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영 부광약품 대표이사(왼쪽)가 2024년 8월22일 아주대의료원과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광약품> |
[씨저널]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제약바이오 사업으로 꾸준히 눈을 돌리고 있다.
이 회장은 한국에서 화학사업을 꾸려나가는 것의 한계를 깨닫고 OCI그룹을 한국의 바이엘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재력 있는 계열사인 부광약품 대표로 연구원 출신의 제약 전문가가 아닌 검사 출신의
이제영 OCI홀딩스 전무를 보낸 이유에 대해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이는 시선이 많다.
◆ 검사 출신 이제영, 감사 역할 통해 OCI그룹 빠르게 파악
이제영 부광약품 대표이사는 지주사 OCI홀딩스의 전략기획실 전무를 맡으면서 경영전략을 총괄하며 국내외 약 10개 계열사의 전반적인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OCI홀딩스와 바이오 계열사를 연결하는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부광약품, 부광메디카, 콘테라파마 등 주요 바이오 자회사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는 OCI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로 서울 현대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4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컬럼비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로스쿨(LLM) 과정을 이수하고 17년 간 검사로 재직하다가 2019년 OCI에 합류했다.
이 대표가 처음부터 그룹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었다.
이제영 대표는 다수 계열사의 감사 역할을 수행하며 내부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3년
이우현 회장의 취임 시점과 맞물려 입지를 넓혔다.
이 대표의 핵심 과제는 부광약품의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다.
부광약품은 이 회장이 바이오산업에 대한 비전을 처음 실현한 상징적 계열사로 이 회장은 2024년 4월까지 직접 경영을 맡아왔다.
부광약품은 OCI그룹에 편입된 2022년부터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해왔으나 현재는
이제영 전무가 단독으로 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는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이우현 회장 차원의 믿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이제영 대표는 OCI홀딩스 전략기획실 전무도 맡고 있는 만큼 OCI홀딩스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을 완전히 갖출 수 있도록 부광약품 지분을 30%까지 늘리는 작업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OCI홀딩스는 부광약품 지분 11.32%를 보유하고 있는데 올해 9월까지 30%로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주사가 출범 후 2년 안에 상장 자회사 지분 30% 이상, 비상장 자회사 지분 50% 이상을 소유하도록 하고 있다.
OCI홀딩스는 2023년 5월 OCI그룹 지주사로 출범했지만 공정거래법 기준으로는 출범 시점이 같은 해 9월로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오는 9월을 전후로 부광약품 지분 30% 이상을 확보하며 공식 지주사로 등극할 경우 OCI홀딩스와
이우현 대표 지배력은 강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OCI(현 OCI홀딩스)는 2022년 3월 오너 2세인 김상훈 당시 부광약품 사장 외 8인으로부터 부광약품 주식 773만 334주를 1461억원에 획득하면서 최대주주가 오른 바 있다.
OCI그룹이 부광약품을 품은 것은
이우현 회장의 제약바이오 사업에 대한 큰 꿈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은 OCI그룹의 주력 사업의 축을 태양광 소재 사업에서 제약바이오로 옮겨 '한국의 바이엘'로 탈바꿈하는 것을 꾀하고 있다. |
◆ 이우현, 한국의 바이엘을 꿈꾸다
"석유화학 기업에서 제약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난 독일 바이엘의 길을 따라가려고 한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한 매체(한국경제신문)와 2024년 1월 진행한 인터뷰에서 "현재 OCI 의 주력사업인 화학소재 분야는 성장성이 낮아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회장은 산업용 화학분야는 한국에서 사업환경이 녹록지 않고 중국기업을 비롯한 경쟁사와 가격경쟁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속적 성장성이 전망되는 제약바이오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이끄는 OCI그룹은 제약·바이오를 신재생에너지, 첨단소재와 함께 핵심 3대 사업으로 점찍고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1959년 동양제철화학에서 출발한 OCI그룹은 과거 2000년대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들며 화학 기업에서 소재·에너지 기업으로 확장 변모해 왔다.
그러나 주력인 화학·소재 사업만으로는 성장성에 한계를 느꼈고 OCI그룹은 2018년 부광약품과의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시작으로 2022년 부광약품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며 제약·바이오 분야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제영 부광약품 대표는 이런
이우현 회장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부광약품의 실적과 생산능력을 키우는데 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광약품은 OCI그룹 인수 1년차인 2022년과 2년차인 2023년 경영실적은 부진했지만 2024년에는 연결재기준 매출 1601억 원과 영업이익 16억 원을 달성했다. 2023년보다 매출은 27% 늘었고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로 전환했다.
이에 더해
이제영 대표는 2025년 3월 1천억 원 규모 주주배정 뒤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공장 증설과 연구개발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먼저 200억 원을 투입해 안산공장의 생산능력을 연간 10억 정에서 14억 정으로 늘린다는 구상을 내놨다.
아울러 증자자금으로 최신 생산설비를 도입해 공정효율성을 향상하고 생산원가 절감과 고품질의 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유상증자로 확보하는 자금을 잘 활용해 2030년 매출 기준 20위권 제약사로 발돋움하고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거두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