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기로 약속하면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삼성그룹 컨트롤타워를 구축할지 주목된다.
예전처럼 이름만 바꾸는 형태의 재편은 질타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삼성그룹이 지주사체제 전환 등으로 공식적 의사결정조직을 만들어 컨트롤타워 기능을 맡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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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
이 부회장이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사전에 계획되지 않았을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준 삼성미래전략실 부사장은 7일 삼성그룹 사장단회의에 앞서 “미래전략실의 해체 발언은 예정됐던 것이 아니다”라며 “나중에 구체적으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삼성그룹의 변화를 요구받았다.
의원들은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이 삼성그룹의 대외업무와 전략수립 등을 총괄하고 있어 최순실씨 모녀 지원의 의사결정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비공식조직인데도 의사결정을 주도한다고 비판했다.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에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느끼게 됐다”며 “미래전략실을 없애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1998년 구조조정본부로 설립돼 전략기획실로 이름이 바뀌었다. 2008년 삼성특검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자 해체됐지만 2010년 미래전략실로 부활했다.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은 이병철 창업주가 설립하고 이건희 회장이 유지한 조직이라 조심스럽지만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이전처럼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없애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의 갑작스런 결정으로 삼성그룹은 대규모 조직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대외협력과 인사, 그룹 차원의 경영전략 수립과 인수합병 등을 총괄하는 핵심조직이기 때문이다.
청문회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로 꼭 필요하지만 비공식 조직이라는 것이 문제”라며 “소속과 이름을 바꾸거나 지주회사로 전환해 법적 근거를 갖추는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설립되면 미래전략실을 대체할 공식조직을 신설해 이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조직을 공식화할 경우 투명성이 높아지는 만큼 삼성전자 인적분할의 명분도 확보한 셈이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삼성물산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지주사를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합병해 순수지주사를 설립하는 조직개편을 이뤄낼 수 있다고 봤다.
지주사체제로 앞서 전환한 LG그룹과 SK그룹 등은 지주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계열사를 총괄해 이끌어가고 있다. 삼성그룹도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 이런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삼성그룹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와 같은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사회적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며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삼성전자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은 이전부터 계속 제기됐다. 그만큼 미래전략실 해체는 이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 리더십을 보여줄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삼성 미래전략실은 한국 특유의 재벌기업문화를 보여주는 조직으로 오너일가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질타를 계속 받아왔다”며 “이 부회장이 해체를 약속하며 변화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