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메디슨이 의료기기 브랜드를 모두 ‘삼성’으로 통합한다.
삼성그룹은 의료기기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을 삼고 2011년 메디슨을 인수했다. 그러나 삼성메디슨이 계속 부진하자 올해 경영진단을 하기도 했는데, 이번 조처도 그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거듭 의료분야의 투자를 강조하고 있어 앞으로 삼성메디슨의 변화가 주목된다.
◆ 경영진단 후속조처로 삼성 브랜드 통합
삼성메디슨은 앞으로 회사의 모든 제품에 ‘삼성’ 브랜드를 적용한다고 2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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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메디슨 인수 후 여러 브랜드를 사용했으나 이제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려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메디슨은 그동안 초음파 진단기기를 생산하면서 삼성 브랜드 대신 ‘아큐빅스’와 ‘유지오’ 등 각각 다른 이름을 사용해왔다.
삼성메디슨은 지난 6월 출시한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 ‘RS80A’에 대해 처음으로 삼성 브랜드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반기에 나오는 신제품부터 삼성 브랜드로 통합한 뒤 기존 제품도 단계적으로 브랜드를 바꾸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삼성메디슨에 대해 그동안 꾸준히 구조조정을 해왔다.
지난해 1월에 삼성전자 조수인 의료기기사업부장이 삼성메디슨 대표이사로 앉았다. 그 뒤 삼성메디슨의 해외법인을 삼성전자에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해 지난해 10월 마무리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은 올해 들어 1월 말부터 2개월 동안 삼성메디슨에 대해 경영진단을 실시했다.
당시 의료기기업계 전문가들은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삼성메디슨의 사업과 조직이 크게 개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삼성메디슨을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경영진단 결과 삼성메디슨에 대해 ‘삼성화’를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시간을 두고 삼성메디슨에 대한 통합작업에 들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조 대표도 지난 3월 열린 국제의료기기 병원설비전시회에서 “삼성메디슨은 지난 2년 동안 기초역량을 닦았다”며 “올해 매출을 많이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 삼성메디슨은 삼성그룹 인수 후 실적부진
삼성메디슨은 삼성그룹의 의료기기사업의 핵심 자회사다.
삼성전자는 의료기기사업 진출을 위해 2011년 2월 의료기기 국내시장 1위 기업이었던 메디슨 지분 66%를 약 5천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삼성메디슨에 대해 “메디슨의 전문인재와 경험을 최대한 살려 의료기기분야를 글로벌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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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인 삼성메디슨 대표 |
의료기기사업은 삼성그룹이 2010년 발표한 ‘5대 미래성장동력 사업’ 중 하나다. 당시 삼성그룹은 2020년까지 1조2천억 원을 투자해 10조 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4월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삼성그룹은 현재 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많은 연구개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메디슨은 삼성그룹에 들어온 후 계속 실적이 부진했다. 편입 전인 2010년 삼성메디슨은 매출 3044억 원에 영업이익 312억 원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메디슨 실적은 매출 2690억 원에 영업이익 42억 원으로 떨어졌다. 2012년과 비교해도 영업이익(241억 원)이 82% 줄었다.
삼성메디슨은 국내시장에서도 경쟁기업에 밀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난 5월 발표에 따르면 삼성메디슨은 4년간 1위였던 의료기기 수출액 부문에서 한국GE초음파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삼성메디슨은 생산액 기준으로도 치과용 임플란트 제조기업 오스템임플란트에게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시장 1위를 빼앗겼다. 생산액은 제품의 공장도 출하가격과 부가가치세를 합친 것이다. 이를 통해 1년간 의료기기회사가 직접 생산한 제품 수를 파악할 수 있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들은 삼성그룹이 메디슨을 인수한 뒤 운영방식 차이로 기존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조직역량이 흔들렸다고 본다. 공격적 영업이 필요한 의료기기분야에서 지나치게 보수적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