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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뉴시스> |
IBK기업은행장 인사가 박근혜 게이트를 계기로 금융공기관에서 낙하산 인사의 관행을 단절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부상하고 있다.
권선주 행장은 올해 말에 임기가 끝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공백의 혼돈 속에서도 인사를 재개하면서 기업은행장 인사에 눈길이 모이고 있다.
◆ 권선주 연임할까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선주 행장은 12월27일 임기가 끝나는데 청와대에서 한동안 멈췄던 여러 기관들의 인사를 최근 들어 다시 시작하면서 차기 기업은행장 인선작업도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은행법 26조에 따라 금융위원장의 후보제청을 받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박근혜 게이트가 터지고 총리를 비롯해 내각 인사가 중단되면서 기업은행장 인사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기도 했다.
한때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거명되는 등 정권 말에 낙하산 인사가 기업은행장에 앉을 것으로 유력하게 전망됐으나 박근혜 게이트로 이런 말이 쑥 들어가 버렸다.
이 때문에 권선주 행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기업은행장을 연임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그동안 교체설이 유력했으나 박근혜 게이트로 상황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권 행장은 이미 한차례 검증됐고 2013년에 취임한 뒤 기업은행의 순이익도 늘어나는 등 성과도 인정받고 있다. 기업은행 행원 출신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장을 외부에서 찾기에는 정부와 청와대의 사정이 좋지 않고 기업은행 내부의 반발도 심각할 것”이라며 “국책은행장들이 정부 교체시기에 물갈이되는 관행을 감안하면 권 행장이 1년 더 일하는 방식 등으로 연임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내부승진 가능성도 대두
그러나 권 행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아왔고 권 행장을 연임할 경우 청와대가 앞으로 금융공기관의 인사에 손대기가 어려워진다는 점 때문에 권 행장을 교체할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히 폭넓게 존재한다.
박 대통령은 권 행장을 공개적으로 칭찬했고 4월 총선 당시에는 권 행장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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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홍 IBK기업은행 수석부행장 전무이사. |
권 행장을 교체할 경우 박근혜 게이트으로 어느 때보다 인사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만큼 기업은행 내부에서 행장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 행장도 10월 국정감사에서 “기업은행장은 내부에서 승진하는 쪽이 업무를 파악하기에 더욱 쉬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부에서 박춘홍 기업은행 수석부행장(전무이사)이 유력하게 거명된다. 부행장으로 3년 이상 일한 이상진 여신운영그룹장, 김성미 개인고객그룹장, 김도진 경영전략그룹장, 시석중 마케팅그룹장 등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물론 낙하산 인사 가능성도 열려있다. 최근 IBK자산운용 대표를 놓고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은행장 인사도 낙하산 인사 가능성이 없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IBK자산운용의 경우 안홍열 대표가 10월5일에 임기가 끝났는데도 후임자가 뽑히지 않았는데 권 행장이 추천한 후보를 청와대에서 반려하고 정만섭 전 IBK저축은행 대표를 내정했다는 말이 돌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기업은행장의 선임과정과 기준 등을 전혀 알 수 없다”며 “이번에도 새 행장이 선임되기 직전까지 외부인사가 영입될지 내부인사로 결정될지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CEO 승계절차 구축 절실
기업은행이 이번에 내부 출신을 새 행장으로 맞게 되더라도 낙하산 인사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서 CEO 인선을 위한 투명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은 내부에서 행장후보를 육성하는 CEO 승계프로그램을 두고 있지 않다. 행장후보를 체적으로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도 없다.
시중은행들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라 CEO 승계프로그램을 갖추고 이사회나 임원추천위원회가 행장 선임절차를 진행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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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10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은행·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
기업은행장 선임절차를 규정한 중소기업은행법에는 행장의 요건은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낙하산 인사에 따른 경영공백과 연속성 부족을 불러오기 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책은행의 경우 정책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외부와 소통도 민간은행보다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국정철학과 전문성 등을 살펴 적합한 인사를 은행장으로 선임하는 것이라는 논리도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 내부에서 CEO 승계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으면 행장 인선 때마다 낙하산 논란 등에 흔들리고 내부적으로 권력을 줄을 잡으려는 움직임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권선주 행장도 10월 국정감사에서 “기업은행에 내부적인 CEO 승계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국책은행이라는 한계 때문에 기업은행 내부에서 동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기업은행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는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아직 상정도 되지 않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정부출연기관으로서 금융위로부터 매년 중소기업대출을 어느 선까지 내줘야 한다는 목표치를 받는다”며 “이러한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한 CEO의 선임과정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