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박근혜 게이트 연루 의혹에도 연임에 도전할 뜻을 공식화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9일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이명우 이사회 의장에 연임의사를 밝혔다.
권 회장은 “지난 3년 동안 경쟁력 강화와 경영실적 개선에 매진한 나머지 후계자 양성에 다소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회사를 이끌어 나갈 리더 육성을 위해 올해 도입한 Top Talents 육성 프로그램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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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권 회장은 내년 3월 3년 임기의 만료를 앞두고 있다. 권 회장이 연임의사를 밝히면서 포스코는 CEO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단일후보로 권 회장의 연임을 판단한다.
CEO후보추천위원회에서 권 회장의 연임이 적격하다고 판단하면 이후 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을 거쳐 권 회장의 연임이 최종 결정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CEO후보추천위원회는 권 회장의 성과와 계획, 그리고 최근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도 검증할 것”이라며 “CEO후보추천위원회의 검증작업은 내년 1월 말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 회장 연임이 불가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포스코는 승계위원회를 열어 내외부에서 후보군을 추리고 CEO후보추천위원회, 주주총회, 그리고 이사회를 거쳐 새로운 포스코 회장을 선임한다. 새로운 회장을 선임하는 데는 보통 한달의 시간이 걸린다.
주주총회가 내년 3월 열리는 만큼 포스코는 그 전까지 권 회장 연임 또는 새로운 회장 선임을 결정하는 과정을 마쳐야 한다.
역대 포스코 회장들은 대부분 연임에 성공했다.
권 회장의 경우 경영능력이나 구조조정 성과를 놓고 평가는 엇갈린다. 하지만 포스코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조 회복에 성공하면서 실적만 놓고 보면 권 회장이 연임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권 회장이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면서 연임 여부의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이 선임될 당시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19일 열리는 박근혜 게이트 5차 청문회에서 관련 증인이 출석해 입을 열 수도 있다.
포스코는 미르와 K스포츠에 49억 원을 냈다. 청와대와 비선실세 개입으로 포스코 펜싱팀을 창단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최순실씨에게 이권을 넘겨주기 위해 광고계열사 포레카를 매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앞으로 벌어질 특검수사도 권 회장의 연임 여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탄핵 정국으로 포스코는 회장 인사에서 정경유착을 끊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됐다”며 “포스코가 이번 회장 인사에서 원칙을 바로 잡는다면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교체되는 포스코 회장의 수난사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