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연말인사철이 다가왔지만 대기업에 몰아친 박근혜 게이트 탓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SK그룹, 롯데그룹 등 검찰수사와 국회 청문회 등을 앞둔 기업들의 경우 연말 정기인사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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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25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들에서 연말 정기인사가 일정대로 치러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2월6일 ‘박근혜 게이트’ 관련 1차 국정조사 청문회가 열린다.
총수가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9개 그룹의 경우 비상이 걸렸다.
TV생중계로 진행돼 온 국민이 지켜보게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개 11월 말경이 되면 연말 정기인사 얘기가 무르익곤 했는데 올해는 박근혜 게이트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보통 12월 초에 인사를 했지만 아직까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책임경영의 전면에 나서면서 올해 정기인사 향방이 주목됐다. 갤럭시노트7 발화사태로 스마트폰 사업에서 실적이 악화한 점도 인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 쏠렸다.
실적악화에 따른 ‘신상필벌’의 기조가 유지될 경우 승진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계열사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진두지휘하는 미래전략실이 2차례나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검찰수사가 확대일로에 있어 12월 초 정기인사가 예년과 마찬가지로 실시될지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서 청문회 이후나 아예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청문회 증인출석과 관련해 "아무래도 관심이 쏠려있으니 참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매년 12월 첫째주에 사장단인사, 그 다음주에 부사장 이하 임원인사를 실시해왔다. 지난해에는 사장 승진 6명 등 15명이 사장단인사 대상이었고 2014년에는 11명, 그 이전 4년간은 16~18명 수준이었다.
삼성그룹은 2007년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에는 연말인사를 하지 못해 이듬해 5월에 실시한 적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삼성그룹보다 늦은 12월 말에 정기인사를 보통 실시해왔다. 정몽구 회장이 국회 청문회 출석을 앞둔 것은 마찬가지지만 인사 자체를 연기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외 판매량 감소에 따른 실적악화에 시달렸던 만큼 임원 승진자 수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임원 승진자 수는 368명이었는데 전년보다 65명 줄어든 규모였다.
SK그룹은 12월 중순 예년과 마찬가지로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도 미르와 K스포츠 기금출연 외에도 면세점 특허와 관련한 의혹으로 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최 회장이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은 점을 놓고도 의혹이 일고 있다. 시국이 뒤숭숭한 상황인 만큼 변화보다 안정에 방점을 찍고 인사폭도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4대 주요그룹 가운데 상대적으로 외풍이 덜한 곳은 LG그룹이다. 재단 출연금과 대통령 독대 문제로 구본무 회장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긴 해지만 아직까지 크게 이슈가 될만한 의혹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LG그룹도 지난해보다 인사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11월 말 인사를 실시했지만 올해는 12월 초나 더 늦어지면 청문회 국면이 마무리된 뒤로 밀릴 수도 있다.
지난해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가 유일하게 부회장에 올랐는데 올해는 승진자나 인사이동 규모가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LG전자는 스마트폰사업에서 올해도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MC사업본부에서 조직개편과 인력감축이 이미 실시됐던 만큼 변동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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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그룹의 인사도 재계의 큰 관심을 모은다. 경영권 분쟁과 검찰수사로 바람 잘 날 없는 한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이 구소기소라는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 한숨 돌리나 했더니 박근혜 게이트 수사로 또다시 검찰수사에 휘말려있다.
비자금 관련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어든 직후만 해도 쇄신차원에서 정책본부 기능을 축소하는 등 큰 폭의 쇄신안이 마련되고 그에 따른 대규모 물갈이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재로서 밑그림을 그리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올해 연말에는 소폭인사를 실시하는 데 그칠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CJ그룹도 주목된다. 이재현 회장이 경영일선에 조만간 복귀할 가능성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9월 3년 동안 정체됐던 인사를 실시했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가 부회장으로, 박근태 CJ대한통운 공동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50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사였다.
CJ그룹은 12월 중 정기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번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세대교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