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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정현 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가 서로를 향해 “당을 떠나라”며 정면충돌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새누리당 내분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위의 황영철 의원은 12일 “국정을 농단하고 민심을 배반한 최순실의 남자들은 즉각 당을 떠나야 한다”며 “친박은 모임을 중단하고 새누리당이 국민과 함께 보수의 재건을 이뤄낼 수 있도록 즉각 사퇴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비상시국위가 ‘최순실의 남자들’로 지목한 의원은 이정현 대표를 비롯해 조원진 이장우 서청원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 김진태 의원 등 모두 8명이다.
친박계가 전날 발족을 예고한 ‘혁신과 통합모임’에 대해서 “사실상 보수의 재건을 반대하는 수구세력들이 모여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당을 사당화하려는 술책을 부리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황 의원은 “혁신과 통합을 가로막는 세력들이 혁신과 통합이라는 가면을 뒤집어쓴 채 당을 국민으로부터, 당원으로부터 떠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의원은 “친박계의 심야회동은 국민에 대한 저항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심을 거스르고 당 입장에서는 상당히 자해행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비박계의 출당 요구에 친박계는 발끈했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비박계가) 당 지도부를 무력화하고 마치 당권을 차지한 것처럼 행동한다”며 “가소롭고 뻔뻔하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표는 비주류의 유승민과 황영철 의원을 지목해 “그분들이 이정현보다 이 당에서 뭘 얼마나 했다고 감히 대표더러 나가라고 함부로 얘기하냐”며 “반드시 사과하도록 촉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사퇴시기를 21일로 밝혔는데 다른 최고위원 등의 사퇴와 관련해 “저에 대한 사퇴요구를 제 입으로 약속했기 때문에 제 얘기만 하겠다”고 말해 동반사퇴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그동안 해당행위를 일삼고 당을 분열시킨 김무성과 유승민은 스스로 이 당에서 나가 본인들의 길을 가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친박과 비박이 서로 당을 떠나라고 압박하는 것은 565억 원대에 이르는 당 재산이나 300만 명의 당원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35년간 명맥을 이어온 국내 최대 보수정당을 남겨 두고 추운 ‘광야’에서 신당을 창당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새누리당이 당비와 국가보조금, 기탁금 등으로 거둔 수입은 561억800만 원이다. 현재 정당법상 신당을 창당하려면 중앙당 1개와 지방당 5개 이상, 당원 1천 명 이상이 필요한데 내년 조기대선 전까지 전국조직을 정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친박과 비박은 이 때문에 중립적 의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새누리당 전체의원 128명 가운데 현재까지 확인된 양 진영의 세 규모는 친박 53명, 비박 43명 수준으로 관측된다. 아직까지 어느 진영에 합류할지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의원들은 32명 정도로 추산된다.
박 대통령 탄핵안 표결결과를 감안할 때 이들 32명의 의원들 중 친박계로 발길을 옮길 의원들이 생각보다는 많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