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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가 기술경쟁력 확보와 시장확대에 성과를 내 반도체사업의 급성장을 이끈 공을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SK하이닉스는 업황악화를 방어할 수 있는 체질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내년부터 3D낸드와 시스템반도체 등 새 성장동력에도 본격적으로 투자한다.
박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 ICT위원장도 맡게 돼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SK하이닉스 급성장 성과 인정받아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가 21일 SK그룹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에 연임됐다. 또 SK그룹 차원의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ICT위원장도 겸임하게 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메모리반도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실적개선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며 “체질개선과 새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주도로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뒤 2012년 SK하이닉스를 설립했는데 인수 첫해 2천억 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보는 등 고전했다.
하지만 박 부회장이 대표에 오른 2013년 SK하이닉스는 3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며 큰 폭으로 흑자전환했고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역대 최대실적을 갱신해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메모리반도체 업황악화로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박 부회장이 반도체 생산원가 절감을 위한 미세공정전환 등 노력을 가속화한 성과로 실적을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4분기에 1조4천억 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며 전성기 수준의 실적을 회복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에도 역대 최대실적을 낼 것이 유력하다.
3D낸드 연구개발성과가 본격화돼 장기간 적자를 내던 낸드플래시 영업이익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기여하는 등 D램 의존을 낮추기 위한 체질개선효과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독주가 강화되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주요 고객사에 기술력을 인정받아 점유율을 꾸준히 끌어올리며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현대전자 시절부터 메모리반도체에서 30년 이상의 경험을 쌓았는데 기술경쟁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연구개발투자를 지속한 성과로 SK하이닉스가 굳건한 시장지배력을 구축해낸 것으로 평가된다.
박 부회장은 울산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 반도체연구소부터 경력을 쌓은 하이닉스 최초의 기술자 출신 CEO로 주목받았다.
올해 3월부터 제10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SK하이닉스 D램부문장을 맡던 이석희 부사장도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해 사업총괄(COO)에 올랐다. 박 부회장과 함께 사업 및 경영전략 수립에 협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중요 과제 앞두고 책임 강화
박 부회장의 승진은 그동안 이뤄낸 성과에 대한 보상의 의미도 있지만 사업환경변화에 대응할 SK하이닉스의 전략적 결정이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책임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는 3D낸드 분야에서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평가받지만 글로벌 경쟁업체와 본격적인 맞대결을 위해 대규모 증설투자로 물량증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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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D낸드 기술을 적용한 SK하이닉스의 모바일 낸드플래시. |
또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파운드리사업부를 박 부회장 직속조직으로 신설하는 조직개편도 이뤄진 만큼 이 분야의 투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구개발과 생산투자에 6조 원 이상을 들였는데 내년에는 규모가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구체적인 투자시기와 방향을 놓고 전략수립체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치열한 시장환경에서 SK하이닉스가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외부업체와 협력하거나 인수합병을 진행할 가능성도 고개를 드는 만큼 박 부회장의 의사결정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 등은 생산시설 제공을 빌미로 SK하이닉스에 꾸준히 기술협력을 제안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이를 받아들일지 또는 독자경쟁력 확보를 고집할지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주사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이른 시일 안에 자회사로 승격돼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상법상 SK하이닉스가 승격될 경우 외부업체의 지분 100%를 보유하지 않아도 일부를 인수해 자회사로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사업은 SK텔레콤과 같은 주요 계열사가 추진하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신산업에 핵심요소로 꼽힌다. 이에 따라 SK그룹에서 박 부회장의 위상도 강화됐다.
박 부회장은 SK그룹 최고의결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그룹 차원의 정보통신사업을 총괄하는 ICT위원장을 겸임하게 됐다. 박 부회장과 같이 반도체 전문가였던 임형규 SK텔레콤 부회장의 후임으로 올라 역할을 물려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 관계자는 “박 부회장의 역할은 임 부회장과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사업전략 수립에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임 부회장의 향후 거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부터 메모리반도체 적용분야 확대로 큰 폭의 업황개선이 예상되며 중요한 성장기회를 맞았다. 박 부회장 체제에서 이런 효과를 극대화해 성장성을 더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시장진출 등 어려운 사업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변화를 추진한 것”이라며 “성장기회를 찾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