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CJ 회장이 환자복을 입고 14일 항소심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
CJ그룹의 지주사인 CJ가 이재현 회장의 부재 상황에서도 자회사들의 실적에 힘입어 순항하고 있다.
CJ는 상반기에 양호한 실적을 내며 주가도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이재현 CJ 회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CJ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이 회장은 최근 열린 재판에서 “살아서 CJ를 반드시 세계적 생활문화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호소했다.
◆ 순항하는 CJ에 대한 엇갈린 전망
CJ그룹의 지주사인 CJ 주가는 20일 17만6500원으로 사상최고가를 경신하며 장을 마쳤다. CJ 주가는 장중 한 때 18만2천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 7월부터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데다 신장수술 등으로 건강조차 좋지 않아 경영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CJ그룹이 예상 밖의 순항을 하고 있는 점이 CJ 주가에 반영됐다.
CJ 주가는 이 회장이 구속기소된 지난해 7월 말 7만 원대 초반까지 떨어졌으나 1년 만에 두 배 이상 올랐다. 이는 CJ가 상반기 좋은 실적을 거둔 데다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에 따라 내수 중심의 자회사들이 앞으로 더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CJ는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9조5천억 원에 영업이익 4천6백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1%와 9.1% 늘어난 실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재현 회장의 경영공백으로 CJ의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또 하반기에 정부의 강력한 경제 살리기 정책의 수혜를 CJ그룹이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CJ는 내수그룹”이라며 “내수살리기 정책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CJ그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최근의 좋은 실적은 단기 현상에 불과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앞으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염려한다.
CJ그룹 관계자는 “투자를 줄이는 보수적 경영으로 단기적으로 좋은 실적을 낸 것”이라며 “오너가 없어 중요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CJ그룹의 올해 상반기 투자유보액은 4800억 원이다. 당초 계획했던 투자액은 1조3천억 원이었다. 37% 가량의 투자를 유보한 셈이다.
CJ그룹은 부산 영상테마파크사업, 굴업도 골프장 건설, 수도권 택배허브터미널 등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포기하거나 유보했다. 그룹 총수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사업들이다. CJ그룹은 지난해에도 예상 투자액의 80%를 투자하는 데 그쳤다.
◆ 이재현 “살아서 CJ를 더 키우고 싶다” 호소
CJ그룹이 비록 현재 안정적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그룹 총수인 이재현 회장이 없어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CJ그룹은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워온 그룹”이라며 “지속적 투자와 인수합병 없이 그룹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회장도 CJ그룹에 아직 못 다 이룬 것들이 많다고 말한다. 이 회장은 지난 14일 항소심 공판에서 “살고싶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 회장은 수술 후유증으로 눈에 띄게 건강이 악화된 모습이었다.
이 회장은 “살아서 CJ를 반드시 세계적 생활문화기업으로 키워야 한다”며 “이것이 선대회장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고 또 길지 않은 여생을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책무와 저의 진정성을 깊이 고려해서 최대한의 선처를 간청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 변호인도 “이 회장이 이식받은 신장의 수명은 10년 정도인데 그 사이에 거부반응이 나타나 그 수명은 더욱 단축됐을 것”이라며 “이 회장은 사실상 10년 미만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 및 1100만 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이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달 4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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