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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과 계속 공존할 수 있나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6-12-16 13: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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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은 다른 엔지니어링회사와 달리 현대건설과 공존할 수 있을까?

포스코건설이 포스코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하기로 하는 등 국내 엔지니어링회사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포스코엔지니어링은 포스코건설과 사업영역이 중복되면서 결국 합병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현대엔지니어링은 모회사 현대건설과 사업영역이 겹치지만 뚜렷하게 입지를 다지며 현대건설을 턱밑까지 쫓아가고 있다.

◆ 주택시장 강자로 새롭게 떠오른 현대엔지니어링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주택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과 계속 공존할 수 있나  
▲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왼쪽)과 김위철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엠코와 합병한 뒤 2014년 주택시장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2년 만에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특히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 10월 서울 서초구에서 힐스테이트를 처음 분양한 뒤 최근까지 모두 30여 개 단지, 2만여 가구를 공급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두 회사는 모회사(현대건설)와 자회사(현대엔지니어링) 관계다. 그러나 최근 동생 현대엔지니어링이 급성장하고 있다. 매출 규모는 여전히 차이가 크지만 영업이익 격차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재건축시장에도 뛰어들었다. 그동안 주택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이번에 울산시 재건축사업인 ‘힐스테이트 수암’을 시작으로 도시정비사업을 포함한 사업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여러 사업영역이 겹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원래 화공플랜트의 설계와 시공을 주력으로 했지만 2014년 현대엠코와 합병하면서 건축과 주택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현대엠코는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에 인수되기 전에 설립된 현대차그룹의 건설회사로 현대차그룹의 공사를 도맡아 왔던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계열분리되면서 설립됐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업영역이 겹치는 데 대한 안팎의 우려에도 아직까지 순조롭게 공존하고 있다. 두 회사는 현재 국내외 다수의 프로젝트에 컨소시엄 형태로 함께 참여하고 있다.

두 회사는 현대차그룹이 야심차게 짓고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에도 함께 참여한다.

◆ 먹거리 줄어드는 건설시장, 공존 언제까지

문제는 해외시장에 이어 그동안 국내 건설회사들을 지탱해왔던 국내 주택시장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두 회사의 공존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매년 100억 달러 이상 해외수주를 거뒀지만 올해 해외수주는 29억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14%가량 줄었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과 계속 공존할 수 있나  
▲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해외수주는 23억5천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59% 급감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모두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시장에 집중하고 있어 국내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국내시장 역시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대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 이후로 과열양상이 한풀 꺾인 상태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국내 금리 역시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부동산시장이 또 다시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도 앞으로 제한된 먹거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가 합병할 당시 현대엔지니어링이 설계와 구매, 시공(EPC)에서 경쟁력과 전문성을 확보해 2025년까지 수주 22조 원,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현대건설은 발전플랜트를 포함한 토목과 인프라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합병설이 처음 알려진 뒤 현대엔지니어링 때문에 현대건설의 성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현대건설 주가가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있어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실제 합병 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엠코와 합병한 뒤 2014년 시공능력평가 10위권에 단번에 진입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7위까지 올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해외수주 1위, 분양아파트 100% 계약을 달성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토목과 플랜트, 건축 등 다양한 사업구조를 갖춘 덕분에 다른 건설회사들이 중동 저가수주로 실적악화를 겪던 시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건설에 이은 2대주주인 만큼 앞으로도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정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을 11.72% 보유하고 있어 현대건설(38.62%)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하거나 현대건설과 합병해 몸집을 키운 뒤 배당이나 지분매각 등을 통해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두 방안 모두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유리하다.

특히 두 회사가 합병하면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의 주주가 합병 법인에서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건설 주가가 낮고 현대엔지니어링 주가가 높을수록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과 계속 공존할 수 있나  
▲ 정몽구(가운데) 현대차그룹 회장이 7월8일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현장을 찾았다. 왼쪽은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오른쪽은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 두 회사의 갈등도 표면화


같은 그룹 안에 건설회사가 2개 존재하면서 두 회사가 신경전을 벌이는 일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공사지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놓고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옛 한전부지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2021년까지 짓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 곳에 현대차그룹 51개 계열사 가운데 30여 개의 계열사가 입주한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공사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함께 맡기로 했는데 아직 두 회사의 공사지분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 밝혀지지 않았다.

건설업계에서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7대 3의 지분 비율로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이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추진단을 이끌고 있고 건립추진단은 현재 현대건설 본사 사옥에서 운영되고 있다. 전체 구성원 가운데 80% 이상이 현대건설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6대 4로 나눈다는 얘기도 나왔으나 이 경우 현대엔지니어링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7대 3으로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대건설 입장에서 6대 4라는 비율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과거 현대엔지니어링과 힐스테이트를 공유하는 데에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브랜드 수수료율을 결정하는데 8개월 넘게 협상을 끌었던 것도 이런 갈등 때문이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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