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5-04-16 14: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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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퇴직연금 시장의 주류인 생애주기펀드(TDF)의 대항마로 출시된 디딤펀드가 안정성이라는 장점마저 무색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디딤펀드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업계에서는 앞으로 디딤펀드가 더 외면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지난해 10월16일 디딤펀드 출범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16일 펀드데이터 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디딤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HDC디딤모아주고막아주는증권투자신탁1호, 키움디딤더높이EMP증권투자신탁, 트러스톤디딤백년50EMP자산배분증권투자신탁, 우리디딤미국테크와바이오증권자투자신탁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각각 -0.46%, -1.38%, -3.27%, -3.42%로 모두 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TDF의 평균 수익률은 2025년 빈티지(은퇴 시기)가 -1.53%, 2030년이 -1.68%, 2035년이 -2.02%로 집계됐다.
디딤펀드의 성과가 TDF와 큰 차이가 없거나, 일부의 경우 오히려 더 저조했던 것이다.
디딤펀드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밸런스펀드의 일종이다.
주식비중을 최대 50%로 제한한 뒤 시황에 따라 조절한다. 퇴직연금 시장의 절대강자인 TDF가 생애주기에 따라 주식 비중을 조절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HDC디딤모아주고막아주는증권투자신탁1호의 경우 매년 결산 이후 주식 편입 한도를 10% 이내로 초기 운용을 시작한다. 이후 상승장에서는 주식 한도를 10% -> 20% -> 30% 순으로 확대하고 하락장에 진입할 땐 주식 편입 한도를 10% -> 5% -> 0%로 순차적으로 줄이면서 손실을 방어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정기예금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다.
디딤펀드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취임 이후부터 내걸었던 중점사업으로 지난해 9월에 출시를 완료했다.
서 회장은 퇴직연금 상품이 TDF 일변도여서 안정성향 투자자들의 퇴직연금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넘어오지 않고 예적금에 머물고 있다고 보았다.
TDF는 위험성이 높으나 수익 가능성도 높은 반면 예적금은 위험성이 없으나 수익 가능성 역시 거의 제로다.
이에 둘 사이에 위험성과 수익성의 중간 지점을 추구하기 위해 서 회장이 출시한 것이 디딤펀드다. 퇴직연금 자금을 예적금에서 증시로유도하기 위한 징검다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디딤펀드 출시를 앞두고 다수의 자산운용사들이 저마다의 디딤펀드 상품을 릴레이 형식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실제로 디딤펀드는 출시 이후 증시가 출렁일 때마다 TDF에 비해 어느정도 안정성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 회장 본인도 올해 2월5일 신년간담회에서 “글로벌 증시가 부진을 겪는 와중에도 디딤펀드는 출시 직후 약 3.5%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며 방어력을 입증했다”며 “단순 연환산으로 14%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 말했다.
서 회장은 향후 디딤펀드를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에도 편입시키겠다고 하는 등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2025년 2월5일 신년간담회에서 서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그런데 4월 들어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분쟁발 글로벌 하락장에서는 디딤펀드도 맥을 못 춘 것이다.
디딤펀드는 그 특성상 상승장에서는 TDF에 비해 상승여력이 제한되는 반면 하락장에서의 방어력 만큼은 TDF와 비교해 유일한 장점으로 꼽혀 왔다.
그런데 이제 방어력이라는 특성도 퇴색되고 말면서 향후 TDF에 비한 열세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딤펀드의 특성상 방어력마저 시원찮은 것으로 나타나면 앞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더욱 외면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