인다. <테슬라>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자율주행차 관련 규제 완화를 예고한 반면 중국 정부는 안전성 검증 기준을 높이고 광고를 제한하는 등 엇갈린 정책이 표면화하고 있다.
테슬라와 구글 웨이모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정책 환경 변화에 힘입어 BYD를 비롯한 중국 경쟁사와 대결에 승기를 잡을 기회가 열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교통부는 자국 내에서 제조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대상으로 안전 규제 면제와 사고 보고 의무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션 더피 교통부 장관은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이유로 “중국과 혁신 경쟁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미국 정부가 중국과 무인 차량호출 서비스 ‘로보택시’를 비롯한 자율주행 신산업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노려 적극적으로 자국 기업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빠르게 앞서나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를 꾸준히 시도해 왔다.
바이든 정부는 임기 말에 중국산 부품 및 소프트웨어가 포함된 스마트카 수입 및 판매를 사실상 금지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시행하는 자율주행 규제 완화도 이와 연관된 행보로 볼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자율주행 규제 완화 정책이 자동차 제조업 활성화 정책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는다.
이는 자율주행 시장에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에 제조공장을 설립하도록 하는 유인책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6월부터 미국에서 로보택시 시범 운행을 준비하는 테슬라가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는 텍사스주 공장에서 로보택시 전용 차량 ‘사이버캡’을 양산해 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자율주행 관련 규제로 이를 상용화하는 데 장애물이 남아 있었다.
미국 교통당국이 테슬라를 비롯한 기업에 적용되는 규제를 완화한다면 로보택시 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공산이 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자리잡은 이유도 교통당국의 자율주행 규제 완화를 노린 행보라는 분석이 유력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뒤 초반부터 이런 수혜가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자동차 전시 행사장에서 한 방문객이 BYD 아래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의 N9 차량을 시승해보고 있다. <연합뉴스> |
블룸버그는 “미국의 현행 자율주행 관련 규정은 테슬라 로보택시 양산 계획과 상충하고 있다”며 테슬라가 규제 완화에 따른 이득을 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구글 웨이모를 비롯한 다른 로보택시 기업에도 비슷한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미국 공장에서 제조하는 전기차를 구글 웨이모 로보택시 차량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어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자율주행 및 전기차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미국과 뚜렷하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최근 자국 내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업체를 소집해 차량 홍보나 설명에 자율주행 또는 스마트카 관련 용어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는 지침을 전달했다.
결국 23일 개막한 상하이 모터쇼에서 BYD를 비롯한 다수의 제조사는 예년과 다르게 자율주행 기술 발전 성과를 적극 선보이지 못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샤오미 자율주행 차량에서 발생한 인명사고 여파로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주행보조 기능이 적용된 샤오미 전기차에서 연이어 추돌 사고가 발생했고 3월 말에는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원격주차나 호출 등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기능의 승인도 금지했고 베타테스트를 비롯한 기능 실험도 규제하고 있다.
결국 BYD와 바이두를 비롯한 중국 자율주행 상위 기업들의 기술 개발과 상용화 일정이 늦춰지며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이 중국의 자율주행 관련 규제 강화 뒤 서둘러 자국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점도 노림수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테슬라를 비롯한 업체들은 중국의 기술 혁신 속도를 따라잡는 데 고군분투하고 있었다”며 중국 당국의 규제로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에 사업 및 제조 기반을 두고 있는 자동차 기업들이 자율주행 및 스마트카 기술에서 중국 경쟁사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포니AI나 딥루트AI 등 일부 중국 자율주행 업체는 이번에 도입한 정부 규제가 오히려 기술 안전성을 높여 자국 업계 전반에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시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